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조선후기 현감을 지낸 화원으로 화재 변상벽(卞相璧)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영모(翎毛, 새와 동물을 소재로 한 그림), 동물, 인물초상을 잘 그렸다. 1850년 무렵에 나온 편저자를 모르는 《진휘속고(震彙續攷)》라는 책에 따르면 “화재는 고양이를 잘 그려서 별명이 ‘변고양이’였다. 초상화 솜씨가 대단해서 당대의 국수(國手)라고 일컬었다. 그가 그린 초상화는 백(百)을 넘게 헤아린다.”라는 내용이 있을 정도다. 특히 변상벽의 대표작 <참새와 고양이(묘작도, 猫雀圖)>는 한 마리의 고양이가 참새를 쫓아 나무 위에 올라가 나무 아래에 있는 동무를 내려다보는 그림으로 고양이의 털을 잔 붓질로 일일이 꼼꼼하게 묘사한 영모화다. 이 그림은 봄기운이 물씬 나지만 사실은 그림을 선물한 사람의 축원이 담겨 있다. 고양이 ‘묘(猫)’와 70살 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바다 한 가운데 구형의 검은 배가 한 척 떠 있다. 그 배는 하나의 세상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유토피아 ‘뭍’을 그리며 긴 시간 표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허나 그들 모두가 조금씩 뭍에 대한 열망을 잊을 정도로 힘든 나날을 마주한다. 빵을 하나 훔친 죄로 19년 감옥 생활을 하는 장씨, 미혼모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미영, 장래에 대한 계획보다 혁명의 바리케이드를 세우는 청년 백군과 거리를 떠돌며 물건을 팔아 하루하루 버텨가는 아이 가열찬까지.” <구구선 사람들>의 줄거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어제 4월 7일(금) 저녁 7시 서울 종로5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에서는 <판소리 레미제라블 – 구구선 사람들> 공연이 열렸다. 이 공연은 창작판소리로 내놓고 있지만 단순한 창작판소리가 아니라 완창판소리 형태를 띤 뮤지컬이다. 그만큼 구성도 어렵고 풀어나가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님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기자는 예전에, 이미 8시간 30분가량이 걸린 대전시무형문화재 판소리 보유자 고향님 명창의 동초제 춘향가를 취재한 적이 있었고, 임진택 명창의 여러 창작판소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메트로놈으로 측정하기조차 힘들어 인간의 일상적인 감각을 크게 초월해 있다는 음악, 처음 듣는 사람들은 곡의 느린 속도에 우선 놀라게 된다는 것이 ‘수제천’이다. 프랑스 파리 사람들은 이 음악에 기립박수를 쳤다는데 정작 한국인들은 그 이름조차도 들어보지 못했다는 ‘수제천’을 2023년 봄밤에 들을 수 있었다. 국립국악원(원장 김영운)은 정악단(예술감독대행 이건회)의 올해 정기공연으로 어제 4월 6일(목)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전 국립국악원 연구실장 송지원의 해설로 <정악사색(正樂四色ㆍ思索)>을 선보였다. 국립국악원 정악단은 우리 선조들의 철학과 이념이 담긴 ‘바른 음악’인 정악(正樂)의 멋을 관객들에게 전하기 위해 정악의 백미로 꼽히는 대표작품을 공연한 것이다. 웅장하고 화려한 가락으로 나라 밖에서도 천상의 소리와 같다는 평을 받은 궁중음악 ‘수제천’, 남녀가 함께 부르는 유일한 이중창인 가곡 ‘태평가’, 선비들의 풍류음악 ‘영산회상’, 화사하고 흥청거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해령’ 등 모두 4곡을 구성하였다. 맨 먼저 연주한 ‘수제천(壽齊天)’은 “빗가락정읍”이라고도 부르는 노래 정읍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의 다섯째 ‘청명(淸明)입니다. 청명은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을 지녔습니다. 그런데 하루 차이인 내일은 명절의 하나로 지냈던 ’한식(寒食)‘입니다. 이 ’청명‘과 ’한식‘은 하루 전날이거나 같은 날이어서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청명조(淸明條)에 보면, 이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치는데 이를 “사화(賜火)”라 하며, 임금은 이 불을 문무백관과 360 고을의 수령에게 나누어줍니다. 수령들은 한식날에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주는데,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寒食)이라고 하지요. 청명 무렵에는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을 시작하는데, 이것은 논농사의 준비 작업으로 봄밭갈이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때는 가래질 말고도 논밭둑 다지기, 보리밭 매기, 푸성귀 씨앗 뿌리기 같은 일들을 하느라 일손 구하기가 힘들지요. 이날 제주도에서는 청명이나 한식은 땅에 있는 신들이 하늘로 올라간 날이어서 특별히 택일(擇日)하지 않고도 산소를 돌보거나 이장(移葬)을 해도 좋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봉건사회 속 장애인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조선 시대 장애인 이야기’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4월호를 펴냈다. 4월 20일 ‘장애인 차별 금지의 날’을 맞아 조선 시대 장애인의 삶을 들여다본다. 조선 시대에 장애인을 위한 복지정책이 있었는지 알아보고 장애에 관한 생각이 현대의 편견적 인식과는 어떻게 다른지도 살펴본다. 장애를 딛고 정1품에 오르다 <조선 시대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에서 정창권 교수(고려대)는 현대의 장애 인식을 조선 시대로 소급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조선 시대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처우를 소개한다. 조선 시대는 장애인에 대한 복지정책을 통해 시정(侍丁), 곧 부양자(활동보조인)를 제공하고, 쌀과 고기 같은 생필품을 하사한 사례와 동서활인원과 제생원 같은 구휼 기관을 설치하여 위기에 처한 장애인을 구제하는 등의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다. 또한 양반층의 경우 장애가 있어도 과거시험을 통해 종9품에서 정1품까지 올라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다. 장애가 있는 정승만 해도 최소 7명으로 세종대 좌의정을 지낸 허조는 척추장애인(꼽추), 중종대 우의정을 지낸 권균은 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내일은 제주도 무고한 양민 3만여 명이 학살당한 제주4.3항쟁이 시작된 날입니다. 제주4.3평화기념관에는 백비(白碑, 어떤 까닭이 있어 글을 새기지 못한 비석)가 있습니다. 비석 앞 설명판에는 “<봉기, 항쟁, 폭동, 사태, 사건> 등으로 다양하게 불려온 <제주4.3>은 아직까지도 올바른 역사적 이름을 얻지 못하고 있다. 분단의 시대를 넘어 남과 북이 하나 되는 그날, 진정한 4.3의 이름을 새길 수 있으리라.”라고 쓰여 있습니다. 4.3항쟁으로 붉은빛이 덧 씌워지고 냉전과 정치공작의 희생양이 된 제주, 이제 그곳의 어둠을 걷어내고 해원의 살풀이를 해야만 합니다.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이 일어난 뒤 경찰과 서북청년단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남한 단독선거, 단독정권 수립 반대를 목표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엄청난 희생이 벌어진 것이 <제주4.3항쟁>입니다. 이 때 죽은 3만이란 숫자는 제주도민의 1/9 정도가 되기도 하지만, 이 희생자 가운데 33%가 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느 봄날 - 나희덕 소부 김씨 길을 쓸다가 간밤 떨어져 내린 꽃잎 쓸다가 우두커니 서 있다 빗자루 세워두고, 빗자루처럼, 제 몸에 화르르 꽃물 드는 줄도 모르고 불타는 영산홍에 취해서 취해서 그가 쓸어낼 수 있는 건 바람보다도 적다 이제 봄. 진달래, 철쭉, 영산홍이 다투어 피는 계절이다. 꽃들은 비슷비슷해서 언뜻 헷갈리기에 십상이다. 무엇이 다를까? 이 가운데 가장 먼저 피는 진달래는 김소월이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아름 따라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라고 노래했다. 진달래는 겨울이 지나자마자 봄을 알리려고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먼저 피기에 철쭉이나 영산홍보다 우리와 먼저 만난다. 그래서 옷을 입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철쭉은 잎이 나온 다음에 꽃이 핀다. 특히 진달래화전 등 음식으로 해 먹을 수 있어 ‘참꽃’으로 불리지만, 철쭉 종류에 글라야노톡신(grayanotoxin)이란 독성물질이 들어 있기에 먹을 수 없어 ‘개꽃’으로 불린다. 지리산 바래봉의 유명한 철쭉 군락지는 양떼를 놓아 기르는데 먹성 좋은 양들이 다른 나무들은 모두 먹어 치웠지만, 철쭉은 고스란히 남겨두었다. 양들은 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국악원 정악단은 대중에게 낯설고 멀게 느껴지는 궁중음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악의 대표 작품을 역사적, 문화적, 철학적 배경과 함께 감상하는 무대를 마련하였다. 국립국악원(원장 김영운)은 정악단(예술감독대행 이건회)의 올해 정기공연으로 오는 4월 6일(목)부터 7일(금)까지 이틀 동안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정악사색(正樂四色ㆍ思索)>을 선보인다. 궁중음악, 풍류음악의 백미로 손꼽히는 명작을 새롭게 만나는 무대 정악의 장중한 아름다움에 새로운 음악 구성과 악기 배치로 음악의 다채로움을 극대화 국립국악원 정악단은 우리 선조들의 철학과 이념이 담긴 ‘바른 음악’인 정악(正樂)의 멋을 관객들에게 전하기 위해 정악의 백미로 꼽히는 대표작품을 선보인다. 웅장하고 화려한 가락으로 나라 밖에서도 천상의 소리와 같다는 평을 받은 궁중음악 ‘수제천’, 화사하고 흥청거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해령’, 남녀가 함께 부르는 유일한 이중창인 가곡 ‘태평가’, 선비들의 풍류음악 ‘영산회상’ 모두 4곡을 구성하였다. 딱딱하고 어려운 역사가 아닌 살아있는 조선 음악 이야기로 만나는 깊이 있는 무대 바른 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리 겨레가 전통적으로 먹었던 과자를 흔히 “한과(韓菓)”라 하는데 이는 한복, 한식처럼 서양의 과자나 중국의 한과(漢菓)와 구분하여 부르는 말입니다. 원래 우리 토박이말로 “과줄”이지요. 1913년 밀양손씨가 펴낸 음식의 조리법과 재료 손질 등에 관하여 기록한 조리서 《반찬등속》이란 책 가운데는 ‘과줄하는 이야기라’라고 하여 과줄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과줄”에는 유밀과, 약과, 정과, 다식, 숙실과 따위가 있습니다. 하지만, 과줄을 대표하는 것으로는 “유과”라고도 하는 “유밀과”를 꼽아야 합니다. 유밀과는 찹쌀가루에 콩물과 술을 넣어 반죽하여 삶아낸 것을 얇게 밀어 말렸다가 기름에 튀겨내어 쌀 고물을 묻힌 것이지요. 유밀과는 크기나 만드는 방법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데 큰 것은 “산자”, 손가락 굵기는 “강정”, 팥알만 하게 썰어 말려 튀긴 뒤에 엿으로 뭉쳐 모나게 썬 것을 “빙사과(氷砂果, 賓砂果)”라고 합니다. 그 밖에 밀가루에 참기름과 꿀을 넣어 만드는 것으로 제사 지내는 데에 빠지지 않는 “약과”, 생과일이나 식물의 뿌리 또는 열매에 꿀을 넣고 조린 “정과”, 쌀, 깨, 밤 등을 가루 낸 것이나 송화가루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113년 전인 1910년 오늘(3월 26일)은 한국 침략의 원흉이며 동양평화의 파괴자인 초대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가 여순감옥에서 순국한 날입니다. 안중근 의사는 일제 강점기 독립투쟁사에서 가장 빛나는 독립투사로 910년 2월 14일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재판 내내 당당하게 "나는 의병의 참모중장으로 독립전쟁을 했고 참모중장으로서 이토를 죽였으니 이 법정에서 취조받을 의무가 없다"라고 재판을 부정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안 의사는 일본 검찰에게 이토의 15개 죄상을 낱낱이 밝혔지요. 그 죄상을 보면 ‘명성황후를 살해한 일’, ‘을사조약(5조약)과 한일신협약(7조약)을 강제로 맺은 죄’, ‘독립을 요구하는 죄 없는 한국인들을 마구 죽인 죄’, ‘한국사를 없애고 교과서를 모두 빼앗아 불태워 버린 죄’, ‘동양평화를 교란한 일’ 등이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죄인을 처단한 행위는 정당한 것이었음을 당당히 밝혔지요. 안중근 의사를 조사했던 일본인 검사는 "일본인으로서 이런 말을 하게 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안중근은 내가 만난 사람들 가운데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었다."라고 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