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무장사터 삼층석탑 - 이 달 균 적막하다 새벽은 그렇게 더디게 온다 무장산 첩첩산중, 깨진 기와조각처럼 버려진 신라의 한 하늘이 나뒹굴고 있었다 오늘 난 문무대왕의 음성을 들을 것인가 통일의 염원으로 서라벌을 달리던 웅혼한 영웅의 기개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탑 하나로 오로지 한겨울 무장사터 간간히 흩날리는 진눈개비가 추워라 가만히 역사의 문을 닫고 전설을 걸어 나왔다 우리가 찾아간 무장사터는 동장군의 서슬이 시퍼런 겨울 새벽이었다. 일찍 출발한 탓으로 여명을 한참 기다렸다. 건물은 아무것도 없고, 탑만 외로이 심산유곡에 있어 더욱 추운 기운이 밀려왔다. 절 흔적은 거의 없는데 위쪽엔 미타상을 조성한 인연을 적은 비문 무장사아미타불 조상사적비의 비신을 받쳤던 귀부와 이수만 남아 있다. 여기저기 깨진 기왓장들이 흩어져있어 절터임을 말해 줄 뿐이다. 무장사의 유래는 《삼국유사》에 전해오는데, 문무왕이 삼국을 통일한 뒤 병기와 투구를 이 골짜기에 숨겼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병장기가 필요 없는 평화스러운 시대를 열겠다는 문무왕의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라 한다. 언제 어떤 연유로 폐사지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 석탑은 숲 사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날씨는 점점 더 더워지는데 아직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들의 삶을 어렵게 하고 마음까지 답답하게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건강이 나빠 오래 못 산다 했었고 의사도 포기한 수십 가지의 난치병 환자였던 아들에게 믿음을 주신 어머니의 말씀으로 기적처럼 일어났던 분입니다 칼럼니스트, 언론 방송인, 시인으로 폭넓은 활동을 하며 사람들에게 희망과 믿음의 메시지를 전하던 유명 강사님 2,500번 이상 주례를 서주었으며 한 달에 한 번씩 200회가 넘도록 기쁨 축제를 만들어 이끌었던 분입니다 코로나19 등 여러 사정으로 이제 모임은 중단되었지만 그동안 전한 믿음과 희망의 바이러스는 코로나는 물론 어두운 세상을 밝힐 마음의 빛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눈물도 기쁨 되게 손잡고 가자고 했던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이상헌* 죽겠다 하면 죽게 되고, 살겠다는 생각을 하면 살 수 있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희망이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건강이 나빠 오래 못 산다 했고 의사마저 포기한 수십 가지의 난치병 환자에게 믿음을 주신 어머니의 말씀으로 기적이 일어났다. 말씀의 힘이요! 긍정의 힘이요! 기도의 힘이다 선생의 저서 《흥하는 말씨 망하는 말투》에는 말에도 씨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약선(藥膳)은 약(藥)과 음식 선(膳)을 합친 말로 약이 되는 음식이란 뜻이며 요리와 한약의 결합을 통해 약으로 보자면 맛있고, 음식으로 보자면 건강을 증진시키는 요리법이다. 가장 대표적인 여름철 약선 요리가 삼계탕과 보신탕이라 할 수 있으며 우리의 대부분의 전통요리에는 약선의 의미가 숨어 있다. 실제로 여름의 더위를 상징하는 복(伏)날은 개 견(犬) 자에서 왔으며 이를 이겨낼 방법 역시 개[犬]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신(保身)을 위한 요리도 생활 여건의 변화와 시대 상황에 따라 변하면서 부침을 겪으나 한편으로는 다양한 선택을 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여름의 삼계탕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대표적인 요릿집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채부동의 삼계탕 집으로 들깨를 갈아 국물을 낸 것 같은데 참 맛있고, 다른 하나는 법원리의 초계탕으로 닭고기의 기름기를 쫙 뽑아내서 참으로 잘 삶았다. 우리 한의원의 진료 특성상 대부분 환자에게 닭고기를 금기 음식으로 안내하고 있어서 삼계탕을 권하는 것이 모순된 행동이고 나 자신도 닭고기를 그리 즐기지 않아 자주 접하진 않는데, 이 집에 가면 꼭 닭 한 마리를 더 먹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오리
[우리문화신문=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치자나무[학명: Gardenia jasminoides J.Ellis]는 꼭두서니과의 ‘잎이 사철 늘푸른 넓은 잎 키 작은 나무’다. 종소명(학명 뒤쪽에 나오는 이름)의 'jasminoides'는 '재스민과 향이 비슷하다'에서 유래되었다. 한방에서는 치자(梔子), 황치자(黃梔子), 수치자(水梔子)라는 약재 이름으로 처방한다. 조선시대 강희안의 《양화소록》이라는 책에 치자나무 특징을 네 가지로 정리한 기록이 있다. 첫째, 꽃색이 희고 기름지다. 둘째, 꽃향기가 맑고 풍부하다. 셋째, 겨울에도 잎이 푸르다. 넷째, 열매를 물들이거나 한약재로 쓴다고 하였다. 치자(梔子)라는 이름은 열매 모양이 손잡이 있는 술잔과 비슷하여 유래되었으며, 불교와 관련된 담복(薝蔔)이라는 이름도 있다. 담복(薝蔔)은 치자나무의 또 다른 이름이고, 육화는 곧 치자꽃을 가리키는데, 치자꽃은 특히 여섯 장의 꽃잎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육화 또는 육출화(六出花)라고도 하며, 향기가 천하에 뛰어나서 인도(印度)에서는 이 향기를 부처의 아주 뛰어난 도력(道力)과 공덕(功德)의 향기에 견주므로, 치자꽃은 흔히 승려가 불상을 모시고 불도(佛道)를 닦으며 교법을 펴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남을 생각하는 의식 코로나19로 새로운 사회적 현상과 의식의 흐름에 변화가 오고 있다. 대개 그간의 유행성 감기는 혼자 조심하여 몸을 살피면 걸렸더라도 이어 낫는 것으로 인식되었으나 코로나19는 그 정도를 넘어서는 것 같다. 삶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의 일원이라는 개념을 강하게 심어주고 있다. 그리고 개인이 전체 속의 하나인가 아니면 전체로서의 하나인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방역에 대응하는 국가에서는 개인이 나라의 일원이지만 방치하는 국가에서는 나라와 별개의 일원이 되는 모양새다. 정치와 의료체계가 어떻게 개인을 포용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데 따라 달라지고 있다. 방역 대응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우리에게 되묻는다. 1) 의료체계가 수익자 부담 위주냐 사회복지 체계 속에 있는가. 개인의 의료 문제냐 국가의 치료 체계냐. 2) 코로나가 모두 걸렸다 낫는 집단 방역이나 개별 치료냐. 3) 방역의 대비는 그 나라 사회적 문화냐 개인의 민주시민 성숙도냐 등이다. 우리나라가 지금은 다시 확장세 속에 있지만 4월까지만 해도 통제를 잘 해 K방역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가 됐는데 이에 견주어 일본이나 유럽 일부 비평가는 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오늘은 이번 여행의 정점으로서 정교회의 발도로메오 총대주교를 친견하는 날이다. 친견시간은 저녁 4시 30분으로 잡혀 있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오전에 숙소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에 있는 돌마바흐체 궁전을 구경하기로 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돌마바흐체 궁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소개가 나온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이스탄불에 있는 오스만 제국의 궁전이다. 원래 목조 건물이었으나 대화재로 소실되자 31대 술탄 압둘마지드 1세가 1859년에 석조 건축물로 재건했다.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델로 했으며 유럽에서 보낸 수많은 헌상품과 호화롭게 꾸며진 벽들을 보면 당시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다. 오스만 제국 후기 술탄 6명이 일부 사용했다. 세람르크는 술탄이 공무를 보고 각국 대사를 접견하던 장소로 남자만 출입할 수 있었다. 하렘은 왕실 가정으로 술탄과 가족이 살았다. 터키 초대 대통령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도 이곳을 관저로 쓰다가 1938년 11월 10일 아침 9시 5분에 집무실에서 죽었다. 아직도 집무실과 침실의 모든 시계는 9시 5분을 가리키고 있다 궁전 정원에는 베고니아, 사르비아, 금잔화 등의 풀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장미와 목백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정혜사터 십삼층석탑 - 이 달 균 친구여 생의 인연 하나 만나지 못했다면 지상에 흔적 하나 남기지 못했다면 서라벌 별밭에 숨은 미인도(美人圖) 보러가자 도덕산 해 기운다고 발길 재촉 마라 왕조 저문다고 눈물 보이지 마라 보아라 허리 곧추세우고 이승의 강을 건너는 경주 옥산서원 지나 도덕산과 자옥산 자락, 국보는 40호 십삼층석탑은 거기 서 있었다. 어떤 담장도, 제어할 누구도 없는 산 녘, 미인은 원래 외로운 팔자인가 보다. 단풍 드는 가을 정경이 이리 아름다운데 전혀 밀리지 않는 탑의 미려함이라니. 맑은 날 찾아간 십삼층 탑은 신라의 하늘을 이고 있었다. 이끼 낀 세월 속에서도 젊은 날의 자태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고개 숙일 일도, 타협할 이유도 없다. 그저 과거에서 미래로 가는 여정이 당당할 뿐이다. 정혜사터 일대의 경작지에는 부서진 기왓장만 어지럽다. 가져오고 싶은 것이 있을까 찾다가 그만두기로 한다. 멀리서 볼 땐 그리 크지 않아 보였지만 가까이 가 보면 한참을 올려다봐야 한다. 당시로선 매우 큰 건축물로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으리라 짐작된다. 13층이란 층수도 예사롭지 않거니와 기단부와 초층탑신의 양식, 탑신과 옥개석이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다리굿은 망자를 좋은 곳으로 보내는 천도제다. 만신에게 실린 영혼이 산자들과 대면하여 살아생전 못다 한 대화를 나눈 후 맺힌 한을 풀고서 ‘좋은 곳’으로 가는 의식이다. 무교에서의 ‘좋은 곳’은 걱정이나 근심뿐만 아니라 부족함이나 어려움 없이 영원토록 즐겁고 평온히 살 수 있는 낙원이다. 이러한 무교 사후관은 지옥 관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살아생전 선한 일을 한 사람만이 극락세계나 천국을 가게 되는 불교나 기독교와는 다르다. 이를테면, 불교의 저승관은 권선징악 이분법 구조로 되어 있어서 선인은 극락세계로 악인은 지옥으로 가게 된다. 개신교에서도 천국과 지옥이라는 이분법 구도가 전개되기 때문에 현세에서 많은 사랑을 베풀고 선한 일을 한 사람만이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 천국으로 들어가 부귀영화의 삶을 이룩하지만, 현세에서 나쁜 짓을 하거나 사랑을 베풀지 못한 사람은 지옥으로 가게 된다. 그러나 무교에서는 망자 누구나 살아생전 행적과 관계없이 좋은 곳으로 가는 관념체계다. 한민족은 오래전부터 죽음을 넋(영혼)과 몸(육신)의 분리 현상으로 보았다. 넋은 혼(魂)이요 몸은 백(魄)이어서 인간이 죽으면 몸은 땅에 묻히지만, 그 넋은 또 다른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시국이 길어지다 보니 계절의 변화마저 적극적으로 즐기기보다는 소극적으로 대처를 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올여름이 유독 힘들 것 같은 예감은 폭염의 조짐이 보이는 날씨와 더구나 그 속에서 마스크를 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름을 힘들게 하는 것은 더위와 더불어 높은 습도인데 이를 합하여 불쾌지수로 표시하기도 한다. 첫 번째는 뭐니 뭐니 해도 더위다. 흔히 여름의 더위를 이기지 못할 때 ‘더위를 탄다’고 한다. 우리 몸에는 몇 가지 독특한 점이 있는데 그 가운데 체온의 조절 부분이 있다. 몸의 구조와 기능에서 열을 생산하는 기능은 있는데 열을 냉각하는 냉각장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몸은 36.5℃를 기준으로 주위 온도가 낮아져 10도, 30도, 50도 정도가 낮아져도 견딜 수 있지만 36.5℃에서 1도만 높아져도 견디기 힘들고 5도 이상 높아지면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곧 우리 몸은 몸의 체온이 낮아져도 위험하지만, 체온이 높아지면 생명이 위급하기 때문에 결사적으로 조절하려고 한다. 그 조절력의 핵심은 발한 능력이다. 그러므로 필요한 때에 적당하게 나는 땀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야아소피아와 탁심 거리 박물관이 된 아야소피아의 입장료는 1인당 72리라(우리 돈으로 15,000원)이니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그래도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고 소문이 나서 그런지 지구촌 곳곳에서 온 관광객이 많았고 검색대를 통과하려고 기다리는 줄도 엄청 길었다. 입장을 기다리면서 보니 아야소피아 앞에는 광장과 정원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넓고 아름다운 정원에 있는 나무들은 반갑게도 우리나라 남도 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배롱나무였다. 배롱나무는 줄기가 미끈하며 여름에 작은 빨간꽃이 가지 끝에 계속 100일이나 피기 때문에 목백일홍이라고도 부른다. 아야소피아 내부는 엄청 컸다. 돔 모양의 지붕이 매우 높고 웅장했다. 사방을 둘러보니 엄숙한 분위기와 위압감이 저절로 느껴졌다. 아야소피아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카톨릭 성당에서 볼 수 있는 조각상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벽과 천정에는 기하학적이고 아름다운 무늬만 있을 뿐 실내 어디에도 동상이 없었다. 1453년에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 술탄 매흐매드 2세는 아야소피아가 너무 웅장하고 아름다워서 파괴하지 말고 이슬람 사원으로 바꾸도록 명령하였다. 그런데 성당을 모스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