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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없는 제기동 한약방 거리에서의 일본인들

[맛 있는 일본이야기 241]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어제 도쿄 고려박물관 조선여성사연구회 회원들이 한국을 찾았다. 바쁜 일정 가운데 경동시장을 보고 싶어해서 함께 다녀왔다. 시장 안에 들어서니 수북하게 쌓인 인삼이 눈에 들어온다. 일본에 있을 때 지인에게 삼계탕을 만들어 주려고 인삼 한 뿌리를 사기 위해 동경 시내를 다 뒤지던 일이 떠오른다. 그러고도 결국 사지 못하고 요코하마까지 가서 말라비틀어진  인삼 한 뿌리를 사고 감격했던 기억이 새롭다. 사정이 그러하니 산처럼 쌓아놓고 파는 인삼이 일본인 눈에 신기하기도 할 것이다.  

인삼만 흔한 게 아니다. 가게마다 수북한 생삼과 산마, 칡뿌리를 비롯하여 구기자, 오미자, 하수오, 민들레, 옥수수수염 따위는 물론이고 말린 지네 묶음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시장을 둘러본 와타나베 씨 일행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허준의 후손들이라 그럴까? 한방의료나 한약이 발달하지 않은 일본과 달리 한국인은 별의별 것을 다 약재로 쓴다. 약재뿐만이 아니라 차만 해도 그렇다. 뽕나무 잎이나 감나무 같은 과일나무의 잎사귀는 물론이고 대추차, 생강차, 둥굴레 차 등 셀 수 없는 재료를 차로 만들어 마신다.

와타나베 씨 일행은 이 가게 저 가게 수북이 쌓아 놓은 한약 재료들이 신기한 듯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젊은 여성들이 미용에 관심이 크다면 중년 여성들은 건강이다. 혈액순환, 간기능 강화, 고혈압, 당뇨, 위장병, 기관지, 심지어는 감기 몸살 까지 한약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정보를 일본에서부터 알고 온 이들은 깨알처럼 수첩에 ‘몸에 좋은 약재’를 적어왔다.

그 가운데 하나가 말린 민들레다. 어디에 좋다고 꼭 짚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몸에 좋은 약재라고 일본에서 광고를 했는지 일행은 말린 민들레에 관심이 많았다. 더 재미난 것은 이러한 약재를 달여 먹기 위해 약탕기를 사는 사람도 있었다. 마치 국보급 보물 청자주전자라도 만지듯 시커먼 옹기 약탕기를 사서 행여 깨질세라 가슴 안쪽에 그 무거운 약탕기를 안고 돌아다녔다. 돌아가서 꼭 약탕기에 은근한 불로 경동시장에서 산 약재들을 달여 먹는단다.

   
 
그러나 정작 한국인들은 재래식 약탕기를 찾지 않는다. 그 옛날 어머니들이 정성껏 한약을 달이던 약탕기를 나도 오랜만에 약령시장에서 보았다. 반가운 물건이다. 요즈음은 약재를 넣고 단추만 누르면 약을 달일 수 있는 전기 약탕기가 나와 너도 나도 사서 쓰지만 옛 느낌은 찾을 수 없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난생처음 구경하는 제기동  ‘약령시장’ 나들이는 고려박물관 조선여성사연구회 회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