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있다. 병산도 아침형 인간이다. 병산은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제 일정을 되돌아보며 생명탈핵 실크로드 카페에 순례일지를 쓴다. 어제 찍은 사진을 올리고 중간중간에 사진 설명, 여러 가지 소식, 그날 만난 사람과 들러본 경치에 대한 느낌 등등을 간단히 기록한다. 병산이 순례일지를 쓰면 내가 영어로 번역한다. 오늘도 새벽 3시쯤 일어나 어제 병산이 쓴 순례일지를 번역하였다. 내가 번역을 끝내면 순례단을 지원하는 이승은 간사가 번역문을 사진과 함께 실크로드 영문 카페에 올린다. 간사는 제주도에 살고 있지만,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거의 실시간으로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 세계는 인터넷과 휴대폰을 통하여 실시간으로 그리고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불과 30년 전과 견주면 참으로 놀라운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순례일지 번역을 끝내고도 시간이 남아서 안사리의 이슬람 역사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는 다음과 같은 그림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위 지도에서 까만색 부분은 이슬람 인구가 50%를 넘는 이슬람 국가를 나타낸다. 지리적으로 보면 이슬람 국가들은 유럽과 미국을 합친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일어나 창문을 열어라 / 닫힌 가슴도 활짝 열어라 한숨 소리 싸움 소리 큰 소리 모두 그치고 가슴 벅찬 우주의 소리 / 출발을 알리는 첫소리 들어보자 둥 둥 둥 북소리 울린다 / 캄캄한 어둠을 걷어내고 새날을 밝히는 해가 솟는다 못난 나를 버리고 / 잘난 척했던 나도 버리고 묵은 것, 낡은 것, 모두 다 벗고 / 새날을 맞이하자 너도 새롭게 나도 새롭게 / 우리 첫 마음으로 새날을 맞이하자. 제 시(詩) ‘둥둥둥 북소리 울린다’를 읽으며 새해를 맞이합니다. 당연히 살아있는 우리 모두는 2020년의 새해를 맞이합니다. 어떤 영웅호걸도 죽음으로는 맞이할 수 없는 눈부신 오늘이며 어제와 다른 내가 펼치는 날이 새날이며 희망의 날입니다 새해는 어느 누구도 아닌 살아있는 우리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자신의 길에 주인공으로 살아가겠다는 최창일 시인을 소개합니다. 최 창 일* 내일이면 또 오늘은 지나가버린 날이 아닌가! 인류는 영원할지 모르나 일생은 짧은 순간이다 작품 속에 늘 새로운 길 탐험하던 시인을 만나 길을 걸으며 가늠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함양 승안사터 삼층석탑 - 이 달 균 명산 있는 곳에 명찰이 있었고 명찰 있는 곳에 손 모은 탑 있었다 품을 것 다 품은 산이 지리산 아니던가 고려 적 한 석공은 부처님 부름으로 몸돌엔 사천상을, 머리 쪽엔 부용꽃을 미려한 부조 새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바쁜 길손이여 시절이 분주해도 이곳 지나거든 눈길 한 번 주고 가소 승안사 잊혀진 이름, 석탑 하나 의연하다 승안사터는 경상남도 함양군 수동면에 있다. 자세히 눈길 주면 섬세한 석공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두 개의 기단이 3층 탑신을 받치고 있는데 맨 아래 기단부엔 연꽃 조각을 새겨 둘렀고, 두 번째 기단부에는 부처, 보살, 비천상을 새겼으며 탑신 1층 몸돌 4면엔 남방ㆍ북방ㆍ서방ㆍ동방의 사천왕상을 돋을새김(부조)해 놓았다. 사천왕상은 절 일주문에서 흔히 본 과장되고 험상궂은 모양이 아니라 미소 띤 동자상처럼 친근한 모습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몸체 굴곡 또한 부드럽고 풍성하게 돋을새김(양각)하여 표정이 살아 있다. 현재 석탑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 두 번 옮겨 세웠다고 하는데 이웃한 곳에 고려 시대 석조여래좌상이 있다. 석탑이 그러하거늘 석조여래좌상인들 우여곡절이 없을 것인가.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발바닥에 왜 티눈이 많이 발생하는가? 우리 몸의 피부는 다양한 외부 환경에 적응하느라 너무 많은 일을 한다. 온도 변화와 습도 변화에 적응하며 세균, 바이러스를 비롯한 다양한 유해 환경을 이겨내고 몸을 보호한다. 아울러 몸의 독소를 제거하고 외부와의 다양한 접촉에 대하여 대항하고 적응하며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피부 중에서도 손바닥과 발바닥은 특수한 위치에 있는데 외부적으로는 끊임없이 물리적인 접촉을 하고, 내부적으로 땀과 더불어 끊임없이 노폐물을 배출한다. 특히 발바닥은 항상 압력에 노출되어 있고 독소가 활발하게 빠져 나가는 통로이므로 발에서 나는 꼬랑내는 발바닥으로 방출되는 우리 몸의 노폐물 냄새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사람은 발바닥으로 꼬랑내와 몸의 독소를 끊임없이 방출하고 체중과 더불어 가해지는 압력을 효과적으로 완충하여 건강한 발바닥을 유지한다. 건강 점수를 줄때 꼬랑내 심한 순서로 건강하다고 보면 대체로 맞다. 건강을 놓친 발바닥은? 이러한 상황에서 사지 말단으로 순환이 미진하여 손발에 힘이 없거나 차갑고, 거친 경우, 때로는 발바닥에 부담이 과도하게 집중될 때, 때로는 날씨가 너무 춥거나 건조하면 발바닥이
[우리문화신문=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고욤나무[학명: Diospyros lotus L.]는 감나무과의 낙엽활엽교목이다. 우리말 이름 고욤은 작은 감(小柿)에서 전화된 ‘고’와 어미의 옛말인 ‘욤’의 합성어이다. 한자로는 감보다 작다 하여 소시(小枾)라고 하는데, 일본인들은 콩감(豆枾)이라고 한다. 다른 이름으로 우내시(牛奶枾)가 있는데, ‘소젖꼭지 감’이란 뜻으로 굵기나 모양은 물론 분홍빛 젖꼭지까지 마치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이면서 흑갈색으로 변해가는 소의 모습과 고욤열매의 일생은 그대로 닮았다. 또한 고양나무, 군천, 우내시(牛嬭柿·牛奶柿), 정향시(丁香柿), 흑조(黑棗), 이조(㮕棗), 영조(㮕棗), Date-plum-plum라고도 한다. 열매가 작고 알찬 나무지만, 감나무의 대목(臺木)으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어머니 없이는 그 무엇도 생겨나지 않는 법이다. 감나무는 고욤나무를 대리모로 고용하지 않으면 대를 이어갈 수 없다. 물론 감 씨를 심으면 감나무가 되기는 하지만, 어미보다 훨씬 못한 땡감이 달릴 따름이다. 이런 현상은 사과와 배, 복숭아 등 대부분 과일이 마찬가지다. 그래서 고욤나무를 밑나무로 하고 감나무 가지를 잘라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115 어바치다, 뛰어나다, 스승, 중, 풀이하다, 짓다, 젖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4해(1951년) 펴낸 ‘우리나라의 발달 6-1’의 57, 58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57쪽 첫째 줄에 ‘바치어’가 있습니다. 앞쪽에 있었던 말과 이어보면 ‘온 나라의 힘을 오로지 문화 사업에 바치어’가 되는데 ‘전 국력을 단지 문화 사업에 투입하여’라고 하지 않은 것이 참 좋아 보였습니다. 둘째 줄에 나오는 ‘경덕왕 때에 이르러’에서 ‘때’는 ‘시대’라고 하지 않아서 좋았고 셋째 줄에 나오는 ‘가장’도 ‘최고로’ 또는 ‘최대로’라고 하지 않아서 반가웠습니다. 여섯째 줄에 나오는 ‘퍼져’는 앞서 본 적이 있지만 ‘확산되어’라고 할 수도 있는 말이고 이어진 ‘뒤로는’도 ‘후로는’이라고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을 여러분도 잘 아실 거라 믿습니다. 일곱째 줄부터 열째 줄까지 나오는 ‘국민 생활의 구석구석에까지 스며들고, 또 서로 다투어 절을 짓고 탑을 쌓았다’에서 ‘국민 생활’과 ‘탑’을 빼면 토박이말을 참 잘 살린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말을
[우리문화신문=김광옥 명예교수] 4차 산업시대가 다가와 있다.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ㆍ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산업혁명시대다. 며칠 전 한국 바둑계를 이끌던 이세돌이 AI 인공지능 ‘한돌’과 대국에서 2대 1로 졌다. AI는 오래전에 서양장기를 이겼고 바둑에 이어 얼마 전에는 영상게임에서도 이긴 바 있다. 이렇듯 기계가 일부 기능에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으며 인간이 일할 영역이 축소되거나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렇듯 인간과 기계의 조화를 생각하면서도 최후 판단은 인간에게 있으므로 결국 인간의 인문학적 기반의 사고(思考)가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알파고와 한돌 이후 인공 지능의 시대에 인간 주체 인문학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인문학 인문학은 인간의 사상과 문화 나아가 인간 본연의 위상 그리고 인류 문화에 관한 모든 정신과학을 통칭한다. 이런 인문학의 기초는 배움이고 학문으로 ‘學文’ 혹은 ‘學問’이라고 부른다. 공자(孔子 BC 552~ BC 479)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망령되고(學而不思則罔),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7/18(목) 오늘은 타쉬켄트 근처에 있는 아리랑요양원을 방문하는 뜻깊은 날이다. 아리랑요양원은 노무현 정부 때 우즈벡 정부와 공동으로 지원하여 설립되었는데, 현재 82살 이상의 고려인 노인 38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82살 이상으로 입원 자격을 제한한 이유는 강제이주가 이루어진 1937년 이전에 연해주에서 태어난 사람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를 간단히 숙소에서 해결하고 병산과 나는 씩씩하게 순례길을 나섰다. 병산이 구글 지도를 이용하여 거리를 재보니 아리랑요양원이 있는 아마드 야사비이 마을까지는 24km이다. 아직은 오전 시간이라 뜨겁지는 않아서 우리는 순례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걸어가기로 했다.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큰길을 따라 걷다 보니 시끄럽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다. 병산은 원칙에 충실한 지도자지만 때로는 유연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병산이 구글 지도를 확인하더니 지름길을 찾아내었다. 그러나 지름길은 양쪽 도로 중간에 있는 철도 때문에 100m 정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 병산은 좌우로 기차가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더니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성큼성큼 철길을 건넌다. 나도 순례단원으로서 무조건 병산을 따라 철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어제 아침에는 날씨가 좀 쌀쌀하다는 기별을 보고 옷을 잘 챙겨 입고 나왔습니다. 앞낮(오전)에는 이틀 동안 비워두었던 배곳 안이 바깥보다 더 춥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따뜻한 바람을 틀어도 얼른 데워지지가 않았지요.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면서 추위를 달랬습니다. 보내야 할 그위종이(공문)를 하나 챙겨 보내고 겨울말미 앞생각(겨울방학계획)을 세웠습니다. 이것저것 챙길 것도 많고 혼자 골라잡을 수 없는 일도 있어서 다 하지는 못하고 낮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요즘 알찬마루(급식소)에 가면 밥맛이 더 좋습니다. 날마다 맛보여 드리는 토박이말을 거기서도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낮밥을 챙기기에도 바쁜데 토박이말까지 맛보여 주는 일을 도와주시는 이의숙 선생님이 짜장 고맙습니다. 뒤낮(오후)에는 무지개초등학교에 갔었습니다. 경남교육청에서 한 해 동안 펼친 토박이말 갈배움을 돌아보고 새해에 했으면 하는 것들을 두고 슬기를 모으는 자리였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지만 못 했던 일들이 이루어지고 많은 분들이 애를 쓰신 열매를 모아 놓은 것을 보니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한 해 동안 토박이말 갈배움에 힘과 슬기를 보태주신 경남교육청 김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밝은 달밤이다. 실실이 천만오리 달빛은 창문 커튼 사이로 쏟아져 내려 방안은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훤하다. 자리에 누운 나는 이리뒤척 저리뒤척 도무지 잠을 청할 수 없다. 참으로 그저 잠들기에는 아까운 달밤이니 말이다. 나는 자리를 차고 일어나 커튼을 젖히고 들창을 열었다. 달빛은 기다렸다는 듯이 방안을 넘쳐나게 뛰어들었다. 낟알 익는 구수한 향기가 바람결에 안겨왔다. 나는 창턱을 짚고 달빛이 꽉 찬 하늘땅을 둘러보다가 은파도를 일구며 굽이쳐간 듯이 새하얀 달빛을 비껴안고 줄기줄기 뻗어간 아득한 산마루에 눈길을 얹었다. 이때 어디서인가 가슴을 흔드는 은은한 단소 소리가 교교한 달빛을 타고 울려오는 듯하였다. 선경에서나 울려오는 듯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음향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환각이었다. 나는 얼결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달 밝은 밤이면 언제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한 은은한 단소 소리였다. 내가 이런 환각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 여름부터였다. 그때 나는 도거리호*들의 논전간관리*에 대한 경험을 취재하려고 원봉벌로 갔댔다. 그날도 이 밤처럼 달 밝은 밤이었다. 낮에 취재하였던 자료들을 다 정리하고 자리에 누운 나는 창가에 기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