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지난 7월 19일부터 오는 2025년 2월 2일까지 경기 과천시 광명로 313.‘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는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 전이 열리고 있다.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은 건축가의 집을 통해 2000년 이후 동시대 한국 현대 건축과 주거 문화를 사회 문화적 관점으로 조망해 보는 전시다. ‘개인과 사회, 장소, 시간’을 주제어로 삼아 거주의 다양한 양식과 의미를 환기한다. 아파트가 종 우세를 차지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와 다른 주거 공간을 선택한 사람들의 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가족 구성원과 삶 양식의 변화, 경제적 구조 변동, 기후위기 등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기를 고민할 수 있을까? 이 전시는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해 집이 도시 사회와 접촉하는 지점들을 탐색한다. 이 전시에는 30명의 건축가(팀)가 설계한 58채의 주택이 소개된다. 이 전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오늘날 삶의 창의성은 다양성으로부터 비롯되며, 그것은 모든 예술 행위의 전제라는 점이다. 전시에 소개된 집들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주택과 주거 문화를 대표할 수는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조선시대의 형벌은 오형(五刑)으로 ‘태장도유사(笞杖徒流死)’입니다. 곧 회초리, 곤장, 징역, 유배, 사형이 그것이지요. 재산과 관련한 형벌이 없다는 것이 특이합니다. 우린 흔히 유배 생활을 매우 어려운 시간이라고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어사 박문수가 신처수의 유배지를 방문했을 때의 기록입니다. "바로 신처수(申處洙)의 유배지로 갔다. 이곳은 생양역(生陽驛) 부근으로 관아에서 서로 마주 보이는 곳이다. 들판 가운데 있는 촌락은 쓸쓸한 데다 거처하는 방도 누추하고 으슥했다. 자리 오른쪽에는 책 몇 질이 놓였고 창문 바깥으로 학생 몇 명이 있었다. 이는 근심을 해소하고 번민을 떨쳐버리기 위한 것이다. 문 앞에 농민들이 일할 때 쓰는 농막 같은 누각이 있기에 물어보니 날이 너무 더우면 위에 올라가서 땀을 식힌다고 한다. 즉시 서로 손을 잡고 올라가 마주 앉아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날이 저물어 관아로 돌아와 묵었다." 또한 이익필은 북정록에서 자신의 유배 생활을 기록했는데 "유배지는 덕원에서 50리다. 거처할 곳은 이미 서문 밖 김예길의 집으로 정해두었다고 한다. 그 집에 이르니 김예길이 절하며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구촌 이상기온이 심상치 않다. 지난주 도쿄에 있을 때 간토(關東)의 날씨가 무려 40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한국의 더위와 일본의 더위 차이는 바로 습도다. 한국의 더위는 그늘에 가면 그래도 참을만하지만, 일본의 무더위는 싸우나에 들어가 있는 정도로 숨쉬기조차 힘들다. 그 무덥던 날, 와세다대학 도서관에 자료를 찾으러 숙소인 오오츠카에서 전차(일본에서는 전철이라 부르지 않고 전차라 부름)를 탔다. 도쿄의 명물로 알려진 땡땡전차 (일본말로 친친덴샤 ‘ちんちん電車’)다. ‘친친’이란 전차운전사가 땡땡(친친)하고 벨을 울려 붙은 이름이다. 오오츠카역은 도쿄 도심 순환선인 야마노테센(山手線) 오오츠카역(大冢駅)이 있지만 이 차를 이용하려면 다카다노바바(高田馬場)에서 내려서 10여분 걷거나 다시 버스를 갈아타야한다. 하지만 친친덴샤를 타면 곧바로 오오츠카역에서 170엔으로 와세다대학까지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제는 퇴역해도 좋을 만한 1량짜리 이 전차는 뜻밖에 이용객이 많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도심의 전철이 지나가지 않는 곳을 공략하고 있는 도쿄의 명물 친친덴샤는 달랑 1량짜리로 와세다대학에서 미노와바시까지 달리며 정식이름은 토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제 아비는 한 가닥 충성심으로 오직 나라를 위해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것만 알고 이조원(李肇源)의 역적 행위를 힘써 성토하다가, 도리어 모함을 받아 비참하게 끔찍한 화를 입고 마침내 섬 속의 원혼(冤魂)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자식이 된 자가 한 가닥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는 서둘러 원통함을 호소하는 것은 본디 당면한 것으로서, 단지 듣기를, 대궐의 뜰에 북을 설치한 것은 신하가 원통한 바를 하소연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위한 길이라고 하기에, 장사를 치르자마자 예절은 돌아보지 않은 채, 서리의 옷으로 바꾸어 입고 돈화문의 서협문(西挾門)으로 들어가, 곧바로 북이 설치된 곳에 가서 북을 안고 눈물을 흘리며 북을 쳤습니다.“ 이는 《순조실록》 29권, 순조 27년(1827년) 8월 4일 기록으로 아비의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대궐의 북을 친 서유규를 귀양보냈다는 이야기입니다. 백성이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대궐의 북을 친 것인데 억울함을 살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마구 궐문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 귀양 보내고 이를 왕조실록에 장황하게 기록하여 둔 것은 뭔가 임금이나 벼슬아치들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보다는 규정에 너무 치우친다는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지난 7월 30일부터 오는 10월 27일까지 부산광역시 영도구 해양로301번길 45. ‘국립해양박물관’에서는 <조행일록 - 서해바다로 나라 곡식을 옮기다> 전시가 열리고 있다. 조운(漕運)은 세금으로 걷은 곡식 등을 서울까지 배로 운반하는 일을 말하며, 나라 살림을 꾸려 나가는 데 매우 중요했다. 임교진이 함열현감으로 임명되었던 19세기에는 조창(漕倉-세곡 창고-))이 속한 지역의 관리가 조세를 걷고, 운반하는 책임까지 함께 맡았다. 성당창(聖堂倉)은 함열현에 있던 세곡 창고로 금강 일대 여덟 고을의 세곡을 모으는 곳이었다. 임교진은 1863년 세곡으로 거둔 쌀과 콩 1만 3천여 석을 열두 척의 배에 나눠 싣고 한양 경창까지 무사히 운송한다. 그는 조운의 모든 과정을 꼼꼼히 일기로 남겼는데, 이는 바로 《조행일록(漕行日錄)》으로 현재까지 남겨진 가장 오래되고 소중한 기록이다. 임교진이 남긴 일기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노정과 바닷길을 찬찬히 되짚어 보자. 또한 함열현감 조희백은 임교진이 갔던 물길을 따라 한양까지 세곡을 옮기며 《을해조행록》이라는 일기를 남긴다. 임교진과 사돈지간이었던 조희백은 《조행일록》을 알고 있었을까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지난 7월 23일부터 오는 9월 9일까지 경기 연천군 전곡읍 평화로443번길 2. 전곡선사박물관에서는 <열렸다 수장고2 – 전곡석물점>이 열리고 있다. 2024년 기획전 〈열렸다 수장고2 – 전곡석물점〉는 전곡선사박물관의 신규 소장품과 미공개 자료를 소개하는 연속 전시로 올해는 선사문화와 기술에 대한 수집과 재현을 주제로 구성하였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고고학과 선사문화에 대한 박물관의 활동을 쉽게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4개의 마당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마당인 ‘시간의 깊이를 만나다’는 지역 전체가 거대한 구석기 문화층이자 전곡선사박물관이 있는 연천군에서 수집된 약 4m 높이의 토층 전사자료를 소개한다. 해당 토층 자료는 다양한 구석기 유물이 발굴된 문화층을 비롯하여 수천 년 동안 쌓인 지층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으며 박물관이 왜 토층 자료를 왜 수집하였는지에 대한 의문도 풀어본다. 두 번째 마당인 ‘선사인의 삶을 관찰하다’는 선사문화와 고고학을 관람객에게 재미있고 정확하게 알리기 위한 박물관 노력의 산물이다. 나라 안팎 고고학자와 함께 제작한 6기의 플레이모빌 투시화(디오라마)에는 구석기에서 신석기시대, 청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나이와 계층을 초월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흥겨운 잔치가 광명시에서 열린다. (재)광명문화재단(대표이사 어연선)은 ‘2024 광명마당극축제X제34회 대한민국마당극축제(아래 마당극축제)’를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광명시민운동장에서 연다. 마당극 잔치는 ‘광명세상! 신명세상!’을 구호로 시대를 읽는 풍자와 해학의 무대가 펼쳐지는 한 여름밤 공연예술잔치다. 특히 이번 잔치는 마당극 전문단체인 (사)한국민족극협회(이사장 손재오)가 여는 ‘제34회 대한민국마당극축제’와 함께 열려 대중적이고 작품성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1988년과 1989년 1, 2회가 서울에서 열린 이후 주로 지역을 순회해 온 ‘대한민국 마당극축제’가 마당극 탄생 50돌을 맞아 오랜만에 수도권에서 열리게 된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에서 본격적인 마당극 잔치가 열리는 곳은 ‘광명’이 유일하다. 축제의 예열은 광명시립농악단의 길놀이와 서도소리 공연, 광명 시민들의 시민마당극 공연으로 시작한다. 이어 글로벌 스타 밴드 ‘악단 광칠’무대가 뜨거운 축제의 막을 올린다. 사흘 동안 광주의 극단 신명과 토박이, 경남 진주의 극단 큰들, 대전의 극단 우금치, 청주의 극단 두레,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충북농업기술원(원장 조은희) 와인연구소는 오는 8월 8일 와인데이를 맞아 8월 8일에서 9일까지 이틀 동안 '썸머 와인 페스티벌'을 청주 문화제조창 본관 1층에서 연다고 2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도내 포도주 양조장 16곳이 참여하며, 각종 품평회에서 수상한 와인 등 106종을 시음하고 살 수 있다. 캠벨얼리와 머루로 만든 레드와인, 청수 화이트와인, 그리고 샤인머스캣 스파클링와인 이외에도 사과와 블루베리로 만든 다양한 향과 맛을 지닌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청주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와인과 잘 어울리는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온다' 벼룩시장 34개 업체도 참여하며, 와인 에누리행사, 와인 경매, 통기타 연주 등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지역농산물 생산자와 가공자, 그리고 소비자들이 함께 즐기고 상생할 수 있는 행사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와인연구소 윤향식 소장은 "이번 썸머와인 잔치는 충북에서 생산된 다양하고 품질 좋은 와인을 맛보고, 나만의 와인을 찾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며 "도내 와인산업 확대로 원료인 포도, 복숭아, 샤인머스캣 등 지역 농산물 수급 안정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물가의 정자[水閣] - 임황(任璜) “수풀 사이 샘에서 발을 씻고서 (濯足林泉間) 흰 바위 위에 편하게 누웠네 (悠然臥白石) 새소리에 문득 꿈을 깨고 보니 (夢驚幽鳥聲) 저무는 앞산 가랑비에 젖고 있네 (細雨前山夕)“ 지난 7월 무덥다는 절기 소서와 대서, 그리고 잡절인 초복과 중복을 지냈다. 어제 8월 2일 아침 10시에는 날씨정보를 제공하는 케이웨더(주)가 일부를 뺀 온 나라 대부분에 ‘폭염특보’를 내렸다. 기상청이 제공한 폭염특보 발효 지도를 보면 온 나라 대부분이 온통 보라색으로 칠해져 있다. 하루 가운데 가장 높은 체감온도가 35℃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린다는 ‘폭염특보’, 그만큼 우리는 불볕더위에 몸살을 앓는다. 그러나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던 조선시대, 옷을 훌훌 벗어버릴 수도 없던 선비들은 어떻게 여름을 났을까? 그들은 솔바람 소리를 들으며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것을 더위를 물리치는 으뜸 방법으로 여겼다. 거기서 조금 나가면 물가에서 발을 씻고(탁족) 널따란 바위에 누워 잠이 드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9세기 동산양개 선사는 ”더위를 피하려면 너 자신이 더위가 되어라.”라고 했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狂噴疊石吼重巒(광분첩석후중만) 人語難分咫尺間(인어난분지척간) 常恐是非聲到耳(상공시비성도이) 故敎流水盡籠山(고교류수진롱산) 미친 듯이 흘러 첩첩 바위 때리며 겹겹 봉우리를 향해 소리치니 지척에 있는 사람 소리도 알아듣기 어렵구나 속세의 시시비비 소리 귀에 닿을까 항상 걱정되어 일부러 흐르는 물로 온 산을 감싸 버렸구나 신라말 명문장가 고운 최치원(857 ~ ?)의 시입니다. 제목을 <제가야산독서당>으로 한 것으로 보아, 말년에 가야산에 은거하면서 쓴 시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고운은 해인사에 머물면서 홍류동 계곡에서 이 시를 썼다고 합니다. 시 내용으로 보아 고운은 책을 읽던 독서당에서 귀를 멍멍하게 소리를 지르며 내닫는 계곡물을 바라보다가, 문득 시상이 떠올라 이 시를 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고운은 물소리를 들으며 속세의 시시비비 소리 귀에 닿을까가 걱정되어 일부러 흐르는 물로 온 산을 감싸 버렸다고 하는군요. 왜? 속세의 연을 완전히 끊지 못하고 자꾸 바깥 속세의 소리에 귀를 쫑긋거려서? 아니면 속세를 잊고자 하나, 계속 고운을 쫓아오는 속세의 소리를 굳게 차단하고 싶어서? 하여튼 가야산은 흐르는 물로 온 산을 감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