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어제 아침에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옷 사이로 파고드는 차가운 느낌에 옷이 얇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들어가서 갈아입을 수도 없어서 뛰었습니다. 차가움을 덜 느낄 줄 알았는데 뛰어가며 맞는 바람이 더 차가웠습니다. 엎친 데 덮친다고 손헝겊을 넣지 않고 와서 슬픔이 아닌 시림의 눈물마저 닦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침모두모임도 있고 해야 할 일이 여러 가지였습니다. 아침에 일이 있어서 배곳에 못 오신다는 기별을 받고 마음은 더 바빴습니다. 빠지는 갈배움(수업)을 채워 주실 분들을 챙기는 일을 하는 분께 알리고 제 일을 하나씩 했습니다. 배곳 일부터 두 가지를 하고 나니 앞낮(오전)이 훌쩍 지났습니다. 낮밥을 먹고 다른 일을 챙겼습니다. 그위글(공문) 보내기와 보낼 글을 챙기다가 다 못하고 일꾼모임을 해야 했습니다. 일꾼모임을 하고 나니 마칠 때가 되어서 하기로 되어 있던 모임에 갔습니다. 늘 같이 일을 하면서도 함께 밥을 한 끼 먹기도 쉽지 않은 사람들이 오랜만에 모였습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며 배곳 일과 아랑곳한 이야기와 저마다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서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만나고 보면 멀지 않은데 만나지 않아서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우리들의 옛말에 “곰이 옥수수따기”라는 이야기가 있다. 곰이 옥수수밭에 들어가서 옥수수를 따는데 오른발로 딴 이삭을 왼쪽 겨드랑이게 끼고 나서 왼발을 들어 한 이삭을 따려하니 그 겨드랑이에 끼어있던 먼저 딴 옥수수가 빠져버리는데 그러자 다시 오른발을 들어 또 다른 이삭을 따서는 왼쪽 겨드랑이에 낀단다. 곰이 이렇게 온 하루 온 밭을 다 헤매며 옥수수를 따도 결국에는 한 이삭만 들고 간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온 하루 옥수수밭 한 뙈기를 다 버려놓고 나서 달랑 한 이삭만 들고가는 곰, 뒤뚱뒤뚱 걸어가는 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어처구니없어 “참, 미련한 곰이구나.”하고 제 딴엔 개탄하는 이가 있다지만 그것은 그 사람이 아직 세상 돌아가는 리치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만약 정말 하느님이 계시여 하늘에서 곰이 옥수수를 따는 모양을 굽어본다면 “그 자식 참 귀엽구나.”라고 하시며 빙그레 웃으실 것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리치를 곰만이 먼저 깨닫고 그대로 행하기 때문이다. 이는 “량손의 떡”이라는 말에 이어지는데 욕심스레 량손에 모두 떡을 쥐고나면 이제 또 다시 무엇을 더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두 손아귀에 모두 무엇인가를 꽉 움켜쥐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또 한 해가 저무는 12월입니다. 세상은 복잡하고 시끄러워도 또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주저앉아 포기하지 않고 우리 함께 여기까지 무사히 왔습니다. 시작만큼 중요한 일은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는 일이겠지요. 저마다 노력하신 만큼의 성과와 보람 있으시길 바랍니다. 세상에 맛없는 음식이 있으랴만 농부의 수고로움을 기억하고 정성으로 음식을 만들어주는 고마움을 안다면 밥알 하나라도 꼭꼭 씹어 먹어야 하겠고 함부로 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또 우리가 수없이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 속에서도 함께했던 어느 한 사람의 따뜻함은 오랜 그리움으로 기억되겠지요? 이번에는 <진또배기>라는 상호를 가지고 닭요리 전문점을 경영하는 시인 이태종 씨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한때는 영세 음식업주들의 권익보호에도 앞장섰던 분입니다. 어떻게 하면 맛있는 음식으로 손님을 맞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멋있는 모습으로 자신의 인생을 가꾸어 갈까요? 생각해 보니 뭐 그리 복잡한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정성을 다하는 것이며 처음처럼 사랑하는 일이 아닐까요? 이 태 종*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지난 닷날(금요일)은 진주교대에서 열린 말나눔 잔치(학술 발표회)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진주’와 아랑곳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배곳 일을 마치고 가는 바람에 다 듣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제가 가장 마음이 가는 ‘노래’와 아랑곳한 말씀을 해 주신 송희복 교수님 말씀을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우리 고장에서 나온 노래, 소리꾼 이야기와 더불어 듣기 어려운 노래를 들려주시기도 했고 몸소 불러 주시기도 해서 더 좋았습니다. 이야깃거리를 모아 묶은 책을 보니 앞서 말씀을 하신 ‘진주소년문예운동’과 아랑곳한 글에 진주에서 만들어 꾸렸던 여러 모임 이름에 ‘새힘’, ‘새틀’, ‘새싹’, ‘동무’와 같은 토박이말이 많이 나와 참 반가웠습니다. 그 분들이 쓰신 가락글(시)에도 ‘동무’라는 말을 비롯해 여러 가지 토박이말이 많이 나왔는데 요즘과 적는 수(표기법)가 다른 말이 많았습니다. 몰랐던 것을 새로 알 수도 있고 찾아서 보거나 듣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참 좋은 자리인데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함께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고장 아이들이 우리 고장을 잘 알도록 도와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산청 내원사 삼층석탑(보물 제1113호) - 이 달 균 탑은 뒷짐 지고 걷고 절은 짐짓 못 본 척 한다 때 이른 산천재 남명매 진다고 그래도 비로자나불 아는 듯 모르는 듯 부처는 바다를 보고 보살은 안개를 본다 물은 갇혀 있어도 연꽃을 피워내고 흘러서 닿을 수 없는 독경소리 외롭다 산천재에 가니 조식 선생 안 계시고 남명매만 피어 있더라. 아니다. 눈으로만 보면 꽃만 보일 것이고, 심안(心眼)으로 보면 글 읽는 선생도 뵐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난 결국 꽃만 보고 나왔다. 그리고 곧장 내원사 간다. 반갑다. 저만치 석탑이 걸어온다. 낮술 한 잔 했는지, 봄볕에 그을린 탓인지 탑은 약간 불콰해 보인다. 아지랑이 속에 흔들거리며 걸어오는 탑의 몸짓을 절은 짐짓 못 본 체한다. 비를 머금었는지 축축한 안개가 내려왔다. “바다를 보았느냐?” “아니오, 안개를 보았을 뿐이오.” 안경을 닦아 보았지만, 시야는 흐려 있었다. 그래, 맑은 물이 아니어도 연꽃은 핀다. 그렇게 날 위무하고 내원사를 나왔다. (시인 이달균)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오늘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역사 도시인 사마르칸트를 관광했다. 타쉬켄트에서 사마르칸트까지는 313km, 기차로 3시간이 걸린다. 아침 일찍 일어나 빵을 2조각씩 굽고 달걀부침 2개에 사과까지 곁들여 근사한 식사를 만들어 먹었다. 배낭을 메고 몸자보(가슴이나 등에 붙이는 대자보) 2개를 가슴과 배낭에 붙이고 생명탈핵 깃발을 들고 씩씩하게 출발을 했다. 그런데 우리가 기차표를 예매했던 타쉬켄트 역에 도착하니 사마르칸트로 출발하는 기차역은 다른 곳에 있다고 한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버스가 있다지만 시간이 급해서 택시를 탔다. 택시로 10분쯤 달리니 한적한 곳에 역이 나타난다. 자유여행하는 관광객이라면 매우 조심해야 할 사항이다. 서둘러 기차를 타니 그제야 안심이 된다. 사마르칸트까지 가면서 창밖을 보니 건조지대라는 것이 눈에 띈다. 숲이 보이지 않고 들판은 초원으로서 땅은 매우 건조해 보였다. 경작지가 보이기도 하는데, 내려서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물길이 닿아야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자연환경은 목축에 적합하다. 지리적인 측면에서 설명하면 1년에 강수량이 250mm 이내이면 사막, 250~7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겨울이 되어 날씨가 영하권으로 떨어지면 심신이 움츠러들면서 코가 빨개지고 콧물이 많아지고 입과 코에서는 하얀 김이 나오기 시작한다. 영하 10℃를 지나 영하 20℃ 도까지 내려가게 되면 모두 코에서 수돗물이 나오듯 콧물을 흘리게 된다. 추운 밖에서는 누구나 똑같이 콧물을 흘리더라도 실내에 들어왔을 때는 건강상태에 따라 콧물이 바로 멈추는 사람과 계속 콧물이 흐르는 사람으로 구분된다. 따뜻한 환경으로 복귀하더라도 계속 콧물이 흐르는 이러한 겨울 비염은, 맑은 콧물이 많이 흐르고 코가 시리면서 아프고 찬바람을 직접 쐬면 바로 콧물과 재채기가 나온다. 특히 밖으로 콧물이 비치고, 자꾸 풀어내야 하기에 괴로움이 가중된다. 겨울이 지나면 호전이 되기 때문에 치료에 매진하기도 모호한 진퇴양난의 질환이기도 하다. 그러면 겨울 비염의 특징은 무엇이고 왜 나만 비염에 걸리는지 알아보자. 겨울 물코 비염의 증상 ◆ 맑은 콧물이 많이 흐르고 코가 시리면서 아프다, ◆찬바람을 직접 쐬면 바로 콧물과 재채기가 나온다. ◆코뼈와 연골 부위를 만지면 차가운 형상이 있다. 물코 비염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 소화가 느리다. 차다 심하면 뼈속까지 시리다는 표현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그제 밤부터 아이들과 함께할 해보기 갖춤(실험 준비)을 하느라 마음을 썼습니다. 달걀을 삶아 놓고 잠을 잤으며 아침에 일어나 깠습니다. 콩묵(두부)도 한 모 챙겨 집을 나섰지요. 배곳 할 일(학교 일과)를 챙겨 보내고 해보기방(실험실)로 가서 나머지 있어야 할 것들을 챙겼습니다. 여느 때에는 아이들이 좀 일찍 와서 도왔는데 혼자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안 불렀더니 좀 아쉬웠습니다. 이런 것을 미리 갖추어 주는 분이 있는 배곳도 있는데 이런 날은 우리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부터 땀을 살짝 흘릴 만큼 바빴지만 아이들이 “와~”하는 소리를 들으며 서둘러 챙긴 보람을 느꼈습니다. 저녁에 집에 와서 얼숲(페이스북)을 보니 어느 곳에서 ‘하우스 어텐던트’를 모으고 있다는 알림글을 올려놓았더군요. 보자마자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공연 안내원’ 또는 ‘공연 안내자’라고 했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바꿔 불렀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사람들 주눅 들게 왜 이런 말을 그위일터(공공기관)에서 앞장서서 쓰는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안내자’라는 말은 잃었던 나라를 되찾자마자 가장 먼저 했
[우리문화신문=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복자기나무[학명: Acer triflorum Kom]는 단풍나무과의 낙엽활엽교목이다. 복자기와 아주 비슷한 나무 중에 복장나무(A. mandshuricum Maxim.)가 있다. 복자기는 잎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2~4개 정도이고, 복장나무는 가장자리 전체에 잔 톱니가 이어져 있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산에서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것은 복자기나무다. 복자기나무와 복장나무라는 나무 이름은, 점치는 일을 뜻하는 복정(卜定)과 점쟁이를 뜻하는 복자(卜者)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쨌든 점치는 일에 쓰임이 있어서 복정나무나 복자나무로 불리다가 복장나무로 변하고, 모양이 비슷한 복자기는 복장이나무가 변한 것으로 짐작된다. 공식 이름에 ‘단풍’이란 말이 들어가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만큼은 우리가 아는 진짜 단풍나무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복자기, 복자기단풍, 나도박달, 나도박달나무, 젖털복자기, 기슬박달, 산참대, Three-flowered Maple이라고도 한다. 목재는 가구재, 무늬합판 등 고급 용재로 쓰인다. 단풍나무 가운데 가장 색이 곱고 진하며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조경수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111 없어지다, 빌다, 넘어뜨리다, 몰아내다, 터전, 아우르다, 한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4해(1951년) 펴낸 ‘우리나라의 발달 6-1’의 49, 50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49쪽 넷째줄에 ‘백제와 고구려가 없어진 뒤’라는 말이 나옵니다. 많은 곳에서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한 뒤’라고 하기 쉬운데 보시다시피 여기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멸망한 뒤’보다는 ‘없어진 뒤가’ 훨씬 쉬운 말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덟째 줄에 ‘그 힘을 빌어다’가 있습니다. ‘그 군사력을 이용하여’라고 하지 않고 이렇게 쉬운 말로 쓴 것이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아홉째 줄에는 ‘넘어뜨리고’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도 ‘멸망시키고’라고 하지 않았음을 바로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어서 나오는 ‘그 땅을 차지하려는’도 쉬운 말이며 ‘몰아내고’는 ‘축출하다’라는 어려운 말을 쉽게 풀어 준 것입니다. 열둘째 줄에 나오는 ‘터전 위에 빛나는’에서 ‘터전’도 반가운 말입니다. 흔히 ‘토대’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