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지난 닷날(금요일)은 6배해 아이들 배움을 돕고 나서 배곳(학교) 일을 챙기느라 옆을 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마치고 갈 데가 있어서 다 해서 내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더 바빴던가 봅니다. 다른 사람들 것까지 받아 놓고 나오는데 들말마을배곳 아이들이 놀고 있었습니다. 요즘 바빠서 아이들을 못 봐서 마음이 쓰였는데 인사만 하고 나오려니 짠했습니다. 장일영 선생님과 조규태 교수님을 만나 뵙고 이제까지 있었던 이야기도 듣고 제가 일을 한 것을 가져가 보여드렸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는데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을 몇 가지 말씀드렸습니다. 저만 바쁘다고 생각했는데 두 분도 참 바쁘셔서 일이 얼른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두 분과 헤어져 집으로 오는 길. 좀 걸을까 생각을 하고 집 쪽으로 걸었습니다. 날씨도 그리 차갑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아서 걸을 만했습니다. 땀이 살짝 날 만큼 기분 좋게 걸었지요. 다만 슬픈 일도 없는데 눈치도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는 일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밝날(일요일)에는 들말마을배곳 식구들과 꽃오름 갈배움녀름마당(교육농장)에 겪배움을 가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깜빡하는 바람에 함께하지 못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곡성 가곡리오층석탑 이 달 균 나는 멀찍이서 마을을 내려다 본다. 어느 나무에서 까치가 우는지 오늘은 또 누가 죽어 곡성이 들리는지 백제계 혈통으로 고려를 짐 졌지만 그 무게 내려놓고 이제 좀 쉬고 싶다 잊고픈 이름 있다면 이곳에서 잊고 가라 이 석탑을 찾아가다보면 마을 입구 길 옆에 석장승 2기가 서 있다. 남녀 한 쌍으로 보이는데 검은 빛을 띤 장승은 눈썹과 눈 주위가 마모되어 형체가 불분명하지만 뭉툭한 코는 든든한 사내다움이 묻어나는 것이 특징이고, 흰빛을 띤 장승은 머리에 족두리인지 뭔지를 쓴 채 가렴한 눈매를 가진 색시상으로 보인다. 마을 수호신으로 세운 것인지 유서 깊은 옛 탑을 지킨다는 염원인지 알 수 없지만 어딘지 범상해 보이지 않는다. 마을 주민에게 탑 자리를 물으니 큰 관심 없다는 듯 대답은 심드렁하다. 석탑은 마을 끝자락 매봉 초입 언덕에 서 있는데 막상 다가가보니 그 자태는 늠름하다. 어디에서 본 듯한 느낌이 들어 생각해 보니 담양 남산리 오층석탑을 닮았다. 그도 그럴 것이 둘 다 고려탑이지만 백제계 석탑 양식을 계승하고 있어 더욱 그런가 보다. 전해 들으니 예전 유물보전에 소홀했던 시절에는 가까이 가도 대숲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칭기즈칸은 그의 손자 대에 이르러 중국과 중앙아시아 그리고 동유럽까지를 포함하여 문명 세계의 거의 전부를 지배하였다. 몽골 초원의 유목민족이 세계 역사상 가장 큰 나라를 건설한 것이다. 그들이 지배한 면적은 현재 중국의 3배 규모였다. 당시 몽골 본토의 인구는 100만 명에 불과했지만, 점령지의 인구는 약 1억 명이었다. 이러한 1당 100의 정복과 통치가 어떻게 가능했는가에 대해서 서양 학자들은 많은 연구를 하였다. 1927년에 영국의 전략사상가 리델 하트가 쓴 책 《위대한 지휘관들을 벗긴다》에서는 몽골 군대 승리의 비결을 한 마디로 간편성(Simplicity)이라고 표현하였다. 몽골 군대는 보급 부대가 따로 없는 전원 기병의 군대이었다. 기병 한 사람이 말을 4~5마리씩 몰고 다니면서 비상식량이나 물통으로 활용했다. 사막을 건너갈 때는 물 대신 말의 피를 빨아 마셨다. 《맛있는 세계사》 (2011년 주영하 저)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간편식인 햄버거는 몽골 군대의 전투 식량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중앙아시아 초원에 살았던 몽골인과 타타르족은 유목민이다. 평상시에는 이동식 천막을 치고 가축을 키우며 요리를 해먹을 수 있지만,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세상의 모든 동식물은 진화와 적응의 과정을 거쳐 생존과 건강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터득하고 있다. 그 예로 겨울의 동면과 열대지방에서 건기에 취하는 하면이 있기도 하다. 흔히 양서류, 파충류, 그리고 사람들과 같은 종인 포유류 가운데 곰의 동면이, 환경에 적응하고 극복하기 위한 생존 수단의 예이다. 온대지방은 사계절이 있고 열대지방에는 우기와 건기가 있다. 온대지방에서 겨울에 동물이 살기 어렵듯이, 열대지방에서는 건기가 되면 반사막화되는 지역에서 동물들이 살아가기 힘들게 된다. 먹이와 물이 부족하고 극심한 온도차로 인해 하루하루가 살아가기 힘들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온대지방에서는 동면을 하고, 열대지방에서는 하면을 하는 것이다. 곧 동ㆍ하면은 험한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생명체들의 슬기로움이다. 1. 인간의 기본 모습은 동물 인간의 유전자는 원시인의 생활이 바탕이라고 볼 때 우리 역시 동면과 같은 상태가 필요하다. 그러나 인간은 겨울에도 음식을 얻어가며 살아온 생활습관을 유지해 왔다. 그 덕에 길고 긴 휴면상태를 견디기 위해 곰처럼 효과적으로 피하지방축적을 할 능력도, 피하지방을 이용해서 오랫동안 먹지 않고 견디는 능력도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야, 요것들을 보지, 여보세요, 어서 나와보세요. 네?!” 점심식사 휴식 짬에 소파에 걸터 누웠던 나는 앞뜨락에서 떠들어대는 안해의 목소리에 끌려 뜨락에 나섰다. 안해는 손바닥만큼 하게 뚜져놓은* 화단에 쪼그리고 앉아 무엇인가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여길 좀 보시라는 데두요.” 안해는 응석을 부리듯 나의 손을 끌어당겼다. 정말 희한한 일이었다. 가뭇가뭇한 토양을 뚫고 파란 바늘 끝 같은 것들이 뾰족뾰족 올려 밀고 있었다. 어떤 것들은 벌써 햇빛을 받아안으려는 듯 여린 두 팔을 펼치고 미풍에 제법 하느작이기까지 하였다. 나는 그 어떤 새 생명의 탄생을 맞는 듯 가슴이 울렁거렸다. “요것들이 모두 꽃으로 활짝 필 때면 우리 집 뜨락이 얼마나 아름답겠어요.” 한해는 나의 어깨에 가볍게 기대며 속삭이듯 말했다. 순간 나의 눈앞에는 꽃 씨앗을 가져왔던 낯모를 로인의 모습이 불쑥 떠올랐다. 그날, 새살림을 갓 꾸린 우리는 날듯한 기분으로 ‘마당을 공근다’*, ‘창문 유리를 닦는다’ 하며 뻔질나게 돌아쳤다. “허 허, 새집들이에 기쁘겠군.” 일손을 멈추고 머리를 돌려보니 작달막한 키에 머리가 새하얗게 센 낯선 로인 한 분이 돛천멜가방*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날이 추워지니 아침에 이불에서 나오는 게 더 어려워집니다. 저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집에서 배곳까지 멀지 않아 걸어가는데 어제는 좀 늦어서 뛰듯이 갔습니다. 그런 걸음에 제 스스로 일으킨 바람에 눈물이 더 많이 나와서 슬프게 아침을 맞았습니다.^^ 5배해 아이들 배움을 돕는 날이었습니다. 어제 맛보여 드린 토박이말이 ‘적바림’이었지요. 아이들에게 뜻을 풀이해 주면서 타박을 좀 주었습니다. 지난 꼲기 열매(평가 결과)를 보니 잘한 아이들이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읽기는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알아차리지 못해서 틀린 아이들이 많았지요. 그건 우리말 낱말힘(어휘력)이 모자라서 그렇다고 보는데 우리말 낱말밭을 넓히는 데 힘을 쓰는 사람은 없고 다른 나라 말을 배우는 데 때새(시간)와 돈을 쓰기에 바쁜 우리 모습을 돌아보자고 했습니다. 아이들 모두 고개를 끄덕일 만큼 와 닿는 이야기였나 봅니다. ‘메모(memo)’는 알지만 ‘적바림’을 모르고 살고 있으며 ‘예(例)’와 ‘이그잼플(example)’은 알지만 ‘보기’는 모르는 아이들이 많은 게 참일입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옛말이 생각 났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토
[우리문화신문=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주엽나무[학명: Gleditsia japonica Miq.]는 콩과의 낙엽활엽교목이다. 쥐엽나무, 쥐엽, 주염, 쥐엄나무, 비각수(卑角樹), ‘Korean-honey-locust’라고도 한다. 열매가 익으면 내피 속에 끈적끈적한 잼 같은 달콤한 물질이 들어 있어 이것을 ‘주엽’이라 해서 주엽나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그런데 20~30년 되어야 열매가 달리므로 어렸을 때 가시가 없거나 빈약하다가 열매가 본격적으로 달리면 굵은 줄기에 큼지막한 가시가 생겨 열매를 보호하고 있다. 비슷한 것으로 가시가 없는 것을 민주엽나무(for. inarmata), 열매가 꼬이지 않고 약간 굽는 것을 아자비과즐(var. stenocarpa), 가시가 굵으며 그 단면이 둥글고 열매가 꼬이지 않는 것을 중국주엽나무라고 한다. 밀원식물, 약용, 가구재이다. 꽃말은 ‘소식’이다. 《탈무드》에는 주엽나무에 얽힌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와 있다. “옛날 한 젊은이가 길을 가다 호호백발 노인이 주엽나무 씨를 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젊은이는 이 노인에게 ‘30년이 되어야 열매(주엽)가 달리는데 노인께서 지금 씨를 뿌려 무슨 소용이 있겠소? 열매가 열릴
[우리문화신문=김광옥 명예교수] 세종의 소통[사맛]정신을 통한 밝은 정치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이번에는 4차 산업시대의 현황과 이 시대에 세종 정신이 어떻게 접목되는지 되새겨 보자. 4차 산업시대가 다가와 있다.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ㆍ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산업혁명시대다. 제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hyperconnectivity)과 초지능(superintelligence)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산업혁명에 견주어 더 넓은 범위(scope)에 더 빠른 속도(velocity)로 크게 영향을 끼친다.(《IT용어사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2016.) 이러한 변화시대에는 동시에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알파고 이후 인공 지능의 실체를 보면서 앞으로의 인간의 존재와 인간이 할 일에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정보통신(IT) 역사 속에서 길 찾기 산업시대는 산업혁명으로부터 유래한다. 산업혁명은 영국 경제 사학자 아널드 토인비가 쓴《영국 산업혁명 강의》(1844년)에 처음 나온다. 그는 《역사의 연구》를 쓴 아널드 조지프 토인비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113 벌판 물려받다 받아들이다 자라나다 더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4해(1951년) 펴낸 ‘우리나라의 발달 6-1’의 53, 54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53쪽 셋째 줄에 ‘벌판’이 있습니다. ‘광야’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지만 옛날 배움책에서는 이렇게 ‘벌판’이라는 말을 쓰고 있어 반가웠습니다. 셋째 줄과 넷째 줄에 걸쳐 ‘고려의 전통을 물려받으며’에서 ‘물려받으며’는 요즘 책이라면 ‘계승하였으며’라고 했지 싶습니다. 이런 말이 다들 많이 봐서 더 낯이 익으실 것입니다. 다섯째 줄에 있는 ‘받아들이어서’도 많은 곳에서 ‘수용하여서’라고 쓰기 때문에 더 낯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학생들에게는 ‘계승하다’, ‘수용하다’ 보다는 ‘물려받다’, ‘받아들이다’는 말이 훨씬 쉬운 말일 것입니다. 다섯째 줄에 이어서 나오는 ‘여러 모로’는 ‘다방면의’라고 했을 수도 있는데 그런 말을 쓰지 않았습니다. 여섯째 줄에 ‘독특한 문화가 자라나서’에서 ‘자라나서’라는 말을 쓴 것을 놓고 볼 때 옛날 배움책에서 참 쉬운 말을 썼다는 것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어제 아침에는 옷을 알맞게 입지 못해서 좀 떨었습니다. 밝날(일요일) 낮에 밖에 나갔을 때 두꺼운 옷을 입고 나갔더니 더웠던 게 생각이 나서 나름 셈을 해 보고 입었는데 그랬습니다. 배곳(학교) 안에 들어가 따뜻한 바람을 틀어 놓았는데도 한나절 동안 따뜻하다는 느낌이 나지 않았지요.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다른 분들도 춥다고 하셔서 제 몸이 마뜩잖은 것은 아니라 낫다 싶었습니다. 아침에 배곳에 들어서면서 보니 밝날에 그려 놓은 놀이판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알록달록한 놀이판이 눈길을 끌기도 했겠지만 없던 새로운 놀이판이 아이들 몸을 끌어당겼을 겁니다. 놀이 수를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놀고 있는 아이도 있었고 신 던지기 놀이를 하느라 차가운 바닥에 맨발로 서 있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다만 아직 물감이 다 마르지 않은 곳이 있어서 하루만 참아 달라고 했습니다. 뒤낮(오후)가 되자 날씨가 좀 풀린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목도리도 풀고 웃옷을 살짝 벗어도 견딜 수 있었지요. 배해끝(학년말) 갈무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바쁜 철이 돌아왔습니다. 거기다 경남갈배움한마당(경남교육박람회)에 겪배움자리(체험부스)를 배곳 이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