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요즘 장마가 한창이다. 그 장맛비를 뚫고 제자들이 국가무형문화재 서도소리 전승교육사이며,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음악감독인 유지숙 스승을 기리는 공연 <청출어람>이 어제(7월 9일) 저녁 4시 서울 삼성동 한국문화의집 코우스에서 (사)향두계놀이보존회(이사장 오현승) 주최ㆍ주관으로 열렸다. 그 시작은 유지숙 선생의 막내 제자인 초등학교 4학년 김리예 어린이가 열었다. 김리예 어린이는 직접 쓴 편지를 통해 “선생님께서 저를 꼬옥 안아주시며 용기를 주시는 것이 정말 고마웠습니다.”라면서 스승께 사랑을 전했다. 그리고 유지숙 선생의 제자로 서도소리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나라ㆍ장효선 두 소리꾼이 좌창 수심가와 엮음수심가로 무대를 열었다. 민요를 가벼운 노래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듯 두 사람은 진중한 청음으로 공연의 무게를 잡아주었다. 이어서 김유리ㆍ류지선ㆍ김무빈의 산염불ㆍ자진염불, 김초아ㆍ박지현ㆍ최민정의 간아리ㆍ자진아리, 최정아ㆍ김세윤ㆍ김미림의 긴난봉가ㆍ자진난봉가가 서도소리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또한, 장구를 든 황승환과 북을 든 7인의 고등학생들이 산타령인 뒷산타령ㆍ경발림을 흥겹게 불러주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취우(驟雨, 소나기) - 추사 김정희 樹樹薰風葉欲齊(수수훈풍엽욕제) 나무 사이에 더운 바람 불어 잎들이 나란한데 正濃黑雨數峯西(정농흑우수봉서) 몇몇 봉우리 서쪽에 비 품은 구름 새까맣네 小蛙一種靑於艾(소와일종청어애) 쑥빛보다 더 파란 한 마리 청개구리 跳上蕉梢效鵲啼(도상초초효작제) 파초 잎에 뛰어올라 까치 울음 흉내 내네 추사 김정희가 쓴 글 가운데는 한여름 소나기가 내린 정경을 노래한 <취우(驟雨)>란 제목의 한시도 있다. ‘취우(驟雨)’는 소나기를 말하는데 요즘처럼 한여름을 불볕더위가 극성을 부릴 때 사람들이 기다린다. 지루하게 오래 내려 기청제를 지내야 하는 장맛비와는 달리 후두둑 내리기 시작하여 시원하게 쏟아붓고는 저 멀리 예쁜 무지개를 하늘에 걸어 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진다. <취우>를 읽으면 멀리 산봉우리 서쪽에는 비를 품은 새까만 구름이 몰려오는데, 파란 한 마리 청개구리가 파초 잎에 뛰어올라 까치 울음 흉내 내고 있다고 노래한다. 시는 이렇게 시각(視覺)과 청각(聽覺)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어 1930년대 모더니즘 계열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평가되는 김광균의 “와사등”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동해바다에 불끈 솟아오르는 독도는 늠름하구나 동도와 서도 마주 바라보면서 함께 사는 형제섬이다 울릉도에서 네 얼굴이 보이고 오랜 우애가 바다처럼 깊구나 동도와 서도에 무지개다리가 있어 하얀 갈매기도 건너가는구나 동해바다에 불끈 솟아오르는 독도는 아름답다 위 노래는 이등병의 편지’, ‘가을 우체국 앞에서’ 등으로 알려진 김현성이 2008년 독도에서 지은 <독도찬가>다. 이 노래는 서정적이고 애잔한 멜로디가 가슴을 울리며, 독도의 아름다운 광경이 와닿듯 생생한 감동을 준다. 이 독도! 이 노래처럼 독도는 우리 겨레에게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섬이다. 이 독도를 지도 제작자며 독도연구가로 2005년부터 2022년까지 17년 동안 90일 정도를 독도에 머물며 독도의 지형과 식생을 조사하고, 사진을 찍어온 안동립 씨가 이번에 《독도 / 안동립의 독도 이야기(2005~2022)》를 펴냈다. 일반인들이야 독도에 갔다고 해도 잠깐 들러볼 뿐이기에 독도의 풍광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독도에서의 해돋이와 해넘이, 별 헤는 밤은 물론 괭이갈매기 등의 동물, 해국 등의 식물들도 실제 맨눈으로 본 사람이 없을 터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내일은 24절기의 열한째로 하지와 대서 사이에 든 ‘소서(小暑)’입니다. 하지 무렵까지 모내기를 끝낸 벼는 소서 때쯤이면 김매기가 한창이지요. 요즈음은 농약을 쳐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예전처럼 논의 피를 뽑는 일인 피사리나 김매기 하는 모습은 보기 어렵지만 여전히 예전 방식대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허리가 휘고 땀범벅으로 온몸이 파김치가 되는 때입니다. 이때 솔개그늘은 농부들에게 참 고마운 존재이지요. ‘솔개그늘’이란 날아가는 솔개가 드리운 그늘만큼 작은 그늘을 말합니다. 뙤약볕에서 논바닥을 헤매며 김을 매는 농부들에겐 비록 작은 솔개그늘이지만 여간 고마운 게 아닙니다. 거기에 실바람 한 오라기만 지나가도 볼에 흐르는 땀을 식힐 수 있지요.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소서 날 남을 위한 솔개그늘이 되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이때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철이므로 채소나 과일들이 풍성해집니다. 특히 시절 음식으로 즐기는 밀가루 음식은 이때 가장 맛나서 열무국수나 수제비를 즐겨 해 먹습니다. 채소류로는 호박이며, 생선류로는 민어가 제철인데 민어포는 좋은 반찬이 됩니다. 또 민어는 회를 떠서 먹기도 하고, 매운탕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동양고주파는 오는 7월 6일부터 22일까지 미국과 캐나다에 걸쳐 북미 탐방공연를 떠난다. 지난 2018년 결성된 동양고주파는 양금과 퍼커션, 베이스로 이루어진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다. 그들의 음악에는 국악, 사이키델릭, 하드록, 메탈 등 다양함이 공존한다. 홍대 클럽, 네이버 온스테이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등 국내에서의 활동은 물론 WOMEX(포루투칼), WOMAD(칠레), K뮤직페스티벌(영국) 등 나라 밖의 다양한 잔치(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국밴드로는 처음으로 2021, 2022년 2년 연속 월드뮤직마켓 'WOMEX 2021'(Wolrd Music Expo, 워멕스) 무대에 초청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아시아 밴드로서도 처음이다. 탐방공연은 7월 6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캐나다 ‘위니팩 포크 페스티벌(Winnipeg folk festival)’을 시작으로, 14일부터 16일 ‘벤쿠버 아일랜드 뮤직 페스티벌(Vancouver Island Music Festival)’, 21일 미국 '링컨센터(lincoln center)’, 22일 다시 캐나다의 ‘미션 포크 페스티벌(M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남쪽 바다와 하늘 사이에서 검은 구름이 갑자기 모여들어 빗줄기가 가득하더니 공중에 한 마리의 용이 솟구쳐 날아서 하늘로 올랐다.” 이는 조선시대 문신이며 학자인 김육(金堉)이 명나라에 다녀온 뒤에 작성한 《조경일록(朝京日錄)》에 있는 내용이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김성배)는 국립해양박물관(관장 김태만)과 오는 8월 20일까지 국립해양박물관 기획전시실(부산 영도구)에서 위의 용오름이 소개된 공동기획전 <별별 바다신(神)>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풍어와 재난이 공존하는 바다에서 선조들의 삶을 지탱해준 전통 해양 민속신앙을 이해하고, 그 간절한 삶과 애환 속에서 탄생한 ‘바다신(神)’과 ‘무사안녕’의 염원을 축제로 승화시킨 바닷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옛사람들은 《조경일록》 내용처럼 바다에 용이 산다고 믿었다. 용오름은 '용이 하늘로 승천(昇天)하는 모습과 같다'라는 뜻인데 주로 바다 표면에서 일어나는 맹렬한 바람의 소용돌이를 말한다. 하늘에서 물고기, 개구리 등이 떨어지는 '동물비'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가설도 용오름 현상이다. 선조들은 용오름을 보고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요즘 생활한복 가운데는 서양의 원피스 같은 모양의 옷이 보입니다. 그것은 ‘철릭’이라 하여 남성들이 입던 전통옷을 개량한 것이지요. 전통 철릭의 기본형태는 웃옷과 주름잡은 치마를 허리 부근에서 연결시킨 것입니다. 곧은 깃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교차시켜서 여민 모양인 직령교임(直領交衽)의 특수형태이며, 원래는 관리들이 나라가 위태로울 때 또는 임금의 궁궐 밖 거동을 호위할 때 착용하는 융복(戎服)이었으나, 점차 일상적으로 입는 평상복이 되었지요. 조선 초기의 것은 소매통이 좁고, 웃옷과 아래 치마 길이의 비율이 1 : 1이며, 오른쪽 깊숙한 곳에 두쌍의 고름으로 여몄습니다. 또 비상시에 옷을 빨리 입을 수 있고 활동하기 편하게 고안된 실용적인 옷으로 한쪽 혹은 양쪽을 매듭단추로 연결하여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고, 아래는 짧게 하여 이동할 때 불편함이 없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철릭은 시대에 따라 웃옷와 치마의 비율, 주름을 처리하는 방법, 소매의 모양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특히 임진왜란 이후로 아랫 부분은 더욱 길어지고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었던 실용적인 소매의 기능은 사라지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허리에 약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고조선, 고구려 시대 우리의 활동 무대였던 구이원(九夷原) - 캄차카반도에서 곤륜산맥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 –을 잃어버린 것은 애석하나 고향을 잃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경계하며 옛 선조의 기상과 포부를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하게 되었다.” 이는 고조선 역사대하소설 《구이원(九夷原)》 서문에 나오는 작가 무곡성의 집필 의도다. 얼마 전 신문사로 소설 《구이원(九夷原)》 제1권에서 5권까지 5권이 배달되어왔었다. 사실 나는 소설을 서평의 대상으로 쓴 적이 없고, 더구나 한꺼번에 5권이라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조선 역사대하소설’이란 장르에 나도 모르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고, 별로 어렵지 않게 5권 읽기를 끝냈다. 소설의 시작에는 “하늘이 처음 열리고”란 서곡 같은 글이 있었다. 여기엔 “그동안 구이원의 주인 배달국, 조선은 수천 년 동안 은성하며 태평성대를 누리었고 가달의 무리는 전혀 보이질 않아 사람들은 모두 그들이 영원히 세상에서 사라진 줄 알았다. 그러나 마도의 무리는 절대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무리가 불어나 죽은 가달마황을 신으로 받드는 가달마교를 조직하여 세상 사람들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 이정환 배흘림기둥 끌어안고 가만 울어나 보렴 참으로 눈물 날 일 하고 많은 이 세상에 참으로 눈물날 일이지 저물녘 서녘 하늘 이곳까지 와서 그대 껴안고 울다니 소백 연봉이 하냥 저물고 있어서 그런가 마침내 뜬돌돼버린 붉은바람 탓인가 경북 영주시에 있는 <부석사>, 그곳에는 아미타여래 불상을 모신 부석사의 중심 건물 무량수전이 있다. 그런데 무량수전보다 더 유명세를 타는 것은 무량수전을 받치고 있는 ‘배흘림기둥’이다. ‘배흘림기둥’은 단면이 원형인 원기둥 가운데 허리부분의 지름을 가장 크게 하고 기둥머리와 기둥뿌리로 갈수록 지름 크기를 줄인 항아리 모양의 기둥을 말한다. 이에 견주어 기둥 윗부분보다 아랫부분의 지름을 크게 한 기둥은 민흘림기둥이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이 글은 미술사학자 최순우 선생이 그의 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 쓴 것으로 배흘림기둥을 참으로 아름답게 소개했다. 이 덕분에 배흘림기둥은 널리 알려지게 됐다. 배흘림기둥은 부석사 무량수전말고도 강진 무위사 극락전, 구례 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제저녁 성턴몸이 금일위시 하야 오한 두통에 사지가 아프니 이일이 가련치 않느냐 오를숨만 남아있고 내릴숨은 전혀없으니 부르나니 어머니요 찾느니 냉수로구나 이내 일신의 침중한병은 전제전곡이 귀치않고 탕약환약이 무효로 구나 이렁저렁 수일되야 정신버려 혼전하니 세상공명은 꿈밖이로다 육진장포 열두매끼 꽝꽝 동여 상구대차에 올려놓고 붉은명정을 표불할제 보통분 송백성아 이별아껴 설워마라 인간이별 남녀중에 날 같은 인생이 또 어데 있나 무대가 열리자 민속악단 유지숙 예술감독이 저 무대 뒤 한편에서 슬픔을 다 내려놓은 듯 처연하고 담담한 북녘의 소리 ‘제전’을 풀어낸다. <제전(祭奠)>이란 서도좌창의 대표적인 곡으로 한식 명절을 당하여 죽은 남편 무덤을 찾아가서 정성껏 제물을 차려놓고 제사 지내는 서도소리다. 그저 슬픈 것만도 아닌 담담하고도 깊이 있는 소리가 심금을 울린다. 어제 6월 29일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는 국립국악원(원장 김영운) 민속악단(예술감독 유지숙)의 정기공연으로 서도ㆍ경기ㆍ남도 지역의 상여소리를 중심으로 만든 ‘꽃신 신고 훨훨’을 선보였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이 떠나는 사람과 남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