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마완근 기자] 서 울 이육사(李陸史) 어떤 시골이라도 어린애들은 있어 고놈들 꿈결조차 잊지 못할 자랑 속에 피여나 황홀하기 장미(薔薇)빛 바다였다. 밤마다 야광충(夜光蟲)들의 고흔 불아래 모혀서 영화로운 잔체와 쉴새없는 해조(諧調)에 따라 푸른 하늘을 꾀했다는 이애기. 왼 누리의 심장을 거기에 느껴 보겠다고 모든 길과길들 피줄같이 얼클여서 역(驛)마다 느름나무가 늘어서고 긴 세월이 맴도는 그판에 고초먹고 뱅―뱅 찔레먹고 뱅―뱅 너머지면 「맘모스」의 해골(骸骨)처럼 흐르는 인광(憐光) 길다랗게. 개아미 마치 개아미다 젊은놈들 겁이 잔뜩나 참아 참아하는 마음은 널 원망에 비겨 잊을 것이었다 깍쟁이. 언제나 여름이 오면 황혼의 이뿔따귀 저뿔따귀에 한 줄씩 걸처매고 짐짓 창공에 노려대는 거미집이다 령비인. 제발 바람이 세차게 불거든 케케묵은 몬지를 눈보래만냥 날러라 녹아 나리면 개천에 고놈 살무사들 승천을 할넌지.
[한국문화신문 = 마완근 기자] 만등동산(晩登東山, 늦게 오른 동녘 산) 이육사 卜地當泉石 샘과 바위 있는 곳을 가려 相歡共漢陽 한양에 함께 삶이 즐겁다 擧酌誇心大 잔을 들어 마음 담대함을 자랑하고 登高恨日長 높은 곳에 올라 해가 길어짐 한탄한다 山深禽語冷 산이 깊어 새소리 차갑고 詩成夜色蒼 시를 지으니 밤빛은 푸르다 歸舟那可急 돌아가는 배는 왜 그리도 급한가 星月滿圓方 별빛과 달빛이 하늘에 가득하다
[한국문화신문 = 마완근 기자] 나의 뮤즈 이육사 아주 헐벗은 나의 뮤즈는 한번도 기야 싶은 날이 없어 사뭇 밤만을 왕자처럼 누려 왔소. 아무것도 없는 주제였건만 모든 것이 제것인듯 버티는 멋이야 그냥 인드라의 영토를 날라도 다닌다오. 고향은 어디라 물어도 말은 않지만 처음은 정녕 북해안 매운 바람속에 자라 대곤을 타고 다녔던 것이 일생의 자랑이죠. 계집을 사랑커든 수염이 너무 주체스럽다도 취하면 행랑 뒷골목을 돌아서 다니며 복보다 크고 흰 귀를 자주 망토로 가리오 그러나 나와는 몇 천겁 동안이나 바로 비취가 녹아나는 듯한 돌샘 가에 향연이 벌어지면 부르는 노래란 목청이 외골수요 밤도 시진하고 닭소리 들릴 때면 그만 그는 별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고 나는 촛불도 꺼져 백합 꽃밭에 옷깃이 젖도 잤소 ▲ 나의 뮤즈 시화 정미연
[한국문화신문 = 마완근 기자] 소년에게 이육사 차듸찬 아침이슬 진준가 빛나는 못가 연꽃 하나 다복히 피고 소년아 네가 났다니 맑은 넋에 깃드러 박꽃처럼 자랐어라 큰강 목놓아 흘러 여울은 흰 돌쪽마다 소리 석양 새기고 너는 준마 달리며 죽도 같은 저 곧은 기운을 목숨같이 사랑했거늘 거리를 쫓아 단여도 분수 있는 풍경 속에 동상답게 서봐도 좋다 서풍 뺨을 스치고 하늘 한가 구름 뜨는 곳 희고 푸른 즈음을 노래하며 노래 가락은 흔들리고 별은 춥다 얼어붙고 너조차 미친들 어떠랴 ▲ 시화 정미연 화백
[그린경제/얼레빗=마완근 기자] 말 이육사 흣트러진 갈기 후주군한 눈 밤송이 가튼 털 오! 먼길에 지친 말 채죽에 지친 말이여! 수굿한 목통 축-처진 꼬리 서리에 번적이는 네굽 오! 구름을 헷치려는 말 새해에 소리칠 힌말이여! ▲ 정미연 시화 말
[그린경제/얼레빗=마완근 기자] 뵈올까 바란 마음 이육사 뵈올까 바란 마음 그 마음 지난 바램 하루가 열흘 같이 기약도 아득해라 바라다 지친 이 넋을 잠재울까 하노라 잠조차 없는 밤에 촉(燭)태워 앉았으니 이별에 病든 몸이 나올 길 없오매라 저 달 상기보고 가오니 때로 볼까 하노라
[그린경제/얼레빗=마완근 기자] 잃어진 고향 이육사 제비야 너도고향이 있느냐 그래도 강남을 간다니 저노픈재우에 힌구름 한쪼각 제깃에무드면 두날개가촉촉이 젓겠구나 가다가 푸른숲우를 지나거든 홧홧한네 가슴을 식혀나가렴 불행이사막에 떠러져 타죽어도 아이서려야않겠지 그야 한떼나라도 홀로 높고 빨라 어느때 나 외로운 넋이 였거니 그곳에 푸른하늘이 열리면 엇저면 네새고장도 될범하이
[그린경제/얼레빗=마완근 기자] 아편(鴉片) 이육사 나릿한 남만(南蠻)의 밤 번제(燔祭)의 두렛불 타오르고 옥(玉)돌보다 찬 넋이 있어 홍역(紅疫)이 발반하는 거리로 쏠려 거리엔 「노아」의 홍수(洪水) 넘쳐나고 위태한 섬 우에 빛난 별 하나 너는 고 알몸동아리 향기(香氣)를 봄바다 바람 실은 돛대처럼 오라 무지개같이 황홀(恍惚)한 삶의 광영(光榮) 죄(罪)와 곁들여도 삶직한 누리.
[그린경제/얼레빗=마완근 기자] 바다의 마음 이육사 물새 발톱은 바다를 할퀴고 바다는 바람에 입김을 분다 여기 바다의 은총이 잠자고 있다. 흰 돛은 바다를 칼질하고 바다는 하늘을 간질여 본다 여기 바다의 아량이 간직여 있다. 낡은 그물은 바다를 얽고 바다는 대륙을 푸른 보로 싼다. 여기 바다의 음모가 서리어 있다. ▲ 시화 정미연
[그린경제=마완근 기자] 호 수 ▲ 시, 이육사 / 그림, 정미연 내여달리고 저운 마음이련만은 바람 씿은듯 다시 명상(瞑想)하는 눈동자 때로 백조(白鳥)를 불러 휘날려보기도 하건만 그만 기슭을 안고 돌아누어 흑흑 느끼는 밤 희미한 별 그림자를 씹어 노외는 동안 자주빛 안개 가벼운 명모(暝帽)같이 나려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