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온 나라 곳곳에서 꽃소식이 들려오는 새봄, 3월 25일(토) 낮 3시 인천 부평에 있는 국악전용극장 <잔치마당>에서는 전예주 명창과 그 제자들의 판소리 <흥보가> 완창무대가 열렸다. 작은 극장이었지만 2시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청중으로 빈자리 없이 꽉 찼다. 이날 공연된 완창 판소리는 ‘송흥록-송광록-송우룡-송만갑-김정문-박초월-전예주’로 이어지는 미산제 흥보가였다. <미산제 흥보가>란 박초월 명창의 호 ‘미산’을 이름으로 붙인 판소리 가운데 하나로 박초월 명창이 새로 짠 <흥보가>를 일컫는다. <미산제>는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힘있게 내지르는 동편제 흥보가를 바탕으로 계면조 위주의 창법과 부드러운 애원성이 돋보이는 서편제를 가미하여 이루어진 유파다. 공연은 한국전통음악학회 회장인 단국대 서한범 명예교수의 사회로 문을 열었다. 마이크를 잡은 서한범 교수는 먼저 소리꾼이 힘을 내서 소리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추임새를 해 달라고 당부하였다. 그리고 이날 완창하는 흥보가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쉽게 설명해주었다. 공연은 김순정, 남은진, 한진희 소리꾼의 단가 ‘어화세상’으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논 곡 리 - 김태영 산속 깊은 골짝에 돌담과 초가지붕 몇 채 꽃들은 지천으로 피어나고 맑게 흐르는 도랑물에는 파란 하늘이 담겨 있었다. 순박한 얼굴 가족 같은 마을 사람들 이제 하나둘 떠나고 있다 생각만 해도 눈물 나는 두메산골 내 고향 2010년 5월 29일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우리문화편지를 독자들에게 보낸 적이 있다. 울산의 국보 ‘반구대 암각화’는 육지와 바다를 생활배경으로 삼은 다양한 사람과 동물 그림 300개가량이 큰 바위 면에 한꺼번에 그려져 있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드문 유적이다. 특히 작살을 맞거나, 새끼와 함께 있는 고래 등 50점이 넘는 많은 고래 그림은 선사시대 고래잡이 역사를 실증적으로 연구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그런데 수천 년의 세월을 견디고 전해져 온 선조의 유물이 댐 건설에 의한 수몰로 불과 40년 만에 깎여 내리고 뒤틀리고 무너지고 있기에 그때 시민들은 ‘반구대 암각화 살리기’ 누리집을 만들고, ‘반구대암각화지식인 10,000명 서명운동’을 벌였었다. 현재 ‘반구대 암각화’를 포함하는 ‘반구대 계곡 일원의 암각화’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당신은 사람답게 살고 있습니까?” 일취 스님이 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을 찾아서》라는 책에서 독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먼저 던진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일취 스님은 ‘청정심원’ 선원장으로 태고종 스님이다. 스님은 《해동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한국불교사진협회 특별 자문위원이고 또한 그림에도 일가견이 있다. 그렇게 바쁘게(?) 활동하는 스님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을 찾아서》라는 책을 썼다니 혹시 책 한 권을 내는데 만족해서 쓴 건 아닐까 하는 우둔한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동안 일부 스님들의 책을 접하면서 내용이 어렵거나 너무 현학적인 경우가 있어서 몇 장을 넘기다 그냥 덮어버렸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그런 기우는 금세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스님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방법론에서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고 하겠다. 그래서 대다수의 판단을 토대로 하되 형평성에 어긋나고 불합리한 주장을 배제한 다수의 합리적 관점을 모아 판단하는 방식으로 보편타당한 삶을 전제로 한, ‘보편타당성’과 ‘대아(大我), 소아(小我)에 대한 의미를 기준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운현(雲峴)이란 글자가 쓰인 <백자 청화 넝쿨무늬 병>이 있습니다. 이 병은 청화(靑畫) 물감만으로 세련된 화려함을 가장 잘 표현해낸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목은 곧고 긴 편이며 몸체 아랫부분은 공처럼 둥글지요. 유색은 맑고 환하며 청화의 발색도 밝고 선명합니다. 몸 전체를 여백 없이 가득 채운 무늬는 영지버섯 넝쿨무늬입니다. 영지버섯 넝쿨무늬는 십장생의 하나로 19세기에 복을 비는 기복(祈福) 사상의 유행을 보여주면서도, 그림을 그린 솜씨와 정성은 다른 청화백자들과 견줘 한눈에 띄는 수준입니다. 병 전체에 농담(濃淡)을 살려 영지 넝쿨을 정성껏 그렸고 입구 부분과 몸체 밑 부분에 돌린 독경이나 설법 때 법사가 손에 드는 도구인 ‘여의’ 머리 무늬와 연꽃잎 무늬 부분까지 세부를 정성스럽게 묘사하고 청화 물감을 채워 넣었습니다. 굽바닥에는 청화로 ‘운현(雲峴)’이라는 글자를 써넣었는데, 이로 보아 이 병은 1864년 이후에 만들어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살던 운현궁에서 쓰였던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운현(雲峴)이 쓰인 <백자 청화 넝쿨무늬 병>은 굽바닥에 사용처를 쓴 19세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조선시대에는 백과사전으로 볼 수 있는 책들이 여럿 있습니다. 먼저 영조 임금의 명으로 펴낸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 지봉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峰類說)》, 성호 이익(李瀷)의 《성호사설(星湖僿說)》, 오주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풍석 서유구(徐有, 1764~1845)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같은 책들이 그것입니다. 그 가운데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峰類說)》은 1614년에 펴낸 책으로 우리나라 첫 문화백과사전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이 《지봉유설》의 폭넓은 지식을 보면 권 2의 〈외국조〉에 섬라(暹羅, 태국), 진랍국(眞臘國, 캄보디아), 방갈자(榜葛刺, 방글라데시), 안남(安南, 베트남) 같은 동남아시아 나라들은 물론 불랑기국(佛狼機國, 포르투갈), 남번국(南番國, 네덜란드), 영결리국(永結利國, 영국) 같은 유럽 나라들의 정보까지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런 이름들은 당시 중국이 한자로 표기하던 것을 들여온 것이지요. 무엇보다도 이 책이 돋보이는 것은 우리 겨레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진보적인 성향을 띠고 있었다는 점입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길에 가다가 한 소형화물차에 쓰인 문구를 보았다. “기사님, 조금 늦어주세요.”란다. 이 문구가 뜻하는 바로는 “늦게 와주세요”일 것이다. 요즘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상품이 늦을세라 엄청난 경쟁 속에 배달 기사들이 큰 곤욕을 치른다는 게 알려지자 이 업체는 이런 구호를 내세워 배달 기사를 보호하려는 취지라는 뜻을 알 수 있다. 좋은 뜻이다. 하지만, 이 업체 담당자는 국어교육을 받지 못했는지 말을 잘못 쓰고 있다. 여기서 ‘늦다’란 “어떤 기준보다 또는 상대적으로 많이 흐른 시점이다.”란 뜻의 그림씨(형용사)다. 그렇다면 이는 분명히 움직씨(동사)가 쓰일 자리에 그림씨를 쓴 것으로 잘못이다. 제대로 쓰려면 “기사님, 늦게 와주세요.”라고 해서 ‘오다’란 움직씨를 써야만 한다. 사람들은 영어를 조금만 잘못 쓰면 큰일 날 것처럼 하면서 이렇게 우리말에는 제대로 된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참 안타깝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변산바람꽃 - 김형영 너, 거기 피어 있었구나 가만히 들여다보니 봄바람은 네 작은 꽃 속에서 불고, 가난해도 꽃을 피우는 마음 너 아니면 누가 또 보여주겠느냐 이 세상천지 어느 마음이 이제 봄이 성큼 다가섰고, 남녘에서는 매화잔치 소식이 들려온다. 거기에 더하여 전라도 변산에서는 변산바람꽃이 피었다는 소식이다. 겨우내 피는 동백꽃도 있고, 얼음을 비집고 나오는 얼음새꽃도 있고, 높은 가지에서 피는 매화, 그리고 노오랑 꽃망울을 터뜨리는 산수유꽃이 사람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작고 앙증맞은 변산바람꽃도 이에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반 뼘도 채 되지 않는 작은 키여서 산을 오르는 이들이 무심코 걷다 보면 미처 보지 못하고 밟아버릴 위험도 있다. 변산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이 꽃은 이제 근처 내장산은 물론 무등산, 여수 돌산, 서울 남쪽의 청계산, 설악산까지 꽃이 피었다는 소식이다. 이 변산바람꽃처럼 ‘바람’이란 이름이 붙은 꽃들이 참 마ퟋ다. 꿩의바람꽃, 외대바람꽃, 남바람꽃, 세바람꽃, 나도바람꽃, 너도바람꽃, 매화바람꽃, 숲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만주바람꽃, 사계바람꽃(눈바람꽃)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기댈 수 있는 기둥이나 벽만 나오면 우리는 으레 말뚝박기했다. 그런데 가위바위보를 못 하는 녀석과 짝이 되면 늘 말이 되어야 했다. 또 상대편에 덩치 크고 뛰어오르기 잘하는 녀석이 있으면 이건 완전 죽음이다. 오늘은 말만 했지만, 내일은 가위바위보를 잘해 신나게 말을 타봐야지.” 한 블로그에 나오는 ‘추억의 말뚝박기’ 이야기입니다. 예전 컴퓨터가 없던 시절 아이들은 모이기만 하면 말뚝박기를 했습니다. 지방에 따라선 말타기”라고도 했던 이 놀이는 남자아이들이 두 패로 나뉘어 한쪽은 말이 되고 다른 한쪽은 이 말에 올라타고 노는 놀이였지요. 먼저 양쪽에서 각기 대장을 뽑아 가위바위보를 한 다음 진 쪽이 말이 되는데 대장이 담벽 같은 데에 기대서고 어린이들은 허리를 굽힌 자세로 앞사람의 허벅지를 꽉 붙잡고 잇달아 말이 되었습니다. 이긴 쪽 아이들은 차례로 멀리서부터 달려와 앞쪽으로부터 말을 타 나가지요. 이때 말이 쓰러지면 몇 번이고 새로 말을 만들어야 하며, 말을 타다가 한 사람이라도 떨어지면 그쪽이 말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말을 타는 쪽에서는 어떻게든지 말을 무너뜨리려고 일부러 험하게 말을 타는데 말은 무너지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리나라 법 가운데는 <국어기본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2005년 1월 27일 법률 제7368호로 제정된 이 법은 “국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고 민족문화 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제정했다.”라고 합니다. 이 법의 중심에는 제14조 제1호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은 공문서뿐만 아니라 홍보물도 한글로만 작성하여야만 합니다. 하지만,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이에 소속된 기관들은 한글에 영어와 한자를 섞어 쓰는 것을 넘어서서 영어와 한자를 주인처럼 쓰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국립국악원은 프로젝트 이름을‘Gugak in 人’으로 썼고, 국립무형유산원은 특별전을 열면서 이름을 '함께 EAT다'라고 썼습니다. 이는 영어나 한자를 써서 유식한 체하려는 것인 모양인데 이렇게 썼다고 그들을 유식하게 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또한 영어와 한자를 섞어 이상한 표기법을 만들어 국민에게 내보이는 것은 ‘우리말을 살려 쓰자는 뜻’에도 역행하는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한자나 영어를 쓰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봄의 선구자 '진달래'를 노래함 - 박팔양 진달래꽃은 봄의 선구자외다 그는 봄의 소식을 먼저 전하는 예언자이며 봄의 모양을 먼저 그리는 선구자외다 비바람에 속절없이 지는 그 엷은 꽃잎은 선구자의 불행한 수난이외다 어찌하야 이 나라에 태어난 이 가난한 시인이 이같이도 그 꽃을 붙들고 우는지 아십니까 그것은 우리의 선구자들 수난의 모양이 너무도 많이 나의 머릿속에 있는 까닭이외다 노래하기에는 너무도 슬픈 사실이외다 백일홍같이 붉게붉게 피지도 못하는 꽃을 국화와 같이 오래오래 피지도 못하는 꽃을 모진 비바람 만나 흩어지는 가엾은 꽃을 노래하느니 차라리 붙들고 울 것이외다 이른 봄 3월이 되면 산엔 분홍빛 물이 들기 시작한다. 꽃을 얼른 내보이고 싶어 잎이 나기도 전에 온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진달래. 김소월은 그의 시 <진달래꽃>에서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 영변(寧邊)의 약산(藥山) / 진달래꽃 /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라고 노래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 님을 붙잡지 않고 잘 가시라고 가실 길에 뿌리는 것이 진달래꽃이란다. 전하는 이야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