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부산의 경서도 소리꾼, 하인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상주(尙州) <전국민요경창대회>에 출전, 대상(대통령상)에 올랐다는 이야기, 여러 사람 앞에서 소리를 하거나, 발표회, 경연대회를 치를 때에는 누구나 긴장하게 마련이어서 실력 발휘가 어려운 법인데, 연습과정이 탄탄하여 무난히 목표점에 도달했으며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그가 부른 곡명들은 수심가 토리인 <공명가-孔明歌>, <초한가-楚漢歌>, 그리고 <산(山)염불>이었다. <경 토리>를 비롯하여 <수심가>, <육자배기>, <메나리> 등등, 각각의 소리제에는 오랜 세월을 그 지역에서 살아 온 토착민들의 감정이 녹아 있기에 기쁨과 슬픔의 대조적인 표현 등이 노래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서도지방의 수심가토리가 어떻게 남쪽에서 확산이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 궁굼하다. 서도소리의 특징적인 선율형이나 창법, 또는 다양한 표현법 등이 독특하여 명창들의 소리를 통해, 또는 음반을 통해 호감이 가게 되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지금 인천 월미도의 한국이민사박물관(관장 김상열)에서는 <역경을 딛고 우뚝 선 조선인, 자이니치, 다시 재일동포> 전이 열리고 있다. 재일동포, 재미동포, 재프랑스동포와 같은 낱말은 한국인이 해당 나라에 가서 둥지를 틀고 사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지만 ‘재(在)’ 자를 붙인다고 해서 다 같은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다. 특히 재일동포와 재중동포(조선족) 등은 오늘날 이민 형식으로 건너가 자리를 잡은 ‘재미동포’ 등과는 출발부터 다르다고 봐야 한다. “82만여 명의 재일동포(在日同胞)가 일본에 살고 있습니다. 재일동포의 궤적은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가운데 줄임) 해방 이후 일본에 남은 조선인은 제도적, 민족적 차별과 싸우며 스스로 ‘자이니치(在日)’라 부르며 일본 사회에 자리매김했습니다.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정상 국가를 꿈꾸는 모국에 무한한 사랑을 보냈던 이들을 우리는 ‘재일동포’라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동포인 재일동포. 그들을 알고자 하지 않았던 우리. 이번 전시를 통해 모국과 함께 해왔던 이들이 누구보다도 가까운 동포임을 느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는 <역경을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오는 10월 13일부터 내년 2월 18일까지 제주 제주시 일주동로 ‘국립제주박물관’에서는 <가장 가까운 위로 - 제주 동자석과 영월 나한상> 전시가 열린다. 돌이 있다. 영겁의 시간에도, 가혹한 비바람에도 그저 제자리에 있다. 오래된 돌사람이 있다. 해사하지도, 사납지도 않은 얼굴로 그저 담담하게 있다. 돌사람은 말없이 말을 걸어온다. 사람은 말없이 대답한다. 오래된 돌사람과 오늘의 사람은 마음으로 말을 나눈다. 여기 제주와 영월의 돌사람이 있다. 먼 시간 먼 길을 건너 한자리에 만났다. 제주에서 오래된 돌사람과 나누는 삶에 대한 말 없는 대화에 초대한다. 관람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며, 월요일은 쉰다. 입장료는 없으며, 전시에 관한 문의는 국립제주박물관 전화(064-720-8104)로 하면 된다.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이것 역시 지도≫는 비영토적 지도 그리기에 관한 생각과 그것의 실행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비엔날레에서 소개하는 작품들은 전지구적으로 진행중인 물리·문화적 변위와 재정착, 눈에 보이지 않는 인프라와 미디어, 그리고 공존을 위한 협력을 조망하고, 오늘날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국경, 시스템과 정체성의 문제에 다가간다. 이와 같은 작품들과 더불어 이번 비엔날레는 디아스포라와 이주, 그리고 지도에 표시된 영토 밖에서 살아 숨쉬는 사회 생태계를 기반으로 대안적 개념의 매개와 관계맺기를 살펴보고 있다. 비엔날레가 제안하는 매개의 방식은 서울 안에서 전개되는 다양한 국제 관계의 맥락, 그리고 도시와 국가 안팎에서 자의든 타의든 여러 번 집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의 입장에 연결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비엔날레는 영토의 경계 밖에 있는 많은 것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오늘날 사회적이고 물질적인 네트워크가 작동하는 방식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초국적인 양상으로 진행되는 연대, 지하자원의 채굴, 코드화된 방식의 데이터·인프라 구축과 예술적·정치적 커뮤니케이션 등 국경을 넘어 생성되었거나 때로는 강요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오는 10월 19일 밤 8시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는 강요찬 <구조와 의식> 무용 공연이 열린다. 탄생의 순간부터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 우리는 모두 구조 안의 존재로 살아왔다. 정해진 목적 없이 세상에 내던져진 우리는 구조의 억압으로 인해 무너지기도 구조의 관용으로 다시금 살아나기도 한다. 이러한 아이러니 사이에서 형체를 알 수 없는 불편함이 감지되었을 때 구조에 대한 무의식은 의식으로 전환된다. 그렇다 자유를 향한 몸짓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구조와 의식>은 구조와 인간의 관계를 조명하고, 옳고 그름의 기준마저 희미해진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성에 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신이 속한 구조의 모순을 인지한 인간은 탈출을 시도하고 탈출이라는 동기는 구조의 해체를 끌어낸다. 억압에서 벗어난 인간은 의식이 발현된 처음 순간부터 자신이 그려왔던 이상을 현실에 구현하려 한다. 그러나 구조 안의 존재가 온전히 자유로워지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그렇게 이상을 향한 도전은 모호성을 품은 또 하나의 구조라는 의도에 어긋난 결과물을 남기고 새로운 세계
[우리문화신문= 금나래 기자] 국회도서관(관장 이명우)은 「초고령사회 일본의 개호(간병) 분야 현황과 과제: 노노(老老)개호와 개호난민을 중심으로」를 다룬 『현안, 외국에선?』(2023-17호, 통권 제67호)을 발간했다.(9월 26일) 최근 우리나라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인 돌봄 수요 증가와 간병인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간병인 취업 가능 비자 범위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농어촌에서 5년간 요양보호사로 근무한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우리보다 15년 먼저 초고령사회를 경험한 일본은 지난 2000년 고령자 ‘개호(介護)’(돌봄 또는 간병)를 사회 전체가 책임지는 ‘개호보험제도’를마련하였으나, 제도 운용 20년 만에 피보험자는 1.6배, 간병을 필요로 하는 요(要)개호 인정자는 3배, 서비스 이용자도 3.7배 늘어난 상황을 맞이하였다. 일본의 간병 인력 부족 문제는 일본 후생노동성의 2022년 국민생활기초조사 결과에도 나타난다. 이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65세 이상의 고령자를 돌보는 ‘노노(老老)개호’ 비율이 63.5%를 기록했고, 간병이 필요한 상태지만 재택 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73-74) 지금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죽을힘을 다해 막아 싸운다면 능히 대적할 방법이 있습니다. 비록 우리의 배가 수는 적지만 신이 죽지 않는 한 적은 감히 우리를 얕보지 못할 것이옵니다. 이 든든한 장계를 쓴 주인공은 잘 알려진 것처럼, 성웅 이순신이다. 그는 존폐 위기에 선 조선의 수군과 마지막 남은 12척의 배로 조선 바다를 지켜냈다. 역사에 길이 빛나는 명량대첩은 나를 알고, 적을 알고, 때를 알았던 이순신의 승부수였다. 그러나 이 모든 공로의 이면에 조선의 명재상, 류성룡의 빛나는 지원이 있었다는 사실은 뜻밖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규희가 쓴 이 책,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는 무척 소중하다. 책의 부제인 ‘이순신과 류성룡의 임진왜란 이야기’가 보여주듯, 이 책은 이순신을 있게 한 ‘동네 형’ 류성룡의 역할도 비중 있게 다뤘다. 류성룡과 이순신은 어린 시절 남산 아래 건청동에서 함께 뛰어놀며 자란 사이였다. 건청동은 오늘날 이순신 장군의 시호 ‘충무’를 써서 ‘충무로’라 불리는 지역이다. 류성룡은 이순신에게 동네 형이자 인생 지도자였다. 이순신은 나이는 류성룡보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비판론자들은 찰스 다윈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성스러운 하느님의 자녀인 인간인데 그 조상을 원숭이로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어찌 되었거나 진화론은 대부분 과학자의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이족보행을 하기 전에 태초의 유인원은 나무 위에서 살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유인원 대부분이 나무 위에서 수상(樹上)생활을 하고 있으니까요. 땅에 익숙해진 인간은 나무가 불편하겠지만 유인원들은 땅이 더 불편할 수 있습니다. 생활 양식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인간이 나무를 버리고 땅을 선택한 까닭이 뭘까요? 어쩌면 나무보다도 땅이 생존을 위하여 유리했을 수 있습니다. 나무 위의 생활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먹을거리와 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또한, 나무는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에 취약하지요. 인류 첫 문명은 모두 땅에 정착한 문명입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사이의 비옥한 평야에서, 이집트 문명은 나일강 유역에서, 인더스 문명은 인더스강 유역에서 황하 문명은 누런 황허강 강가에서 발전했으니까요. 이들은 모두 땅의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땅은 강이나 바다와 같이 물이 있는 곳을 뺀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오는 10월 6일부터 11월 12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는 연극 <굿닥터> 공연이 열린다. 토니상, 골든글로브상, 퓰리처상 등 각종 트로피를 휩쓸며 브로드웨이의 전설로 불리우는 작가 닐 사이먼! 그는 러시아 작가 안톤 체홉에 대한 존경심으로 체홉의 단편을 각색한 <굿닥터>를 발표했다. 이번 무대에 올리는 <굿닥터>는 브로드웨이의 전설 닐 사이먼이 안톤 체홉의 익살스럽고 재치 있는 단편들을 각색해서 엮은 옴니버스 희곡으로 서울시극단이 김승철 연출과 동시대적 감각으로 더욱 쉽고 재미있게 만든 연극이다. 연극 '토카타', '햄릿' 등에서 섬세하고 깊은 내면의 연기를 보여준 김수현 연극 ‘장녀들’ 등에서 묵직한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김귀선 서울시극단의 대체불가 배우 정원조, 이승우 등 개성 있는 실력파 배우들과 함께 닐 사이먼의 <굿닥터>를 서울시극단만의 스타일로 완성한다! 인간의 본질을 통찰한 휴먼코미디! 코미디지만 그 안에서 삶의 갈등과 어려움을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여 인간애를 듬뿍 담았다. 아울러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우리 주변을 따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인간이 창조한 정원은 자연에 대한 모방과 자연 속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되어 독립된 하나의 세계, 혹은 생태계로 조성됨으로써 새로운 풍경을 형성한다. 정원은 ‘담장이나 울타리로 둘러싸인 폐쇄된 공간’이라는 어원에서 출발한다. 주로 자연 재료와 인공물을 세심하게 배치하고 조합하여 완성되는 정원은 자연과 문화의 정교한 결합체로 인간의 오랜 미적 욕망과 자연을 즐겨온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 이 전시는 자연과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예술가들의 반응이자 상징적 의미로서 ‘정원’을 탐구하는 전시다. 전시된 작품들은 실재와 허구, 모방과 복제의 문제를 다루거나 오늘날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생태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참조하고 재현하는 방법론적 실험을 시도한다. 자연을 모티프로 하여 개인의 정체성에서 비롯된 심리 상태를 은유적으로 드러내거나 관람객과 상호 작용하는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기도 한다. 이는 세계를 향한 작가들의 예민한 시각과 감각, 그리고 해석의 결과이기도 하다. 전시명 ‘공중정원’은 고대 바빌론에 존재했다고 전해지는 거대한 계단식의 옥상 정원이다. 그것이 실제로 존재했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으나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