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금’과 ‘줄’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지난 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국어 시험지에, “다음 밑금 그은 문장에서 맞춤법이 틀린 낱말을 찾아 고치시오.”에서와 같이 ‘밑금’이라는 낱말이 자주 나왔다. 그런데 1960년대를 넘어서면서 ‘밑금’은 시나브로 꼬리를 감추고 ‘밑줄’이 슬금슬금 나타나더니 요즘은 모조리 ‘밑줄’뿐이다. “다음 밑줄 친 문장에서 맞춤법이 틀린 낱말을 찾아 고치시오.”와 같이 되어 버린 것이다. 도대체 시험지 종이 바닥에다 무슨 재주로 ‘줄’을 친단 말인가? ‘금’은 시험지나 나무판같이 바탕이 반반한 바닥 또는 바위나 그릇같이 울퉁불퉁하지만, 겉이 반반한 바닥에 만들어진 자국을 뜻한다. ‘자국’이라고 했지만, 점들로 이어져 가늘게 나타난 자국만을 ‘금’이라 한다. 사람이 일부러 만들면 ‘금을 긋다’ 하고, 사람 아닌 다른 힘이 만들면 ‘금이 가다’ 또는 ‘금이 나다’ 한다. 사람이 만들 적에 쓰는 움직씨(동사) ‘긋다’의 이름꼴(명사형)이 곧 ‘금’이고, ‘그리다’와 ‘그림’과 ‘글’도 본디 뿌리는 ‘긋다’에서 벋어난 낱말이다. ‘줄’은 반반한 바닥(평면)에 자국으로 나 있는 ‘금’과는 달리,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이른바 입체로 이루어진 기다
- 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 2024-01-05 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