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어을우동, 신사임당, 황진이, 허난설헌, 김개시, 김만덕. 역사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도 한 번쯤은 사극이나 소설에서 들어봤을 법한 이름들이다.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폭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조선’이라는 시대, 그 한계의 틈새를 비집고 자신의 재능과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았던 여섯 명의 여인들. 그들의 삶은 당대에도 실록을 비롯한 각종 문헌에 이름이 남을 만큼 화제를 모았지만, 수백 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각종 사극과 소설을 통해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그들이 역사에 남을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인가? 온어롤북스의 책 《조선왕조여인실록- 시대가 만들어낸 빛과 어둠의 여인들》을 공동 집필한 4인의 저자들은, 요즘 시대에 살았다면 역사책에 이름을 남기지 못했을 그들이 역사에 남게 된 것은 ‘조선’이라는 시대적 특수성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렇기에 그들을 그토록 남다른 인물로 만든 시대적 배경을 먼저 살펴보고, 여성의 사회적 활동에 제약이 심했던 시대에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기에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는지, 각종 사료에 상상력을 더해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의 삶은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아도 범상치 않다. 고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새해가 다가온다. 사주보러 가는 사람이 많아질 시기다. 한 해가 시작될 무렵, 올해의 길흉화복과 풀리지 않는 인생의 문제들에 대한 조언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철학관은 늘 북적거린다. 미래를 궁금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며,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어찌 보면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한 인간의 본능이다. 사주로 과거를 보면 '모든 게 내 잘못은 아니었다'는 위안을, 미래를 보면 '내일이 어제보다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얻을 수 있으니 이래저래 매력적인 수단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따금, 사주를 보러 간 여성들은 느닷없이 '팔자 센' 여자가 되어 역술인의 꾸지람(?)에 가까운 해석을 들으며 참담한 기분을 느끼곤 한다. '여자 팔자가 너무 세다', '남자로 태어났으면 더 좋았을 팔자다', '팔자에 남자복이 없다' 등 ... 표현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좋은 남편을 만나 자식을 잘 낳고 현모양처로 사는 인생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과연, 남자에게도 여자복을 놓고 이렇게 '팔자 세다'는 표현을 쓸까? 아마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이성운에 관한 한, '팔자 센 사주'는 여성의 전유물이었다. 이런 일방적인 사주 해석에 반기를 든 책 《내 팔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누구나 단 한 번 살고, 단 한 번 죽는 인생. 그 한 번의 삶을 어찌 살아야 하는가. 또, 그 삶에 주어진 한 번의 젊음을 어찌 보내야 하는가.” 이는 서른을 맞은 우당 이회영이 자신에게 던진 준엄한 질문이었고, 이후 예순여섯의 나이로 눈을 감을 때까지 전 일생을 바쳐 그 질문에 답하게 됩니다. 이 이회영 선생을 그리는 책 《한번의 죽음으로 천 년을 살다》가 김태빈ㆍ전희경 공저로 레드우드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진 이 책의 1부에는 이회영 선생과 그 가족의 삶이, 2부에는 우당기념관에서 국립서울현충원까지 이회영 선생과 관련된 장소들이 3개의 코스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특히, 서울에 남은 적지 않은 유적 가운데 사라진 곳과 보기 힘든 곳들을 일러스트로 되살리고 발품을 팔아 생생한 사진을 제공한 점이 돋보입니다. 이회영 선생은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오성 이항복의 10대손으로, 선생의 집안은 이항복 이후 6명의 정승과 2명의 대제학을 배출한 명문가 중의 명문가였습니다. 이회영 선생의 아버지 이유승 역시 한성판윤과 이조판서 등을 지낸 고위관료였고, 6형제의 재산은 대충 헤아려도 오늘날 값어치로 600억이 넘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당인 종묘 다음으로 큰 사당인 칠궁에는 임금을 낳았으나 왕비가 되지 못한 일곱 후궁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은 운 좋게 왕위를 이어갈 왕자를 낳았으나 끝내 왕비가 되지 못했던, 그래서 죽어서도 임금 곁에 잠들 수 없었던 일곱 여인의 삶을 연민과 공감의 필치로 그려낸다. 1392년부터 1910년까지 조선의 왕위를 승계한 27명의 임금 가운데 왕비 소생은 15명에 불과하며, 12명은 방계 혈통이다. 왕비가 왕위를 이어갈 대군을 낳지 못하면 후궁 소생의 아들이 왕위를 이어갔다. 1부 ‘실제 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에서는 광해군이 폐위되면서 칠궁에 들지 못한 공빈 김씨, 경종의 생모로 궁녀에서 왕비까지 초고속 승차한 희빈 장씨, 무수리 출신으로 최장수 왕 영조를 낳은 숙빈 최씨, 명문가에서 간택되어 순조를 낳은 수빈 박씨를 다룬다. 2부 ‘추존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은 손자 능양군이 왕위를 이음으로써 인생의 만추를 맛본 인빈 김씨, 아들 효장세자가 정조의 양부가 된 덕분에 추존왕 진종의 어머니가 된 정빈 이씨, 추존왕 장조(사도세자)의 어머니 영빈 이씨,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