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요즘 걷기 열풍이다. 그것도 맨발로 걷는 게 바람을 일으켜 높지 않은 산길이나 잘 가꿔진 공원길에서도 맨발로 걷는 분들이 많이 보인다. 이럴 때마다 생각나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걷는 길로 가장 좋은 곳이라는 문경새재 관문길이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걷고 싶은 길 1위로 뽑혔다는 소식을 듣고 늘 마음에 달고 있었다가 드디어는 걸어보기로 작심하고 도전해본다. 전날 밤을 새재 입구의 ‘국민여가캠핑장’에서 묵어 아침 햇살을 등에 지고 눈앞의 주흘산에서 안개가 걷히는 광경을 눈으로 맛보고는 우리는 걸음을 시작한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관도(官道)로서 영남지방에서 소백산맥을 넘어 서울로 가는 가장 큰 이다. 옛날 지역 수령으로 임명받은 신임관찰사가 구관찰사와 교대하는 곳, 영남의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서울로 올라가는 길의 흔적이 남아있고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 등 세 개의 관문이 있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길인데, 무엇보다도 가장 걷기 좋은 길로 소문이 나 있다. 이곳 바로 옆 주흘산 동쪽 계곡이 고향인 필자로서는, 문경새재 이야기만 나오면 속으로 켕긴 것이, 실제로 문경 새재길을 다 걸어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게 모
[우리문화신문=신부용 전 KAIST 교수] 한글이 과학적인 글자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러나 이는 주로 글자의 제작원리나 초ㆍ중ㆍ종성으로 이루어지는 소리표기 방식 등 본질적인 점을 내세웁니다. 글쓴이는 한글의 과학성을 공학적 관점에서 보고 그 활용 가능성을 보이고자 합니다. 훈민정음에 새겨진 과학성을 개발하면 우리가 문화와 언어기술 방면에서 절대적인 강국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입니다. 이 ‘한글이야기’를 연재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2030년 부산 만국박람회가 성사되면 한글을 세계 문자로 등극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 전에 한글의 자질을 갖추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한글20’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글자는 필요에 따라 진화하는 것 ‘한글20이라니, 한글을 바꾸자는 말인가?’ 하고 거부감을 가질 수 있겠지만 애초 글자라는 것은 말을 기록하기 위해 만든 기술이므로 말이 진화하면 글자가 따라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현행 한글은 우리가 역사상 가장 불우했던 시절의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세계 문화와 기술을 이끌어가는 선진국이 되어 있습니다. 현행 한글이 지금은 물론 앞으로 짐이 되지 않을지 점검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한 금수강산이라 말한다. 이러한 사계절의 변화를 일상에 접하면서도 봄은 언제부터인지 여름은 언제부터인지를 묻게 되면 정확한 답을 하는 사람들이 드물다. 우리나라는 양력과 더불어 음력을 쓰므로 다양한 답이 나오게 된다. 가장 보편적인 4계절의 구분은 24절기를 참고하여 말한다. 24절기를 기준으로 하여 여름의 시작은 입하(立夏)가 있는 5월 6~7일부터를 말하고, 장마철이 시작되는 하지(夏至)가 있는 6월 21~22일 무렵부터 본격적인 여름이 온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장 덥다고 느끼는 여름의 정점은 24절기 대서(大暑)가 있는 7월 23~24일 무렵이다. 지금 우리는 24절기 하지(夏至)를 지척에 두고 있다. 곧 절기상으로 보나 일상의 환경으로 보나 본격적인 더위와 장마가 시작되는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건강한 생활을 하기 위해 유의할 점을 짚어보기로 하자 1. 더위에 대한 대비 우리나라의 4계절에서 여름은 가장 건강할 수 있는 계절이라 할 수 있다. 여름에 우리가 적응해야 할 과제는 더위라는 비교적 쉽게 이겨낼 수 있는 단순한 외부요인이다. 이러한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여름이라는 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새벽 6시에 잠이 깨어 일어나 보니 연담거사가 안 보인다. 어디로 갔을까? 한참 지나 단정한 모습의 연담거사가 들어온다. 물어보니 새벽 4시에 일어나 택시를 타고 무등산에 있는 증심사에 가서 참선을 1시간 하고 왔단다. 부지런하기도 하지. 불교를 믿으려면 저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증심사에 가 보니 법정 스님이 법회를 하러 오신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더란다. 법정 스님은 내가 좋아하는 스님인데. 나는 법정 스님의 작은 수필집 《무소유》를 좋아한다. 혼자 읽기에는 정말 내용이 좋고, 또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환경 문제의 해결책이 담겨 있는 책이라고 생각되어 나는 내가 가르치는 모든 과목에서 학생들에게 《무소유》를 읽고 독후감을 3장 이상으로 써내라는 과제를 낸다. 독후감을 내는 학생에게는 무조건 5점을 준다. 이러한 다소 엉뚱한 과제를 1990년부터 시작했으니까 아마도 3,000권 이상 책을 팔아주었을 것이다. 그날은 바빠서 증심사에 못 갔지만 언제 법정 스님을 만나면 내가 많은 책을 팔아주었으니 점심이라도 한 끼 사시라고 청해야겠다. (주: 그 후 인연이 닿지 않아서인지 법정 스님을 만나지는 못했다. 스님은 2010년에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세종을 도와 세종르네상스를 만든 인물들을 살피고 있다. 윤회와 정흠지를 살펴보자. 윤회(尹淮, 우왕 12, 1386 ~ 세종 18. 1436) 전라북도 고창군 출신으로 고려 말에서 조선 초 문신이다. 윤회(尹淮)는 조선 초의 대표적인 문한관(文翰官, 문필에 관한 일을 하는 직책)으로서 국가의 여러 편찬 사업에 참여하고 많은 글을 지었으며, 경연에서 여러 차례 경사(經史)를 강론하였다. 활동사항 윤회는 나이 10살에 《통감강목(通鑑綱目)》을 외울 정도로 총명하고 민첩하였다. 태종 1년(1401) : 증광문과에 을과로 급제한 뒤 좌정언, 이조좌랑ㆍ병조좌랑, 이조정랑ㆍ예조정랑과 지승문원사(知承文院事)를 거쳐 변정도감(辨正都監)이 되어 송사를 판결함이 공명하고 진실하였다. 태종 17년(1417) : 승정원의 대언(代言)이 되었다. 태종이 일찍이 윤회에게 이르기를 “경은 학문이 고금을 통달했으므로 세상에 드문 재주이고, 용렬한 무리와 견줄 바가 아니니 힘쓰라” 하였다. 임금은 곧 윤회를 병조참의로 삼아 가까이 두고 늘 ‘순정(純正)한 학자’라 일컬었다. 세종 4년(1422) : 집현전이 설치되자 부제학으로 임명되고 다시 예문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봄이 사실상 마감되고 더위가 시작된다고 호들갑 비슷하게 떨던 게 보름 전, 그때 24절기 소만을 지났다고 했는데 다시 보름이 지나니 이젠 소만 다음의 절기인 망종이란다. 망종? 어감상으로는 망둥이 같은 종자... 뭐 이런 뜻이 아닐까 싶은데 그것은 한자로 ‘亡種’이고, 지금 이야기하는 절기상의 망종은 ‘芒種’이다. 앞의 ‘亡’은 망할 망이니 별로 전망도 없는 개망나니 같은 종자라는 뜻이라 생각되는데, 뒤의 ‘芒’은 작물의 수염 부분을 뜻하는 글자이니 곧 벼나 보리의 이삭 부분에 나오는 까칠까칠한 까끄라기(난 까시랭이로 들었지만 이게 표준어인듯)를 말함이렸다. 우리들이 도회지에 살다 보면 벼건 보리건 다 껍질을 벗기는 도정작업을 해서 매끈한 속 알곡만 보는데 우리 어릴 때는 시골에서 크다 보니 까끄라기들을 보는 것은 물론 여름에 보리 타작, 가을에 벼 타작한다고 탈곡기나 도리깨로 털어내는 과정에서 끼끄라기들이 공중으로 날아들어 목덜미가 근질근질한 경험이 다 있는데 우리야 그렇지만 우리 애들, 손주들은 이런 경험도, 이런 말도 모를 것이다. 경험하지 않았으니 모르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이 세상 식물의 생장에 관
[우리문화신문=신부용 전 KAIST 교수] 전번 이야기에서 ‘한글20’은 기본자음과 기본모음이 각각 10개씩이라 이들에게 수치 기호를 붙여 한글문서를 간단히 수치화할 수 있고 이는 곧 인간의 말소리를 수치화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소리를 수치화하는 것은 녹음기의 핵심기술입니다. 따라서 한글20은 녹음기에 비교되는 고도의 기술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한글20’은 녹음기보다 한 차원 높은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녹음기는 소리의 저장과 재생이 기술 전부지만, 한글20은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문서화 기술까지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한글20은 엄청난 기술적 가능성을 가졌으며 이러한 기술을 연구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쓴이는 이 분야를 한글공학이라 이름하고 2010년 KAIST에 한글공학연구소를 만들어 5년 동안 연구를 수행한 바 있습니다. 한글공학의 범위 한글공학의 범위는 한글공학연구소의 첫 과제에서 그 윤곽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과제의 목적은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만국어 컴퓨터 문자입력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언뜻 듣기에 실현이 가능한 과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떻게 만국어를 입력하는 자판을 만들어 낼 것이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한의학적 관점으로 보면 장부마다 건강에 대한 접근이 달라진다. 간은 청간(淸肝)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데 우리 몸의 장부조직에서 청(淸)을 사용하는 조직은 뇌(腦)에서 이루어지는 청뇌(淸腦)와 간에서 이루어지는 청간(淸肝)이 대표적이다.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한의학의 건강법은 보약(補藥)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간을 건강하게 하는 방법으로 보약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간의 건강은 간을 맑게 하는 ‘청간(淸肝)’이 방법이다. 간이 건강을 잃어버렸을 때 가장 보편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지방간(脂肪肝), 간경화(肝硬化)라는 것을 떠올리면, 간을 맑게 하는 방법이 지방간을 예방하고 간경화를 방비하는 가장 쉬운 길임을 알 수 있다. 곧 앞서 언급한 간이라는 공장과 창고가 본래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공장의 기계에 때가 끼지 말아야 하며 창고가 본래의 면적을 유지해야 한다. 1. 간으로 유입될 때 부담을 줄여야 우리가 먹은 모든 음식물은 소화 흡수되어 간으로 유입된다. 간은 유입된 영양물질을 내 몸의 구성성분으로 만들기 위하여 마저 소화하고 해독한 뒤에 내 몸에 맞는 구조로 변환시키는데 이를 동화(同化)작용이라 한다. 이렇듯 유입된 음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 카페는 평범한 술집이었다. 물수건이 나오고, 맥주가 나오고, 안주가 나오고, 웨이터 총각이 아가씨를 둘 데리고 들어오고. 이 자리를 빌려 토로하건대, 나는 술 따르는 아가씨들에게 불만이 많다. 조선시대에 기생은 나름대로 뚜렷한 직업의식을 가졌으며 엄격한 교육 과정을 거쳐 배출되는 떳떳한 직업인이었다. 기생은 대개 천민 출신이었는데, 정2품 이상의 관리에게 사랑을 받으면 신분이 상승하기도 했다. 기생의 딸은 자동적으로 기생이 되는 식으로 세습되었는데, 유명한 황진이는 그 어머니가 기생이었기 때문에 기생이 되고 만 것이다. 특히 관기(官妓)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기생으로서 말하자면 공무원 신분이었는데, 관기가 되기는 매우 어려웠다. 3년마다 전국의 관기 가운데에서 150명을 뽑아 시(詩), 화(畵),가(歌), 무(舞), 악(樂)의 다섯 가지 기예를 매우 엄격하게 교육시켰다. ‘기생은 재생(才生)’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들의 온갖 재주는 오늘날의 전통예술로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으며, 일제강점기 때는 기생들이 국채보상운동에까지 대거 참여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 기생들이 꼭 갖추어야 할 마지막 덕목은 지조였다. 이 덕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지구는 돈다. 세상은 움직인다. 우리들 모두도 움직이며 뭔가가 만들려고 분주하다. 이때 변하지 않고 가는 존재가 있다. 바로 시간이다. 그 시간을 보는 방법은 시간을 세우는 것이다. 아니 시간을 보는 사람을 세우는 것이다. 내가 멈추어야 시간이 가는 것을, 지나온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삶에 있어서 시간의 의미를 다시 씹어보게 된다. 어느 날 오후, 문득 나는 시간을 세우고 바라보는 드문 기회를 맛보았다. 보통 때 늘 고민하는 글쓰기를 이날 오후만큼은 하지 않기로 하였다. 서둘러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뜻. 마침 광화문 광장이다. 초여름이라고 분수가 뿜어내는 물줄기의 포말들이 포장된 지표면에서 잠시 더위를 식혀주고 있는 가운데 눈에는 저 멀리 광화문과 그 뒤의 근정전이 들어오는데, 핸드폰(우리 편집장님은 손말틀이란다)은 거기까지는 담아내지 못하지만, 어쨌든 텅빈 광화문은 요즘 바빠진 용산, 대통령실 부근에게 분주함과 시끄러움을 밀어내주고 조용하다.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의 도란도란하는 말소리가 들릴 정도이니 말이다. 내 발길은 사직터널 쪽으로 향했다. 갈아타야 할 버스를 한 번에 타려면 서대문쪽으로 가면 되기에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