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젊은 베르테르의...술품?” 그렇다. 젊은 베르테르는, 슬프다 못해 술펐다(?). 슬픈 나머지 술을 퍼마셨다고 볼 수도 있겠다. 베르테르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이 기발한 제목 덕에 이 책을 펴들게 된 것도 사실이다. 베르테르가 술 푸겠다는데(?),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이 책은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이란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우리 술의 매력을 베르테르와 같은 젊은 청년의 감각에 걸맞게 요모조모 풀어낸 책이다. 가객 김창완과 전통주 전문가 명욱이 SBS 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의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꼭지에서 2년 동안 주고받은 우리 술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우리 술 입문서로 손색이 없거니와, 내용도 알차다. 1부 <술에 대해 궁금했던 모든 것>에서는 술의 어원과 유래부터 술의 역사까지 두루 다룬다. 발효주와 증류주의 차이,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술 문화의 역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3곳 등 우리 술 전반에 대한 기초 지식을 알차게 담았다. 2부 <전통주 만나러 가볼까?>에서는 조선 3대 명주인 감홍로와 이강주, 죽력고에 관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오랜만에 외국인에게 선물하기 좋은 격조 높은 한국문화 책을 만났다. 전통공예를 다룬 좋은 책을 여럿 출판한 ‘수류산방’에서 ‘18세기 조선의 일상과 격조’를 부제로 펴낸 《한국전통공예(Traditional Korean Crafts)》 책이다. 물론 한국 전통공예를 다룬 외국어책은 많지만, 이처럼 귀빈에게 선물하기 좋은 ‘명품’ 느낌의 책은 흔치 않다. 일단, 책이 아름답다. 격조 높은 도록을 연상케 하는 붉은 표지와 넝쿨무늬를 닮은 특색있는 띠지는 첫눈에도 이 책이 품은 고아한 아름다움을 잘 표현해낸다. 이렇듯 책인 듯 도록인 듯, 묘한 느낌을 자랑하는 이 책의 정체는 사실 도록이다. 2007년 7월 19일부터 8월 27일까지 한국공예문화진흥원과 주 국제연합 대한민국대표부의 공동 주관 아래 뉴욕 UN본부에서 열린 전시 <Traditional Korean Crafts>에 출품된 공예품을 담았다. 출품작들은 각 분야에서 수십 년간 헌신한 한국 최고의 장인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들로서, 중요무형문화재, 지방 무형문화재, 명장, 전수자 등 작가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최고의 장인들이 으뜸 기량을 발휘해 만든 최고의 작품들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삼성국문(三省鞫問)을 받던 범인이 옥중에서 물고를 당했다’ *삼성국문; 의정부, 사헌부, 의금부의 관원들이 함께 패륜을 범한 죄인을 국문하던 일 소설의 실마리는, 《조선왕조실록》에 쓰인 여덟 줄이었다. 이 사건은 단 한 번, 효종 1년(1650년) 2월 27일 기사에 등장한다. 주인을 살해한 죄로 삼성국문(三省鞫問)을 받던 범인이 옥사했다는 기록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여종이었던 범인이 자신이 한 남자를 찔러 죽인 것은 자복했으나, 그 남자가 자신의 주인인 것은 한사코 부인한 사실이었다. 작가 김별아는 이 대목을 수상히 여겼다. 그래서 《승정원일기》로 눈을 돌려 효종 즉위년(1649년) 11월 6일부터 사건에 관해 언급한 기사 40여 개를 찾아냈다. 조정에서 단순 살인사건을 이토록 여러 차례 다룰 리는 없기에, 그녀는 작가 특유의 ‘촉’을 발휘해 앙상한 사실의 뼈대에 풍부한 상상력을 덧댔다. 이 책 《구월의 살인》은 이렇듯 한 줌의 기록에서 탄생한 역사추리소설이다. 사실, 책장이 쉬이 넘어가진 않는다. 형사사건에서 쓰던 전문용어가 워낙 많고, 역사소설 특유의 예스러운 문체가 눈에 익을 때까지 시간이 걸린 탓이다. 그러나,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회기역에서 만나!” 우리는 날마다 지하철을 타고, 또 지하철역에서 만나기도 하지만, 그 역의 이름이 어디서 유래되었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무심코 지나치는 지하철역에도 그 나름의 유래와 역사가 숨겨져 있으니, 그런 역사를 알게 된다면 날마다 오가는 지하철이 좀 더 정겹게 느껴질 터이다. 이렇듯 일상에서 역사의 향기를 접하게 해 주는 책이 있다. 바로, 서울역사편찬원에서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역사강좌를 책으로 엮은 《지하철을 탄 서울 인물史》다. 서울 시민이 날마다 접하는 지하철역을 소재로 한 역사 이야기라니, 그 기획이 절묘하다. 늘 그 자리에 있던 지하철이라도, 숨겨진 역사를 알고 나면 달리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책에 소개된 지하철역은 모두 16개다. 이 역들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째, 광복 이후 일본식 지명을 청산하기 위해 잘 알려진 역사적 인물의 시호나 이름을 따서 지어진 역이다.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을 따른 을지로입구역과 을지로3ㆍ4가역, 이순신 장군의 시호 ‘충무공’을 따른 충무로역, 을사조약에 반발해 자결한 애국지사 민영환의 시호 ‘충정공’을 따른 ‘충정로역’이 이에 해당한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재밌다. 소리없이 웃긴다. 이토록 재기발랄한 글을 마주한 지 꽤 오래된 것 같다. 얼마간의 진지함이 섞여 있으면서도, 읽을수록 피식피식 웃음이 배어 나오는 이런 글은, 오히려 완전히 진지하거나 완전히 웃긴 글보다 훨씬 더 쓰기 어려운 법이다. 그런 면에서,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지역 축제’를 소재로 이토록 ‘조곤조곤 웃기는’ 글을 써낸 김혼비ㆍ박태하 부부에게 박수를 보낸다. 헌데, 이들은 어찌하여 전국 축제를 두루 유람하게 된 것인가? 그 시작은 ‘K스러움’의 근원을 파헤치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요즘 풍년인 각종 ‘K-’에 대한 저자들의 감상, 곧 ‘끈적끈적함’과 ‘매끈함’이 엉거주춤 결합한 ‘K스러움’을 탐험하기에는 한국의 지역 축제가 제격이라는 판단이었다. 책의 서문에서 밝히는 이 유람의 공식적인 동기는 이러하다. …술을 먹으면 ‘한국 사람들은 왜 이럴까’와 ‘한국이라는 공간은 왜 이럴까’ 같은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는데(여기서 ‘이렇다’는 긍정적ㆍ부정적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그것은 곧 어떤 종류의 끈적끈적함과 어떤 종류의 매끈함이 세련되지 못하게 결합한 ‘K스러움’에 관한 이야기로 귀결되곤 했다. 우리는 그 ‘K스러움’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자신만의 서재 갖기,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꿈꿔봤을 일이다. 서재를 꾸리고, 이름을 붙이고, 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를 흠뻑 느끼는 방법도 없다. 그러나 막상, 그런 공간을 정말로 가진 이는 매우 드물다. 다들 마땅한 공간이 없어서, 서가를 채울 책이 충분치 않아서, 서재를 꾸릴 시간이 없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서재 만들기를 주저하거나, 막연한 동경의 대상으로 남겨두곤 한다. 이렇듯 ‘서재’라는 공간은 여전히 일상의 영역으로 편입되지 못한 채 생경한 느낌을 주지만, 독서와 사색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나아가 인생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면 서재, 한 번쯤 만들어볼 만하지 않을까? 새삼 ‘서재’의 의미를 재발견하게 해 줄, 눈이 번쩍 뜨이는 책을 찾았다. 어린이책으로 나왔지만, 어른이 읽어도 깊은 깨달음을 얻기에 손색이 없는 이 책 《최고의 서재를 찾아라》가 이번 주의 주인공이다. 조선을 빛낸 8명의 지식인이 자신만의 서재를 꾸리게 된 과정, 그리고 그 서재가 자신의 삶에 가져온 변화를 담담히 회고하는 방식이다. 책은 ‘최고의 서재 공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이번에도 또…공부의 신(神) 이율곡, 9번 수석합격 신화를 쓰다!> 오늘날 이런 일이 있다면, 신문에 이런 제목으로 대서특필되지 않을까. 1564년(명종 19년), 대과 명경과의 최종합격자가 발표되던 날. 한양은 온통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의 탄생으로 술렁거렸다. 그 어렵다는 과거시험을, 9번 모두 수석으로 합격한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 이율곡. 500년 조선사에 이런 공부 천재는 없었다. 이 책, 《율곡의 공부》는 5,000원권 지폐의 주인공이자 신사임당의 아들인, ‘이율곡’이라는 전무후무한 공부 천재가 이뤄낸 9번 수석합격의 비밀을 9가지 공부법으로 풀어낸 책이다. 입지, 교기질, 혁구습, 구용구사, 금성옥진, 일목십행, 택우문답, 경계초월, 지어지선으로 요약되는 이 9가지 공부법은 저자의 상세한 설명과 어우러져 공부의 본질을 꿰뚫는 심오한 통찰을 제공한다. 사실, 사극이나 역사책에서 흔히 접하는 조선의 신하들은 그저 ‘공부 좀 했던’ 정도가 아닌, 난다긴다하는 수재들이었다. 조선에서 대과에 급제해 조정에 출사하는 것은 평생을 공부해도 뜻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만큼 소수의 수재에게만 허락된 일이었다. 대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김영갑. 제주가 좋아, 제주에 살며, 제주의 자연을 필사적으로 렌즈에 담은 한 예인의 이름이다.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제주에 온 사람들은 한 번쯤 ‘김영갑 두모악 갤러리’를 찾곤 한다. 이 갤러리는 사진작가 김영갑이 루게릭병을 앓으며 자신의 마지막 생의 불꽃을 태워 세운, 폐교를 개조한 사진 갤러리다. 필자 역시 이곳을 찾아 그의 사진에 크게 감명받은 적이 있다. 사진에 대해 평할 만큼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의 눈에도 그의 작품세계는 퍽 비범해 보였다. 제주의 바람이 스치는 찰나, 파도가 들이치는 순간을 기막히게 포착한 그의 사진은 바람소리와 파도소리가 함께 들리는 듯한 공감각적인 경험을 안겨주었다. 그는 어떻게 이런 사진을 찍게 되었을까. 《그 섬에 내가 있었네》는 예인 김영갑이 제주에서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찍었는지 생의 마지막 몇 달 동안 담담히 구술한 기록이다. 자신의 몸과 정신을 오롯이 사진에 바치며 너무나 몸을 혹사한 탓일까. 40대 초반, 루게릭병을 앓게 된 그는 출판사의 책 출간 제의를 받고, 자신의 사진 판형을 변형시키지 않고, 자신이 예전에 쓴 책에서 원고를 뽑아 쓰며 필요한 내용은 구술하는 조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역사는 예로부터 제왕들이 배우는, 경국(經國)을 위한 통치학이자 제왕학이었다. 역사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검증된 방법론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임금이 되고자 하는 자, 곧 제왕학 공부를 하는 이들은 역사를 통해 옛 선현이 마주한 갖가지 문제를 접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론을 배움으로써 경세의 도를 깨치고 리더십을 연마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수많은 업적을 이룬 성군이자, 그 위대함이 극에 달하여 ‘대왕’으로 추숭받는 한 임금이 그 모든 것을 ‘어떻게 해냈는지’, 그 방법론을 살펴보는 것은 오늘날의 리더십 교육으로도 손색이 없다. 세종의 리더십, 세종의 국가경영 비결에 관한 연구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이유다. 《세종 리더십의 핵심 가치》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세종리더십연구소가 2011년 ‘세종 리더십의 핵심 개념’이라는 주제의 연구 과제를 채택한 후 여섯 명의 연구자가 세종의 정치 과정에서 나타난 주요 가치를 연구한 결과를 모아 엮은 것이다. 이들은 세종리더십의 요체를 각자의 시각으로 분석하며 핵심사상을 도출해냈다. 정윤재 교수는 세종 리더십의 핵심 가치로 ‘균형감각’, ‘힘 실어주기’, ‘추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흔히, 우리가 사극 속에서 보는 옛 삶의 모습은 상당히 아름답다. 한복은 고운 빛을 발하고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며, 선비는 유배를 가서도 용모단정하다. 성균관 유생들은 막힘없이 문장을 외우고 임금을 수행하는 내시도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극을 보노라면, 한 번쯤 과거로 돌아가서 사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오늘부터 진짜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때부터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돌아가자마자, 내가 여기를 왜 왔나 싶을 법한 고단한 삶의 현장이 기다리고 있다. 이 책 《LET’S G古 시간탐험대》는 실제로 연예인들이 과거로 돌아가 그 시대의 삶을 그대로 살아보는, tvN의 역사 예능 프로그램 <LET’S G古 시간탐험대>의 내용을 재구성해 만든 책이다. 이 프로그램은 2013년 첫 방영된 이후 참신한 기획과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고, 시즌 3까지 제작되며 역사 예능의 한 획을 그었다. 출연진은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생생한 과거로의 여행!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생고생(生古生) 프로그램’이라는 제작의도에 걸맞게 완전히 옛날로 돌아가 양반과 노비, 성균관 유생과 반인, 임금과 내시의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