2024.10.03 (목)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문화 넓게 보기

100년 전 외국인 선교사들의 서울살이 모습은?

서울역사박물관, <100년 전 선교사의 서울살이> 펴내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김용석)은 학술총서18 <100년 전 선교사의 서울살이>를 발간했다(사진1).

 

 서울역사박물관은 2010년도부터 해외에 산재한 서울학 관련 미공개 자료를 발굴․수집․조사하고 이를 학술총서로 발간하고 있다. 학술총서 발간 사업은 해외에서 잊혀지거나 접근이 어려워 잘 알려지지 않은 서울학 자료를 연구, 공개함으로써 시민에게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이번 학술총서는 2020년부터 진행된 미국 소재 서울학 자료 조사의 2차 사업의 결과로, 계속되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미국 프린스턴 신학교에 소장된 ‘마펫 한국 컬렉션’ 사진 4,460건을 조사하고 그 중 163건을 엄선하여 선보인다.

 

※ 프린스턴 신학교(Princeton Theological Seminary)는 1812년에 설립된 미국 장로교 산하 신학교로, 뉴저지 중 중부의 프린스턴에 위치한다. 미국 장로교 신학교 중 가장 큰 신학교이자 규모가 큰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파송 초기 선교사 중 상당수가 프린스턴 신학교 출신으로 이에 따라 북장로회 한국 선교 자료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마펫 한국 컬렉션 사진자료는 교회사 연구자들에 의해 일부 소개된 바 있었지만, 1890년대 서울 풍경과 일상을 담은 사진, 선교사들의 생활상을 이와 같이 다채롭게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미국 연합감리교회 아카이브(GCAH)를 조사․공개했던 『학술총서 17』에 이은 두 번째 선교사 시리즈로, 이번에는 개항 이후 서울에서 가장 오래 거주하였던 외국인 집단의 관점으로 선교사들의 생활상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았다.

 

 주제는 ‘서울 풍경’, ‘학교․교회․선교사 사택’, ‘병원․의학교’, ‘서울 생활’의 총 4개로 나뉜다. 선교사들이 서울을 선교의 중심지로 정하고 정착한 후, 선교활동을 하며 어떻게 살았는지의 흐름으로 스토리를 구성하였다.

 

 이번 학술총서는 이러한 생활상 외에도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 선교사들과 선교사 2세들의 사진도 부각하여 소개하고 있다. 남녀의 지위와 역할 구분이 뚜렷했던 가부장적인 조선 사회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선교활동은 기독교 전교의 매우 중요한 목표였으며 사회문화적으로도 여성의 계몽과 사회 진출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제중원 간호사 안나 제이콥슨(Anna P. Jacobson, 1868-1897)부터 세브란스병원 간호부양성소(사진30)의 주축이 되는 에스더 쉴즈(Esther L. Shields, 1868-1940) 등의 의료․간호선교사(사진31), 정동여학당과 정신여학교의 메리 헤이든(Mary E. Hayden, 1857-1900), 수잔 도티(Susan A. Doty, 1861-1903), 캐서린 웜볼드(Katherine C. Wambold, 1866-1948) 등 교육 선교사들이 대표적이다(사진32). 이들은 의학․간호학, 교육사업을 통해 근대기 신여성을 배출하는 토대를 마련했으며 그 안에서 신마리아(1873-1921), 김마리아(1891-1944), 김필례(1891-1983)와 같은 한국 여성들과 밀접한 교류를 통해 이들이 주체적인 존재로 사회에 나아가는 데 지평을 열어주었다.

 

 한편 선교를 위해 장기간 서울에 거주하며 가정을 이룬 선교사의 자녀들이 대를 이어 한국에 뿌리를 내리며 살았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대부분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 유모의 돌봄 아래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히며 성장한 이들은 청소년기 본국에서 유학을 거친 후 대부분 다시 내한하여, 대를 이어 선교활동을 이어가거나 학교․병원․사회구호 활동 등을 하며 한국 현대사와 긴 시간을 함께하였다(사진33, 34).

 

 마지막으로 한국 근대사의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는 사료로서의 중요한 사진들이 있어 주목된다. 1911년 ‘데라우치(寺內正毅) 총독 암살 미수사건’, 이른바 ‘105인사건’을 날조하여 기독교계 반일 세력을 제거하고자 했던 역사적 사건이 기록된 ‘1912년 공판’ 관련 일련의 사진들은 일제강점기 일본 식민당국의 탄압과 선교사들의 사회적 활동상을 구체적으로 증명한다.

 

  1912년 6월 28일부터 9월 28일까지 3개월 동안 지속된 1심 공판 과정에서 용수를 쓰고 결박된 채 끌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라든지(사진35), 배후세력으로 지목되어 지속적으로 감시를 당했던 선교사들이 종로 경성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참관하기 위해 모인 장면, 뉴욕 헤럴드 특파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사진36) 등은 어떠한 문헌 기록보다 실체적이다.

 

 사진에 대한 개별 해설 외에도 ‘프린스턴 신학교 소장 마펫 한국 컬렉션 사진 자료의 소개와 의의’, ‘미국 북장로회 초기 선교사들의 일과 서울생활’에 대한 논고 2편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 이해를 돕는다. 해외 학술총서인 만큼 모든 내용이 영문으로 번역되어 있어 외국인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선교사들에게 서울은 자신들의 믿음을 전하는 현장이면서 삶의 터전이기도 했다. 당시 그들이 바라보았던 서울 풍경과 함께 서울에서의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도시 서울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학술총서18 <100년 전 선교사의 서울살이>는 서울책방(store.seoul.go.kr, 02-739-7033)에서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