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 ‘별 헤는 밤’, 윤동주 시인 윤동주가 밤하늘의 별을 세던 때는 연희전문학교 재학 중인 1941년 11월 5일이었다. 이때는 날이 제법 차가워졌기에 시인은 밤하늘 별을 다 세지 못하고 집 안으로 들어갔을 것인데 그보다 3년 전인 1938년 9월 초, 아직 여름 기운이 남아있어서인지 윤동주는 잔디밭 위에서 작은 생물과 대화를 한다; 귀뚜라미와 나와 잔디밭에서 이야기했다. 귀뚤귀뚤 귀뚤귀뚤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말고 우리 둘만 알자고 약속했다. 귀뚤귀뚤 귀뚤귀뚤 귀뚜라미와 나와 달 밝은 밤에 이야기했다. .......‘귀뚜라미와 나와’. 윤동주 시인 윤동주가 듣고 이야기한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다시 들린다. 바로 얼마 전 여름의 전령사라는 매미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어느새 가을의 전령사인 귀뚜라미 소리를 듣는구나. 계절이 가을로 줄달음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어느 시인은 귀뚜라미가 사람 냄새를 그리워하여 저리도 간절하게 운다고 하는데, 귀뚜라미만 그럴 것인가? 우리도 가을이 되면 사람이 그리운 것은 매한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옛날 중국의 전국시대에 사광(師曠)이란 금(琴, 현악기의 하나)의 명인이 있었다. 그가 임금의 명을 받아 금을 타기 시작하니 검은 학(鶴)들이 궁문의 기둥에 모이기 시작하더니 8쌍을 이뤘다. 다시 연주하니 학들이 좌우로 8마리씩 늘어섰다. 3번째 연주하니 학들이 울어대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예기(禮記)》 〈악기(樂記)편〉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음악의 힘이 학(鶴)을 불러 모으고 춤을 추게 할 정도로 대단하다는 일화로 자주 인용되거니와 이런 이야기는 먼 옛날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지난주 서울의 어느 가정집 방안, 거기에 첼로를 안은 여성 주자가 연주를 시작하자 곧 어디선가 백조가 날아들었다. 사람들은 넋을 잃고 그 음악을 듣는다. 사실 이때 연주가는 프랑스의 작곡가 생상스(1835~1921)의 '백조(白鳥)'를 연주한 것이지만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은 실제로 백조가 눈앞에서 유영하는 듯한 착각에 잠시 빠져 있었다. 중국에서 금을 연주했다면 이날 연주한 첼로도 중국에서는 대제금(大提琴)이라고 하니 금이라 할 수 있고, 그러니 그야말로 '금주학래(琴奏鶴來)', 곧 금을 연주하자 학이 날아왔다는 옛 고사성어 그대로다 그동안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조금 내려가니 장구목이 입구가 오른쪽으로 나타난다. 여기는 가리왕산 등산로 입구인데, 안내판을 읽어보니 정상까지는 4km 거리이다. 마침 옆에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이 있어서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시계를 보니 낮 2시 50분이다. 여러 사람이 배낭에서 먹을 것을 꺼내 놓았다. 쑥떡, 오이, 초코렛, 와인, 믹스커피 등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커피는 믹스커피만을 마신다. 커피 만드는 데 시간이 들지 않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내 입맛은 매우 싼 입맛이다. 단순한 생활을 추구하는 나의 생활철학에 딱 맞는 것이 믹스커피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믹스커피는 몸에 해롭다고 (근거는 잘 모르겠지만) 먹지 않고 블랙커피만을 마신다. 그래서 이날 나는 뜨거운 물 두 병, 그리고 커피믹스 몇 봉지와 카누(블랙커피 상표) 몇 봉지를 함께 준비해왔다. 우리는 풍성한 간식을 먹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화제는 과거 대학생이었던 시절의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흘러간 옛 연도를 계산해 보았다. 내가 1972년도에 대학을 졸업했으니 벌써 51년이 지났다. 반세기가 지난 것이다. 아, 세월이 참으로 덧없이 흘러갔다! 그때 나는 서대문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그날 밤, 은비령엔 아직 녹다 남은 눈이 날리고 나는 2천 5백만 년 전의 생애에도 그랬고 이 생애에도 다시 비껴 지나가는 별을 내 가슴에 묻었다. 서로의 가슴에 별이 되어 묻고 묻히는 동안 은비령의 칼바람처럼 거친 숨결 속에서도 우리는 이 생애가 길지 않듯 이제 우리가 앞으로 기다려야 할 다음 생애까지의 시작도 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꿈속에 작은 새 한 마리가 북쪽으로 부리를 벼리러 스비스조드로 날아갈 때,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은 여자가 잠든 내 입술에 입을 맞추고 나가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별은 그렇게 어느 봄날 바람꽃처럼 내 곁으로 왔다가 이 세상에 없는 또 한 축을 따라 우주 속으로 고요히 흘러갔다. .... 이순원, 《은비령》 1996년 발표되어 절찬을 받은 이순원의 소설 《은비령》은 맨 마지막 부분에 이렇게 2천 5백만 년 뒤에 다시 돌아온다는 혜성에 실어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우주라는 영원의 시간에 봉인해놓았다. 18년 전 소설의 무대가 된 은비령을 처음 밟고서 그 느낌을 압축한 글을 쓰면서 나는 그들의 별 대신에 내 마음의 별을 밤하늘에 가장 밝게 빛나는 시리우스란 별의
[우리문화신문=신부용 전 KAIST 교수] ‘공학박사의 한글이야기’는 이번 30번째의 이야기로 일단 끝을 맺으려 합니다. 그간 이야기의 요지는 ‘외래어 표기법’ 대신 ‘외국어 표기법’이 필요하다는 것과 ‘한글20’을 외국어 표기법으로 쓰자는 것이었습니다. ‘한글20’은 간단하고 활용 가능성이 커서 비단 외국어 표기뿐 아니라 여러 가지 유익한 용도로 쓰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글20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촉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돋음체’로 인쇄한다면 점자보다 훨씬 쉽게 인식할 수 있으며 소리를 표기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 언어라도 말소리대로 표현할 수 있어 사용 언어에 상관없이 세계 모든 시각장애인에게 적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 한 가지 기술만이라도 성공시키면 한글은 세계에 알려져 어디서나 제2의 문자로 사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이 이야기는 ‘외래어표기법’을 없애자는 것으로 시작하여 ‘한글20’이라는 새로운 문자 시스템을 도입하여 ‘외국어’를 표기하자는 것으로 끝을 냅니다. 다시 말해 시작과 끝이 모두 새로운 제안입니다. 통상적으로 새로운 제안을 실현시키려면 정책결정권자의 지지를 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특별한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인간의 건강을 다루는 한의사로서 진료하다 보면 사춘기 때 품었던 근원적인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근원적인 질문은 인간이란 자체에 대한 이해와 믿음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인간은 본디 완전(完全)하다”와 “인간의 몸과 마음은 하나이며 서로 주고받는다.”라는 전제 조건이 이루어졌을 때 한의사로서 건강과 질병에 대한 해결책이 샘솟는다. 아울러 ‘무엇이 인간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가’를 궁리하다 보면 ‘굳건한 의지(意志), 강철 같은 마음’ 등이 떠오른다. 실제로 진료하는 중에 “건강은 우직한 실천에서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종종 하게 된다. 작심삼일(作心三日)과 용두사미(龍頭蛇尾)는 마음의 모습 오늘은 인간의 마음에 대해 살펴보는 데 심장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하려 한다. 한국인의 마음은 한없이 크고 넓어 우주를 품을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한없이 좁아 좁쌀보다 작아 좀생이가 될 수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우리들의 생명활동을 마음과 생각의 작용으로 구분하면, 한국인의 대부분은 마음이 앞서서 큰 결심, 큰 마음을 쉽게 내지만 생각이 따라오지 못하고 힘이 뒷받침되지 못하여 쉽게 식는 것이다. 따라서 크게 낸 마음이 유지되지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정도전(鄭道傳, 1342, 충혜왕 복위 3~ 1398, 태조 7) 정도전은 조선전기 정치인이자 학자로 호는 삼봉(三峰)이다. 출생지는 충청도 단양 삼봉(三峰)이다. 고려 말 개혁적 신진사대부로 활동했으나 모계에 노비의 피가 섞여 있어 혈통 문제로 고난을 겪었다. 하지만 이성계 휘하에 들어가 조선의 건국을 기획하고 구현해냈다. 조선조의 국가경영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 제도로서 정착시킨 설계자이기도 하다. 《조선경국전》을 비롯한 경세론 관련 저작을 남겼다. 세자책봉 문제로 불거진 제1차 왕자의 난 때 이방원에 의해 희생되었다. 그의 사상을 모은 《삼봉집》이 있다. 세종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생각되지만 조선 건국의 민권 사상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요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정도전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관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는 있으니 먼저는 당시 왕조세력의 관점인 《조선왕조실록》 평가로서의 졸기를 살펴보자.(《태조실록》7/ 8/26. 1398) 졸기 정도전의 호(號)는 삼봉(三峰)이며, 본관은 안동(安東) 봉화(奉化)다. 고려 왕조 공민왕 9년(경자년, 1360)에 성균시에 합격하고, 임인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3년 5월 2일 화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박인기 서인수 신진휴 안승열 오종실 우명길 이규석 이규성 최돈형 모두 10명 <답사기 작성일> 2023년 6월 2일 지난번 오대천 제5구간을 걸은 날이 2022년 6월 27일이었는데, 내가 7월에 탈장 수술을 받느라고 답사를 중단하였다. 담당 의사는 수술 뒤 약 3달은 무리하지 말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 안정 기간이 끝난 뒤에는 추운 겨울이 와서 답사를 쉬었다가 올해에 다시 시작하였다. 오대천 따라 걷기 제6구간은 막동계곡 입구에서 백석폭포까지 10km 코스다. 이번 답사에 모두 10명이 참가하였다. 석주 원영환은 백내장 수술 때문에 불참하고, 홍종배 교수는 도봉산 등산 중에 넘어져 어깨를 다쳐 불참하였다. 대신 평창군에 사는 서인수 회장과 신진휴 선생이 새로이 동참하였다. 서인수 회장은 2023년 3월에 평창군 방림면 계촌도서관에서 이정배 감신대 은퇴 교수님의 지도로 새로이 시작한 ‘다석(多夕) 류영모 사상 연구모임’에서 만난 분이다. 신진휴 선생은 서울 공대 68학번으로서, 평창읍 지동리에 10년 전에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올여름에 어디 휴가 안 가세요?」 「아, 은비령으로 갑니다」 「네? 은비령요?」 친구는 그런 지명이 어디 있느냐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처음 듣는데요, 은비령이란 곳은?」 「아, 그러실 것입니다. 한계령에서 가리산으로 가는 길에 있습니다」 조금 있다가 다시 묻는다. 「지도를 찾아봐도 안 나오는데요?」 「아, 물론 안 나옵니다. 같은 이름의 카페가 혹시 검색될지도요」 이렇게 말하고는 나는 친구가 운전하는 자동차 편으로 서울을 벗어나 동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가는 곳은 강원도 인제 하추리에 있는 한 펜션. 서울서 양양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고 태백산맥 바로 밑 인제 요금소까지 온 뒤 거기서 일반국도로 내린천을 따라 북쪽으로 달리면 펜션이 나온다. 서예를 하시는 송은 심우식 선생이 우리를 맞는다. 그분이 우리에게 와서 하루 이 펜션에 자고 가라고 권하셔서 문득 지난 추억이 생각나 얼른 달려오는 길이었다. 그 펜션은 은비령에 대한 소중한 인연과 추억을 맺은 곳이다. 18년 전이면 내 나이 50대 초반, 당시 회사 일로 바쁘다가 당시에도 이 폔션에 초대받아 급하게 휴가를 내고 가족과 함께 내려왔다. 우리는 하루를 묵고 그 이
[우리문화신문=신부용 전 KAIST 교수] ‘한글20’의 탄생 ‘공학박사의 한글이야기’는 지금까지 훈민정음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경위와 어떻게 한글로 변신하였는지를 살펴보고 천신만고 끝에 태어난 한글은 어떤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이를 실현 시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를 돌아봤습니다. 1890년대 말 나라의 운명이 다해갈 때 한힌샘 주시경 선생은 나라는 망해도 우리 말과 글을 살려서 겨레의 혼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표로 당시 쓰이고 있던 언문을 정리하여 한글이라 이름 붙이고 이를 널리 가르쳤습니다. 당연히 훈민정음을 모태로 하였지만 빨리 보급해야 했기 때문에 당시 우리말을 표기하기에 필요한 24글자만을 추려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서둘러 만들었기 때문에 훈민정음처럼 세상 모든 소리를 표기하려는 야심은 부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일본이 망하여 대한민국이 세워지고 빠르게 발전하여 이제 10대 강국의 반열에 올라 세계평화와 경제발전을 이끌어 가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욱 큰 발전을 위하여 그리고 당면한 국제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한글이 비단 우리말 표기에 만족하지 말고 세종대왕이 생각했던 것처럼 세계 어떤 나라의 말이라도 표현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