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그림에 대한 평이 적힌 이 작품은 심사정(沈師正, 1707-1769)이 그린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畫)입니다. 그림에 대한 평(評)을 쓴 사람은 조선 후기 사대부 화가 강세황(姜世晃, 1713-1791)입니다. 그림과 글이 거의 같은 비율이어서 그림과 글씨의 아름다움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럽게 써 내려간 강세황의 글씨는 아름다우면서도 격조가 있습니다. 오른쪽의 그림을 먼저 살피겠습니다. 그림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가장 멀리 거칠고 험한 느낌의 봉우리들이 보이고, 중간에 먼 산들과 거리가 떨어져 있는 산자락이 보입니다. 산 밑에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있습니다. 시선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화면 오른쪽 밑으로 좁고 가느다란 길이 나 있고, 소를 몰고 오는 목동이 아주 조그맣게 그려졌으며, 가을철 추수가 끝난 뒤를 암시하듯 커다란 노적가리가 보입니다. 그림으로 미루어 여기는 아늑한 뒷산을 배경으로 한 추수가 끝난 어느 마을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호젓하고 조용한 느낌입니다. 진경을 그릴 때 중요한 점 그림에서 더 이상의 의미를 읽어 내기는 좀 어렵습니다. 다음으로 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未知寫得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는 집권체제가 정립되어 가던 6세기 전반 신라 사회의 신분 질서와 미감을 대표하는 꾸미개(장신구)입니다. 전체 길이가 8.4cm에 이르며, 신라 귀걸이의 특색을 압축하고 있는 여러 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나눠보면, 크게 중심고리[主環]-노는고리[遊環]-연결금구(連結金具)-샛장식[中間飾](달개-구체-반구체-달개)-드림[垂下飾]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늬 없이 간소한 중심고리는 3줄의 접합선과 2장의 막음판으로 볼 때, 5장의 금판을 사용해 성형된 것입니다. 그 지름이 3.7cm로 굵은 편인데, 신라 귀걸이의 중심고리는 굵은 형태와 가는 형태로 양분됩니다. 중심고리의 굵기는 당대 무덤에 묻힌 인물의 성별을 가리는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대체로 굵은고리는 여성의 것, 가는고리는 남성의 것으로 판단되고 있는데, 무덤 내에서 함께 발견되는 관ㆍ칼 등 여러 위세품과의 조합을 아우르면 판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큰 무덤에서 나온 중심고리의 선후관계를 기준으로 보면, 지름 크기는 귀걸이를 만든 시점을 짚는 기준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제작 시기상 늦은 단계의 중심고리가 빠른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메이지시대 (1868~1912)부터 약 140년 동안 일본에서 성인의 연령은 20살로 민법으로 정해져 있었지만 민법이 개정되면서 2022년 4월 1일부터 성인 연령이 20살에서 18살로 바뀌었다. 문제는 20살 때 치르는 ‘성인식’의 나이도 18살로 낮아졌다는 점이다. 지난 1월 9일(월)은 일본의 성인 나이가 18살로 바뀐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성인식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부가 성인의 나이를 18살로 낮추었다는 것일 뿐, 해마다 열리는 성인식에 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입증하듯 NHK(1월 9일 보도)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성인식 나이를 몇 살부터 할 것인지에 대한 NHK가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県)에 문의한 결과 전국에서 3개 시와 마을에서만 ‘18살 나이’를 따를 뿐 나머지 지자체에서는 종전대로 20살을 대상으로 했다고 응답했다. 18살을 성인식에 참여시키지 못한 이유는 ‘수험생’이기 때문이라며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종래대로 20살을 대상으로 성인식을 치렀다.”고 보도했다. 단, 18살을 대상으로 성인식을 기획한 오이타현 쿠니토시(大分県国東市), 미에현 이가시(三重県伊賀市), 미야자키현 미사토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임방울 대회에서 대상에 오른 최잔디 양이 20여 년 전, 중학생 시절과 고등부에서도 금상을 수상하였다는 이야기, 임방울 대상 전에도 전주대사습놀이 명창부의 차하,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금상, 균화지음 전국대회 금상, 장월중선대회 대상, 춘향국악대전 고등부 우수상, 등 수상 경력이나 공연 실적, 주요 작품의 출연 경력 등이 화려하다고 이야기하였다. 대표적인 활동내역으로는 2003년과 2015년에 각각 <최잔디 심청가 완창발표회>를 비롯하여, <고창 동리문화재단 기획 판소리 완창전>이 있고, 돈화문 국악당 <수어지교: 판소리편 >과 <전주세계소리축제, 젊은 판소리 다섯 바탕-심청가와 춘향가>, <국립국악원 목요풍류, 판소리편 수궁가>와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최잔디의 보성소리 심청가 완창 발표회> 등이 대표적이다. 최잔디 명창이 대상을 안은 임방울 국악제에서 부른 <심청가> 가운데서 ‘심봉사, 눈뜨는 대목’의 앞부분을 지난주에 소개한 바 있다. 사설의 내용이 매우 재미있다고 이 부분을 원본대로 소개해 주기를 희망하는 독자들의 요청이 있어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해 10월, <임방울 국악제>가 임방울 선생의 고향, 광주에서 열렸는데, 후원단체도 많고 상금액도 많았다는 이야기, 출전 분야는 판소리를 비롯하여 기악, 무용, 가야금 병창, 시조, 퓨전국악 등 다양하였으며 심사위원 선정 방법도 객관적이고, 더더욱 ‘심사참관제 실시’로 신뢰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 제30회 대회의 대통령상은 판소리 명창부의 최잔디 명창이 차지하였는데, 그는 병상 아버지의 쾌차를 비는 마음으로 불렀다는 감동적인 수상 소감을 소개 하였다. 대상에 오른 최잔디 명창은 광주 출생으로 중학생 시절, 그러니까 20년 전, 2002년 제6회 대회에서 판소리부문 중등부에 출전하여 금상을 받았다. 그 뒤 3년 후에는 고등부에 출전, 또다시 금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20년째 <임방울 국악제>와는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어온 셈이다. 그의 각오가 남달랐다는 이야기를 최 명창에게 들어 보기로 한다. “어린 시절부터 참여해 왔던 <임방울 국악제>였지만, 이번 대회에 임하는 저의 각오는 정말 남달랐어요. 과거 대통령상을 받은 선생님들이나 선배 명창들을 보며 나도 성인이 되면 꼭 대통령상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1965년 11월, 기우뚱 기울어져 무너질 위험에 처한 오층석탑의 수리가 시작되었습니다. 석탑을 완전히 해체하여 수리하는 과정에서 탑 안에 모셔진 사리장엄구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바로 지금부터 살펴볼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장엄구입니다. ‘사리’를 담는 용기, 사리장엄구 ‘사리(舍利)’는 인도에서 몸이나 뼈, 유골 등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사리라(śarīra)’라는 말이 중국으로 전해질 때 소리 나는 대로 한자로 옮겨 적으면서 생긴 단어입니다. 처음에는 석가모니의 주검을 화장하고 남은 유골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점차 개념이 넓어져 고승의 유골이나 석가모니의 말씀까지도 포괄하게 되었습니다. 인도에서 불교를 처음 세운 석가모니가 돌아가신 뒤 그의 주검을 화장하고 나온 사리를 안치하려고 만든 건축물이 바로 ‘탑’의 시작입니다. 또한 성스러운 사리를 탑 안에 안치하기 위해 아름답게 장식해서 만든 용기가 바로 ‘사리장엄구’입니다. 넓은 의미에서는 사리를 직접 담는 사리기뿐 아니라 사리를 공양하는 의식과 관련된 물건, 그리고 사리에 바치는 각종 공양품 등 많은 것을 포괄하는 말입니다. 왕궁에서 절로, 익산 왕궁리 유적 이야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관복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두 손을 모은 조선시대 벼슬아치의 초상화입니다. 이 초상화의 주인공은 허목(許穆, 1595~1682)이라는 분입니다. 허목의 본관은 양천(陽川)이며, 자는 문보(文甫) 또는 화보(和甫), 호는 미수(眉叟)입니다. 눈썹이 길게 늘어져서 스스로 ‘미수’라는 호를 지어 불렀다고 합니다. 벼슬은 우의정까지 올랐으며, 시호(諡號: 죽은 뒤 업적을 추앙하여 붙이는 이름)는 문정(文正)입니다. 그는 당시 학계의 큰 어른이었고 정치인으로서는 남인의 영수(領袖)로서 깊이 추앙받았습니다. 평생 몸가짐이 고결하여 세속을 벗어난 기품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허목의 모습을 담은 이 초상화는 살아 있을 때 그려진 본을 토대로 옮겨 그린 이모본(移模本)입니다. 82살 노학자를 실감 나게 담아낸 조선 후기 초상화의 수작 <허목 초상>의 화폭 위쪽에 쓰인 발문에서 보물로 지정된 이 초상화의 제작 동기를 알 수 있습니다. 1794년(정조 18) 정조는 채제공(蔡濟恭:1720~1799)에게 허목의 초상화 제작을 사림(士林)들과 논의하도록 명합니다. 이에 체재공은 그해 7월 은거당(恩居堂: 숙종이 허목에게 하사한 집)에서 허목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스물셋째인 소한(小寒)으로 한겨울 추위 가운데 혹독하기로 소문난 날입니다. 그래서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든가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 ‘소한 추위는 꿔다가도 한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라는 말처럼 소한 추위는 예부터 대단했습니다. 예전 사람들은 매서운 추위가 오면 땔감이나 겨울옷이 변변치 않았기에 견디기 참 어려웠지요. 그래서 동사(凍死) 곧 얼어 죽는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춥고 눈이 많이 와야만 그해 풍년이 들었다는 걸 생각하면 소한 추위라는 것은 꼭 있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또 추위를 겪어야만 따뜻한 봄날의 고마움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날씨가 차가워진 후에야 송백의 푸름을 안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也)”라고 추사는 자신의 그림 세한도에서 그렇게 말합니다. 다행히 이번 소한은 추위가 누그러졌습니다. 겨울철 겨울나기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우리는 따뜻한 차와 신맛이 나는 과일을 권합니다. 한방에서는 ‘총백’이라고 부르는 ‘파뿌리’를 물에 넣고 끓여 마시면 땀을 내주고 기침, 가래를 삭여주며, 항균 작용도 있어 감기 예방에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은 지금 정초기도 기간이다. 정초기도의 이름을 일본말로는 하츠모우데(初詣)라고 할 수 있다. 하츠모우데란 새해 정초에 신사나 절에서 한 해의 소원과 건강을 비는 행사를 말한다. 이맘때쯤이면 인터넷에서는 전국의 유명한 신사나 절을 소개하느라 야단법석이다. 일본의 정초 하츠모우데 풍습은 “도시코모리(年籠り)”라고 해서 집안의 가장이 기도를 위해 그믐날 밤부터 정월 초하루에 걸쳐 씨신(氏神の社)의 사당에 들어가서 기도하는 데서 유래했다. 그러던 것이 그믐밤 참배와 정초 참배로 나뉘어졌고 오늘날에는 정초 참배 형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정초기도 풍습은 명치시대(1868년) 중기부터 유래한 것으로 경성전철(京成電鐵) 같은 철도회사가 참배객 수송을 대대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 이동이 쉽지 않던 사람들이 철도를 이용해 유명한 신사나 절을 찾아다니게 된 것이다. 정초기도 기간은 보통 1월 7일까지로 알려졌지만 마츠노우치(松の内)라고 해서 1월 15일까지 하는 경우도 있고 그 기간에 시간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1월 안에 신사나 절에 찾아가서 정초기도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개는 자신이 사는 지역의 신사나 절에서 정초기도를 하는 사람들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2022년 10월 14일부터 17일까지 4일에 걸쳐 제30회 《임방울 국악제》가 광주광역시 주최로 <빛고을 시민문화관> 외 8개 장소에서 열렸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이 국악제는 국창(國唱) 임방울 선생의 숭고한 예술정신을 계승하고, 국악의 본고장으로서 정통성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국내 대표적인 국악제로 자리 잡은 제전이다. 또한, 이 대회는 명실상부한 권위와 위상을 확립하며 국악 신인을 발굴하고 육성하여 국악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있기에 국악 진흥과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또한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축제로 승화해 나간다는 목표를 지닌 국악제라 하겠다. 이 국악제는 정부기관인 문화관광체육부, 교육부를 비롯하여, SBS, TV조선, KBC광주방송, 국악방송 등이 후원하고 있으며, 특히 조선일보사와 삼성전자 외 여러 재단에서 협찬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고 있다. 그러기에 본 대회는 상금액만 해도 약 2억 원 정도가 되는 국내 최고의 대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렇듯 대회 규모가 크다 보니, 이름있는 전국의 명인 명창들을 비롯하여 국악 전공의 대학생들이나 대학원생들, 초. 중, 고교생들, 그