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2 (수)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문화 넓게 보기

[문학인 이어령] 문학 비평가이자 논설가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이어령은 1950~1960년대 한국의 기성 문단에 대한 비판, 문학의 창조적 저항성, 비평의 전문화 등을 주장하며 문학 비평에 새바람을 일으킨 신세대 비평가였으며, 주요 언론들을 두루 거친 논설위원이기도 했다.

 

저항의 문학과 수사적 문체

 

1950년대는 전쟁의 폐허를 딛고 근대 국가를 모색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었다. 이어령을 위시한 문단의 신인들은 시대 앞에서의 문학의 역할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순수 문학이 주류를 이룬 문단을 비판함으로써 순수·참여 논쟁을 촉발하였다. 신세대 지식인 이어령은 기성 문단이 무지와 권위로 가득한 ‘우상 숭배’에 지나지 않는다는 냉철한 비판과 함께 문학의 참여와 변화를 주장하였다. 특히 큰 반향을 일으킨 이어령의 「우상의 파괴」(『한국일보』, 1956.5.6.)는 기성 문단을 향한 “일종의 선전 포고문(이어령, 2003, p. 4)” 이었다. “엉겅퀴와 가시나무 그리고 돌무더기가 있는 적료한” 황야에서 불을 지르고 밭을 갈아야 하는 ‘화전민(火田民)’의 상황이 한국 문단의 현실이라고 선언한 「화전민 지대-신세대의 문학을 위한 각서」(경향신문, 1957.1.11.~12.)를 비롯한 연이은 평론들에서도 기성 문단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문학을 위한 모색이 지속적으로 발견된다.

 

이어령이 염상섭, 조연현, 김동리 등의 기성 문인들과 벌인 논쟁들 역시 문학의 현실 참여에 대한 그의 주장을 잘 보여준다. 특히 경향신문에 연재된 김동리와의 논쟁(「영원한 모순」(1959.2.9.~10.), 「못박힌 기독은 대답 없다」(1959.2.20.~21.), 「논쟁의 초점」(1959.2.25.~28.), 「희극을 원하는가」(1959.3.12.~14.)는 사르트르의 ‘참여 문학론’을 바탕으로 한 이어령의 비평적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이 논쟁에서 이어령은 한말숙의 단편 「신화의 단애」(『현대문학』, 1957.6)와 오상원의 소설, 그리고 추식의 단편 「인간제대」(『현대문학』, 1957)를 놓고 휴머니즘, 실존, 지성에 대해 이론적인 논의를 펼친다.

 


이러한 1950년대의 주요 평론들을 모은 첫 평론집 『저항의 문학』(1959)에는 문학과 외부 현실 사이의 창조적 연결과 저항을 주장했던 신인 비평가 이어령의 비평적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반면 4·19 혁명 이후 1960년대 이어령의 비평은 참여 문학에서 순수 문학으로의 방향 전환, 절충적 성격으로 인해 신세대 비평가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어령은 변함없이 문학의 역할을 강조하고, 동시에 문학 그 자체의 가치와 창조성, 그리고 순수와 참여의 이분법에 국한되지 않는 문학을 주장하였다. 역사나 이념 같은 거대 담론이나 문단 내의 논쟁에 매몰되지 않는 문학과 비평을 추구했던 이어령의 태도는 그의 시적인 문체와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다(김민정, 2014, pp. 372~373). 이어령 특유의 수사적 문체에는 문학을 하는 개인의 미시적인 경험과 주관이 살아 있는 시적 비평을 향한 그의 지향이 녹아 있다.

 

한국 문학의 현재와 미래, 이상론

 

1950년대는 신인 비평가들이 아카데미즘의 활성화와 더불어 비평의 전문화를 주도하였던 시기이기도 한데, 이어령은 그러한 신인 비평가들의 선두에 섰다. 이어령의 공식 등단작이자 비평의 방법론에 관한 과학적 탐구를 담은 「현대시의 UMGEBUNG와 UMWELT」(『문학예술』, 1956.10.)와 「비유법논고」(『문학예술』, 1956.11-12.)는 그가 등단할 때부터 비평의 전문화에 대한 강한 지향을 품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전문화된 방법론으로 이어령이 주목한 작가는 바로 시인 이상(李箱, 1910~1937)이다. 난해한 이상의 시는 당대의 신인 비평가들이 가진 방법론을 적용하여 해석하기에 적절한 대상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평론가 백철의 추천으로 공식 등단하기 전부터 평론을 시작했던 이어령의 첫 평론이 「이상론-순수의식의 뇌성(牢城)과 그 파벽(破壁)」(『문리대학보』, 1955.9)이었으며 2014년에 발간된 책 『생명이 자본이다』에 이르기까지 이상에 대한 이어령의 관심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은 그의 문학 비평에서 이상의 문학이 갖는 중요성을 짐작게 한다. 「나르시스의 학살-이상의 시와 그 난해성」(『신세계』, 1956.10)에서 이어령은 “이 시대의 현대인이라면 이상(李箱)이의 시를 완전히 이해하고 도리어 그 기교에 절망을 느껴야 할 것이다. 그리해서 새로운 우리의 기교를 낳아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라고 썼다. 이어령에게 시인 이상은 한국 현대 문학의 현재를 진단하고 그 너머를 모색하기 위한 바탕이었던 것이다.

 

신세대 비평가에서 젊은 논설위원으로

 

전후에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이어령의 문학 비평은 주류에 편승하지 않고서 자신만의 문학론을 유지하였고, 나아가 한국문학의 현재와 미래를 성찰하였다. 그렇게 문학 평론가로서 지위를 굳힌 이어령은 이십 대의 젊은 나이에 《서울신문》의 논설위원으로 발탁되어 언론계에서의 활동을 시작하였다. 언론의 논설위원은 오랜 경력이 있는 기자나 문인에게 주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파격적인 인사였다고 할 수 있다.

1960년 6월부터 1961년 3월까지 《서울신문》의 논설위원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이어령은 이십여 년 동안 《한국일보》, 《경향신문》, 《중앙일보》 등 주요 언론의 논설위원으로, 그리고 잡지의 주간으로 활동하였다. 2000년대에는 2001년부터 15년 가까이 《중앙일보》의 상임고문을 맡기도 하였다. 언론계에 오래 몸담았던 이어령은 신문과 잡지에 사회, 문화에 관한 각종 논설문을 기고하였는데, 한국인과 한국문화, 해외 문화에 대한 문화 비평이 주를 이루었고 이상론을 비롯한 문학에 대한 단평 역시 끊이지 않았다. 이처럼 이어령은 문학 비평가로서 보여주었던 예리한 비평적 인식과 시대적 인식을 바탕으로 언론계에서도 이름을 떨쳤다.

 

[집필]

표유진(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감수]

김지혜(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교육과 부교수)
연남경(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부교수)
김혜진(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박사과정 졸업. 성균관대학교 학부대학 초빙교수)

 

<국립중앙도서관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