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올봄처럼 비가 자주 온 해도 없었을 것이다. 아침에 창문을 열면 어김없이 밤새 비가 온 흔적이 역력하고 낮이 되어서 잠깐 해가 나다가 밤이 되면 다시 어느새 빗방울이 뿌리는 날씨가 아마도 5월 한 달 내내 이어진 것 같고, 6월 들어 좀 바뀔까 해도 역시 또 그런 날씨가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정작 가장 좋은 봄의 핵심인 5월을, 그러지 않아도 코로나19인지 뭐 때문에 출입과 사람 만나는 것이 제약을 받은 상황에서, 정말 가족, 친지, 친구들과 마음껏 회포도 풀지 못하고 이 좋은 봄을 그대로 보낸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봄을 보낸 이유가 우리와는 다르다 해도 봄을 덧없이 보내는 데 대한 후회나 아쉬움은 고금이 같은 것일까? 고려 최대의 시인인 이규보(李奎報, 1168 ~ 1241)도 '봄을 보내며(送春)'라는 시에서 비슷한 감상을 남겼다(동국이상국후집 제3권 / 고율시(古律詩) 春去去能不悲 봄이 가려 하니 슬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非爾負吾吾負爾 네가 날 저버렸나 아니 내가 널 저버렸네 適我病中遭汝來 마침 병중에 너를 맞아서 未肯對花成一醉 꽃을 대해 한 번쯤 취해 보지도 못하였네 그래서 내년에 올 때는 늙은 것은 가져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어린아이들의 똥 누는 형태 중에 특별히 병이 아닌 것 같지만 ‘식즉변’이라는 상태가 있다. 곧 밥만 먹으면 변의가 느껴져 곧바로 화장실을 가고, 어떤 때는 밥을 먹다가 도중에 똥을 누러 가는 것이다. 밥을 먹다 화장실을 가는 것은 생리현상이니 뭐라 나무랄 수도 없지만 본인에게나 주위사람에게 밥맛을 떨어뜨리게 되므로 그냥 놔두기도 어정쩡하다. 1. 위대장 반사라는 생리작용 이러한 식즉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소화기 장관의 특성과 우리 몸의 대소변의 목적과 인간의 리듬을 알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소화기 장관의 운동은 평상시의 모습과 음식을 먹었을 때의 두 가지 모습이 있다. 음식을 먹지 않은 평상시에는 위장을 중심으로 자신의 존재를 유지할 정도의 운동을 하는데 1분에 5~8회 정도의 연동운동이다. 이는 자동차 공회전과 같은데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 상태에서는 일정한 운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의 리듬에 따라 이렇게 1분에 5~8회 운동을 해야만 하지만, 만일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가 발생하면 생명을 유지하는데 비상등이 켜진 상태가 되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증상이 드러난다. 가장 기본적인 먹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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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김동하 작가] 아버지의 아버지, 곧 내 할아버지는 노름꾼이었다. 아니 노름꾼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허접한, 노름판에 호구였던 것이 분명하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기와집과 전답, 그리고 할머니가 시집오실 때 친정에서 주신 천 평도 넘는 콩밭도 모두 노름판에서 잃으시고는, 갓 아홉 살 된 맏아들을 소학교에서 기어이 끌어내어 애기지게를 만들어 주며 산으로 몰아 올리셨다고 한다. “나라도 없는데, 공부는 해서 머하노... 집안에 일손이라도 보태라..” 가장인 당신도 책임지지 않던 집안 건사를, 고작 아홉 살이던 내 아버지에게 일임하셨던 양반이 내 할아버지였다. 아버지가 여러 가지 노환으로 병원 생활을 시작하신 여든 중반 무렵, 새벽에 잠을 못 이루시며 깨어나셔서 한숨만 후우~ 하고 쉬시기에 왜 잠을 못 주무시냐고 내가 물었더니, 침상 옆을 지키던 나에게 어릴 적부터 가슴속에 담아오시던 할아버지에 대한 원한을 들을 수 있었다. “세상에... 그 애기지게를... 내가 아홉 살 때 영감이 직접 만들어 주는기라... 그거를 나한테 지우고는 산으로 들여보냈는데, 내가 얼매나 무서웠겠노? 해는 떨어지고, 산짐승들은 울어대고... 애비가 자식한테 우예 그리 모졌는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사랑하던 소년 아도니스가 산돼지에 물려 죽었을 때, 아도니스를 살리려 아프로디테가 급히 달려오다가 가시에 찔렸는데, 그 피가 흰 장미에 떨어져서 붉은 장미가 되었다는 그리스의 신화가 생각난다. 아파트 담장에 피어난 장미들의 붉은 색이 정말로 아프로디테의 심장에서 흐른 뜨거운 피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6월이다. 6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요즈음 서울 등 대도시에서 장미를 자주 많이도 보게 되는데, 잘 가꿔진 정원에 따로따로 심은 장미가 아니라 담장을 타고, 울타리를 타고 줄기가 끝없이 뻗어가는 넝쿨장미(rambling rose)다. 우리가 어릴 때는 찔레꽃은 어디에나 많이 피었지만, 장미꽃은 보기가 쉽지 않아, 이 장미가 유럽에서 온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는데, 울산에 사는 향토사연구가인 이양훈 씨가 이 덩굴장미는 원래 한반도의 해당화였다가 1750년 무렵 부산 초량왜관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돼 거기서 개량되었고, 1809년에 영국의 무역업자 찰스 그레빌(Charles F. Greville)에 의해 일본에서 영국으로 보내진 뒤에 세계로 퍼졌다는 설을 전한다. 출전이 어디인지 확인되지 않았고 일반적으로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세상 사람들이 노년이 되어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뭔지 혹 아시나요? 무슨 통계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세월은 참 빠르다>라는 말 아닐까요? 자식 키 크는 줄은 알아도 자신이 늙어가는 줄 모르고 살아온 것이 사람입니다 지나가 버린 젊음 뒤에 따라오는 것은 어쩜 편안하기도 하겠지만 힘없어지고 몸은 병들고 외로운 마음에 안타까울 따름이지요. 제 고향 대구에 가면 염매시장이라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재래시장이 있습니다. 염매(廉賣)라는 말은 물건을 싼값에 판다는 뜻이겠지요. 이 시장 골목에는 여러 식당이 있고 얼굴이 살짝곰보인 친한 아지매가 밥도 팔고 술도 파는 식당의 주인이며 특별히 안주를 주문하지 않아도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단골집 아지매입니다. 그런데도 짓궂은 선배는 곧잘 은근슬쩍 농담을 던집니다 누가 농담을 함부로 합니까? 아무나 할 수 없는 농담!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농담! 그럴만한 사이라야 하는 흥겹고, 눈물 나고, 안타깝고, 가슴 뭉클한 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 농담이지요. 추억 속에 염매시장 아지매는 빠른 세월을 탓하며 속마음을 구수한 농담으로 일깨워 주던 절절한 노래 같은 이야기를 말 하려 합니다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요즘 같은 시기에 열이 나거나 기침을 하게 되면 스스로는 주위를 신경 쓰게 된다. 타인에게 증상이 보이면 한번 돌아보고 될 수 있으면 거리를 두려 한다. 더구나 아이가 기침하면 가슴이 철렁하게 되고 그것도 얕은 기침도 아니고 얼굴이 빨개지도록 기침하는 아이를 보면 속상하고 겁이 난다. 감기, 또는 코로나에 걸렸나 싶어서 진료를 보면 기관지 천식이라는 진단을 받기도 한다. 천식이라는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이 겁부터 난다고 한다. 천식이라는 질병은 폭넓게 보면 기관지가 좁아진 상태이고, 세부적으로 보면 기관지를 구성하는 연골링이 위축되어 좁아진 상태이다. 따라서 어린이들에게 연골링이 위축되는 때는 없으므로 진정한 의미의 천식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어린이 천식 환자들을 종종 접하게 되는데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눠볼 수 있고 천식에 준하는 치료를 하게 된다. 첫 번째 어린이 천식의 유형은 코에서 출발하여 기관지까지 이르는 호흡기 통로가 좁은 경우이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호흡기 통로가 좁게 태어나 만7~8살 무렵에 정상적인 크기를 확보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상대적으로 더 좁게 태어난 아이들의 경우 호흡기 통로가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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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미날교를 건너지 않고 계속해서 둑길로 직진했다. 벚나무는 둑의 왼쪽에 줄지어 심어있다. 평창강은 조금 흐르다가 두 갈래로 갈라진다. 강둑의 오른쪽에는 집들이 이어져 있는데, 특히 마지막 집은 매우 특이했다. 돌로 식탁과 의자를 만들어 놓았다. 물레방아도 보이고 커다랗게 하트 모양을 만들어 놓았다. 정원수에는 까만 비닐 같은 것이 걸려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비닐이 아니고 크리스마스 때에 장식하는 작은 전구를 연결한 줄들이 걸려 있었다. 밤에 전구를 켜면 멋있겠다. 은곡이 앞장서서 들어가 주인장과 수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더니 우리더러 들어오란다. 시계를 보니 3시 10분. 걷기 시작한 지 90분 정도 지났으니 여기서 쉬어도 좋겠다. 주인장은 이곳 출신으로서 서울 광화문에서 세척제 사업을 한다고 한다. 주말이나 휴일에만 와서 지내는 별장 같은 집이다. 텃세 같은 것은 없느냐고 물어보니, 이 마을 이장도 초등학교 동창이고 친척도 여기 살고... 전혀 문제가 될 리가 없다. 우리는 배낭을 내려놓고 내가 가져온 군고구마를 나누어 먹었다. 은곡은 걸망에서 막걸리를 한 병 꺼내어 먹는다. 그는 막걸리를 매우 좋아한다. 주인장은 우리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사초(史草) 임금이 되는 순간 두 가지 규율 속으로 들어간다. 그 하나는 경연을 이어가야 하고 다른 하나는 궁에서 일어나는 모든 임금의 말과 행위는 사관의 기록으로 역사에 남겨져야 한다. 임금은 현재에 사는 게 아니고 미래에 사는 것이고 평가도 현재에서뿐만 아니라 역사 속에서 받게 된다. 임금은 개인이지만 가문(家門)이고 가문이지만 국가가 되어 있다. “이방원이 정몽주를 살해한 직후, 이성계 일파는... 공양왕에게 이방과를 보내어 정몽주의 죄를 따질 것과... 결국 공양왕의 굴복을 받아 내어(《태조실록》 총서 131번째 기록) 곧이어 ‘화가위국(化家爲國, 집안이 변하여 나라가 됨)’하였다.” 한 가문이 변하여 나라의 기초가 된 것이다. 조선이 시작되고 역사기록은 이어진다. 개인에게 족보와 문집이 남겨지듯 마치 이의 연장선에 사초가 있는 듯하다. (왕가의 어진과 족보는 선원전-璿源殿에 보관한다.) 사초(史草)란 좁은 의미로는 전임사관인 예문관 봉교ㆍ대교ㆍ검열이 남긴 역사기록의 초고(草稿)며, 넓은 의미로는 전임사관과 춘추관 사관이 남긴 기록을 포괄하는 말이다. 사초는 두 부로 작성되는데 하나는 사관들이 자신의 견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