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양반ㆍ비비 재담 넘기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쳐 죽일 비비놈아 비비야 비비선생 비비새, 비비추는 내 익히 들었다만 무신 책, 무신 장면에 등장하는 이름인고? 책만 잡았다 하면 눈꺼풀이 축 처지니 설령 읽었다 한들 기억이나 나겠느냐 인명 편 찢어진 부분에 살짝 나오고 없느니라 아하! 그 찢어진 책? 나도 전에 읽었다오 근데 참말로 무엇이든 다 잡아묵소? 생고기 썩은 고기도 안 가리고 잡수신다 자란만 갱물에 사는 치들도 잡아묵소? 치라쿠모 멸치 꽁치에 털치 준치 말하는가? 만난 것, 아작을 내어 비늘 째 먹고 싶다 펄펄 튀는 여치에 뻔득뻔득 산갈치 뿔 두 개에 다리가 넷, 꼬리 달린 송치*는? 육회든 숯불구이든 통째로 씹어보자 입은 욕바가지 마음은 놀부 심보 대가리는 꼴통에다 뱃거죽은 똥자루인 양반도 설마 묵겄나 이것만은 못 묵겄제? 쟁반 위의 양반이라! 듣던 중 반가운 소리 딱 한 놈 모자라는 백 놈을 먹었으니 승천이 머잖았구나 고맙도다 횟감이여 ※송치: 송아지의 경상도 방언 <해설> 오광대놀이에선 주로 춤으로만 이야기한다. 그런데 흥이 나면 간혹 재담을 넘기도 한다. 이를테면 “자란만 갱물에 사는 / 치들도 잡아 묵소? / 치라쿠모 멸치 꽁치에 / 털치 준치 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